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법정에서의 정의란 과연 무엇일까. ‘리갈하이’에서 돈만 밝힌다고 생각했던 승률 100% 변호사 진구로 인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의문이다.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의 초보 변호사 서재인(서은수 분)이 변호사가 된 이유는 아마도 변호사법 1조1항 ‘사회 정의 실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언제나 정의를 앞세우고, 거액의 수임료에만 눈독을 들이는 고태림(진구)을 속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서재인의 생각은 각기 다른 소송을 맡으며 조금씩 깨지고 있다. 고태림의 주장처럼, “인간이 100명이면 정의도 100개, 다 지께 맞다고 우겨대는 아사리판이 바로 법정”이기 때문이다. 서재인이 스토커라 생각했던 의뢰인의 변호를 맡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바생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을 때만 해도 서재인에게 정의는 죄 없는 사람을 변호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고태림에게 항소심을 맡기기 위해 변호사 인생 15년을 저당 잡히고, 재판을 뒤집을 형사 취조 녹화 CD를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까지, 재판을 승리로 이끈 이유도 피고인 김병태(유부빈)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그녀가 발견한 것은 사건 현장 근처에서 김병태로 보이는 사람이 찍힌 영상이었다. 서재인이 받은 충격을 감지했는지, “왜? 살인자 풀어줬을까 봐 겁나나?”라고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진 고태림. 이어 “살인자건 아니건 상관없어. 검찰 측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지. 그래서 무죄가 된 거고, 그게 법이야”라며 “우린 신이 아니야, 그저 변호사일 뿐이라고, 진실이 뭔지 알 턱이 없지”라고 말했다. 진실이라 믿었기에 정의 실현을 위해 항소심을 맡았던 서재인이 처음으로 깨진 순간이었다.
이후 직원들에게 동물 코스프레를 하게 해 파업중인 육가공 회사 대선그룹의 변호를 맡은 고태림. 파업 참가자 중 불륜, 횡령 등 문제가 있는 직원에게 사전 합의를 제안했고, 스파이를 심기도 했다. 서재인은 이번에도 고태림을 악덕 수임을 맡아 다른 사람 약점이나 파헤쳐 이용하고 사람들을 이간질하는 변호사라 생각했다.
이번에도 서재인의 생각을 깨트린건 고태림이었다. 고태림이 직원들과 회사의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회사 대표가 과거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본인도 동물 코스프레를 해가며 본사를 설득했고, 파업 참가자 대표가 과장 승진을 보장받고 경영진을 몰아내기 위해 앞장서왔다는 증거를 공개한 것이다.
사측은 무조건 갑질하는 악덕 기업이고 직원들의 요구는 정의라고 생각했던 서재인에게 고태림은 “정의란 슈퍼맨 등장하는 히어로 영화나 초등학생들이나 보는 3류 만화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며, “네가 정의가 어쩌고 하는 건 아랫사람 깔보는 동정에 지나지 않아, 그저 약자로 보이는 가엾은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기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야, 그걸 잊는 순간 넌 변호사 자격 상실이야”라며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대해 설파했다.
고태림의 말처럼 진실과 정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닐 수도, 신만이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방영 전 배우 서은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옳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라고 밝히며, 정의에 관한 인문학 강연을 찾아봤다고 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고태림으로 인해 정의에 대해 돌아보게 된 ‘삐약삐약 병아리’ 변호사 서재인은 스스로 변해가고 있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서재인이 고태림과 함께 일하며 보고 배운 것들로 인해 어떤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장해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리갈하이’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1시 JTBC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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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