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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라운드 판도, '조커'에게 물어봐

기사입력 2009.11.23 11:22 / 기사수정 2009.11.23 11:22

탁민규 기자


[사진 = '팀의 해결사는 나!' 대한항공 레프트 김웅진 ⓒ 대한항공 점보스 공식 홈페이지]

[엑스포츠뉴스 = 탁민규] 배구는 이변이 없는 경기이자, 주전 6명이 거의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경기이다. 그러나 올해 'NH농협 2009~2010 V-리그' 남자부에서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매 경기 접전을 펼치고 있다.

1라운드를 마친 상황에서 주전들의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인해 각 구단은 다른 대비책을 가지고 2라운드에 임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2라운드에는 추가적인 전술 및 선수기용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남자프로배구 판도를 좌우할 각 팀의 '조커(joker: 가장 센 카드가 되기도 하고 다른 카드 대신 쓸 수 있는 카드를 뜻함)'들을 통해 2라운드를 예상해본다.

대한항공 점보스 - 김웅진(L)

대다수의 배구인은 대한항공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1라운드 성적은 3승3패로 4위. 경기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불가리아에서 데려온 용병 밀류셰프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레프트 신영수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2년간의 공익근무생활을 마치고 지난 시즌 코트로 복귀한 김웅진을 앞세워 새로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입대 전 주전 라이트 공격수였던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후보 선수로 밀리는 아픔을 겪었다. 김학민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레프트로 뽑은 용병 칼라가 리시브 불안으로 라이트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김웅진은 큰 모험을 시도했다. 대한항공 신영철 수석코치의 조언으로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한 것. 문일고 시절 전국대회 MVP를 수상했을 당시의 포지션은 레프트 주공격수였다. 한양대로 진학 후, 故 송만덕 감독이 당시 졸업생이었던 손석범(우리캐피탈)의 공백을 우려해 그를 라이트로 포지션을 변경시켰다. 지난해까지 라이트로 뛰던 그는 올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일부에서는 그를 레프트로 기용하기엔 수비가 불안하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기본기는 장신임에도 상당히 좋은 편이고 올해부터 리시브 훈련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타 팀의 레프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유스대표, 청소년대표, 유니버시아드대표 등의 화려한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 10년 만에 되찾은 자리에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한항공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협 상무 - 김영석(S)

올해 신협 상무의 목표는 정규시즌 10승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목표가 될 전망이다. 김상기. 김철홍, 임동규 등 지난해 팀을 이끌었던 핵심선수들이 제대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팀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김상기의 공백은 1라운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시즌 첫 두 경기에서 193cm의 장신 김영래가 주전 세터로 기용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신장이 작은 공격수들에게는 조금 더 빠르고 정교한 토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상무 최삼환 감독은 11일 삼성화재와의 경기부터 김영석을 주전으로 내세웠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공격수와의 호흡은 척척 맞아갔다.

경북사대부고, 명지대를 거쳐 현대캐피탈에 입단했지만 두터운 선수층에 막혀 대한항공으로 팀을 옮겨야 했던 김영석은 항상 주전은 아니었다. 상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영래와 번갈아가며 기용되지만 그는 기교파 세터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며 상무를 지휘하고 있다. 과연, 당초 목표대로 10승을 거둘 수 있을까. 김영석을 필두로 한 세터 진의 손끝에 달려있다.

우리캐피탈 드림6 - 김현수(R)
 
드래프트 전부터 우리캐피탈 김남성 감독은 신인 선발 선수를 미리 점찍어 뒀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명지대 출신 라이트 공격수 김현수다. 프로데뷔 첫 경기인 LIG와의 경기에서 7득점을 기록했지만 저조한 공격성공률로 프로의 벽을 실감했었다.

그러나 주전 레프트인 안준찬이 KEPCO45와의 경기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팀 전력에 이탈함에 따라 라이트 공격수인 최귀엽이 레프트로 옮겼고 김현수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 기회는 김현수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캐피탈에게도 기회로 바뀌었다.

현대캐피탈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공격성공률 65%로 팀 내 최다득점인 14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안준찬의 공백으로 고민이 컸던 김남성 감독도 김현수의 활약에 한 시름 덜게 됐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 장영기(L)

1라운드를 마친 현재, 현대캐피탈의 문제점은 용병 앤더슨의 부진이다. 서서히 좋아지고는 있지만, 용병으로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대표로 국제경기를 많이 소화해 피로가 쌓였다는 평가다.

그래서 앤더슨의 회복 전까지 국내선수의 활용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으로는 2009-2010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한 장영기가 꼽힌다. 2004년 V투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의 77연승을 저지한 1등 공신이자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에 현대캐피탈이 리그 2연패를 달성하는데 주축멤버였던 장영기는 아직 몸 상태가 100%가 아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인한 공백으로 배구 감각을 아직 못 찾은데다, 어깨 수술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까지 세터를 볼 정도로 수비를 비롯한 기본기는 탁월한 선수다. 또한, 상대 블로커의 손끝을 교묘하게 쳐내는 그의 영리함은 분명 현대캐피탈의 큰 도움이 될 것이다.


  
KEPCO45 - 김상기(S)

지난해, 11월. KEPCO45가 1라운드 1순위로 문성민을 지명했을 때, 많은 배구 팬들은 1-2년 후 KEPCO45가 프로배구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 이유는 문성민 때문만이 아니었다. 빠른 토스를 보여줄 김상기의 복귀도 염두에 둔 것이다.

현재 문성민의 해외진출로 그 기대는 사그라졌지만, 김상기의 복귀는 팀의 전력을 상승시킬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1라운드 중 갑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2라운드에 복귀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최일규가 출전했을 때 KEPCO45의 공격수들은 공격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상기의 공백으로 우리캐피탈에게 프로 첫 승을 헌납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KEPCO45의 강만수 감독은 김상기의 복귀와 새로운 용병 조엘의 영입으로 2라운드에서는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배구의 추세인 빠른 토스를 완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선수는 국내에서는 김상기가 유일하다. 지금은 최고 세터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처럼 우여곡절 많은 사연을 가진 선수도 드물 것이다. 한양대 시절 신장이 작다는 이유로 후보 세터에게서도 밀려나 어쩔 수 없이 서울시청에 입단했지만 2003년 11월, 서울시청이 해체되자 그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한국전력에 입단한 김상기는 국내최고 세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김상기는 멋진 실력에 걸맞은 올곧은 성품의 소유자다. 항상 긍정적이고 후배들에게도 친형 같은 따뜻함을 베풀 줄 아는 선수다. 부상을 당하고도 팀이 승리하자 방긋 웃었다. 본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김상기의 마법 같은 토스로 시작될 KEPCO45의 대반격을 기대해본다.

LIG 손해보험 그레이터스 - 이경수(L)


 
[사진 = 이경수 ⓒ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LIG 손해보험의 대들보는 이경수다. 6연승을 질주한 LIG 손해보험이 1라운드의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르는 데에는 2라운드부터 이경수의 선발출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는 무릎수술의 여파로 팀에 많은 도움을 주지는 못한 이경수지만 가끔 원포인트 블로커로 출전하면서 경기감각을 되찾았고 연습을 통해 80%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김요한과 피라타, 임동규의 삼각편대와 안정된 센터진, 황동일과 하성래의 조율 속에 에이스 이경수까지 제 몫을 다한다면 LIG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 블루팡스 - 이형두(L)

삼성화재는 여전히 강했다. 빈틈없이 돌아가는 조직력은 어느 팀도 넘볼 수 없는 삼성화재의 트레이드마크이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신치용 감독은 고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빈을 보좌할 공격수가 부족하고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이 삼성화재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적임자로 이형두가 꼽히고 있다.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예전같은 고무공과 같은 탄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팀이 중요한 시점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때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레프트 공격수로 출전하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라운드 6경기를 모두 출전해서 70.83%의 놀라운 공격성공률로 보이면서 팀의 1라운드 선전에 보이지 않은 공로자역할을 했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 항상 최고였던 이형두가 삼성화재에서는 수비불안과 부상으로 인해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게다가 부상회복이 더디어지자 올해 은퇴까지 결심했던 그였기에 그의 부활은 더욱 감동적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이형두가 신치용 감독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탁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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