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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 챔피언 이강석, "최고의 단거리 선수로 남고 싶다"

기사입력 2009.11.18 08:16 / 기사수정 2009.11.18 08:1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공항, 조영준 기자]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경험 없이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많은 점이 변했어요. 월드컵 시리즈는 물론,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죠. 지난 시간에 흘린 땀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15일 새벽(한국시각),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 참가한 이강석(24, 의정부 시청)은 35.13의 기록으로 골인 지점에 들어왔다. 비교적 준수한 기록이었지만 3위에 머물며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만 했다,

500m 첫 번째 경기에서 이강석은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절치부심하며 참가한 두 번째 경기에서 이강석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비록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위를 차지한 가토 조지(34.98)와 네덜란드의 얀 스메켄(35.02)에 이어 35.12를 기록했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금메달과 은메달을 놓쳤지만, 이강석은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앞으로 남은 월드컵 대회와 올림픽 전망을 밝게 했다.

최고의 스퍼트 능력을 가진 '단거리 스케이터'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 중, 500m는 가장 변수가 많다. 세계정상을 차지하는 5~6명의 선수가 백분의 일 초를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강석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을 2번이나 제패했다. 500m 선수들 중, 가장 안정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이강석의 장점은 인 코스와 아웃 코스에 모두 능한 점이다.

"선수들에 따라 인 코스를 선호하는 선수가 있고 아웃 코스를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성향에 따라 인 코스와 아웃 코스의 편차가 심한 경우가 많죠. 그러나 다행히도 저는 인 코스와 아웃 코스의 편차가 심하지 않습니다. 어느 위치에서 시합을 해도 기록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 장점입니다"

이강석의 장점은 폭발적인 순발력에 있다. 특히, 초반 스퍼트는 '세계 최강'이라 불리고 있다. 현역 선수들 중, 100m까지의 기록에서 이강석에 앞서는 선수는 없다. 현재 남자 100m는 ISU대회에는 정식 종목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정식 종목에는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순간적인 힘'을 가진 이강석은 "올림픽에서 100m가 정식 종목이 되면 선수 생활을 더 오래하고 싶다"고 밝혔다.

막판 체력 문제와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

이강석의 신장은 176cm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m 부분에서 이강석을 제치고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모두 190대 후반의 신장이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단거리 종목일수록 신체적인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이강석은 서구 선수들에 비해 매우 작은 체격을 지니고 있지만 이러한 단점을 '순발력'으로 대체하고 있다.

이강석보다 더 왜소한 신체조건을 지닌 일본 선수들은 뛰어난 '기술'로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폭발적인 순발력으로 초반 스퍼트에서 앞서나가는 점이 장기인 이강석은 남은 400m를 원만하게 유지해나가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스피드 스케이팅은 심리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가장 뛰어난 기록을 가진 선수들은 맨 마지막 순서에 경기를 갖는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앞에 있는 선수가 뛰어난 기록을 냈을 경우,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경기를 진행하면서 조금이라도 정신력이 흐트러지면 상당수의 시간을 잃게 되는 것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기량의 향상은 물론, 자신을 제대로 다스려야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이강석은 강조했다. 또한, 빙판의 빙질도 경기에 많은 영향을 준다. 월드컵시리즈가 시작되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경기를 치른다.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링크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빙질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강석은 다행히도 2010년 동계올림픽이 펼쳐지는 밴쿠버의 링크는 자신과 잘 맞는다고 지적했다.

고독한 세계챔피언, 힘든 시련은 밀려왔지만 당당한 승자가 되고 싶다

이강석이 세계종목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3월, 이 낭보는 전 국민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3월, 온 국민의 눈과 귀는 제2회 WBC(World Baseball Classic)대회에 몰렸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세계의 강호를 연전 연파하고 결승전에 오르는 모습에 전 국민은 열광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케이터'로 우뚝 선 이강석의 소식은 묻히고 말았다. 세계 챔피언에 올랐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라는 특성 때문에 이강석의 성과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는 '동계올림픽의 남자 육상 100m'로 평가받고 있다. 순발력과 파워, 여기에 뛰어난 경기운영까지 지닌 이강석은 세계의 강호들을 모두 누르고 세계 정상에 우뚝 올라섰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알아주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이강석은 수술대에 올라야했다. 배가 심하게 아파 진단을 받았더니 맹장이 터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달에 맹장 수술을 받은 이강석은 시즌을 얼마 두지 않은 상태에서 몸에 칼을 대고 말았다. 수술의 여파로 인해 지금도 늘 부상을 안은 상태에서 시합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부상에 자꾸 신경을 쓰면 나약해지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태에서도 이강석은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 500m에서 금메달(1차 경기)과 은메달(2차 경기)을 따냈다. 또한, 2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기록은 1위 선수와 비교해 1초밖에 차이가 안 났다.

부상을 극복하고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강석은 2010년 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월드컵 4차 대회(장소 : 캐나다 캘거리)에 참가할 예정인 이강석은 스피드 스케이팅이 대중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좋은 경기를 펼치는 것은 제 개인에게도 좋지만 이 종목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명예도 중요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을 알리는 점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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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강석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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