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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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두 번째 공개 김연아 프로그램, 주목해야 할 것들

기사입력 2009.11.14 15:34 / 기사수정 2009.11.14 15: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가 올림픽 시즌에 공개한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가 두 번째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그랑프리 피겨 스케이팅 5차 시리즈인 'Skate America'가 눈앞에 두고 있는 김연아는 실전 경기를 앞두고 막판 조율을 하고 있다.

지난 그랑프리 1차 대회인 '에릭 봉파르'에서 초연된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보고 많은 이들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첫 번째로 공개되는 작품이 너무나 완벽하게 완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며 210점대의 경이적인 점수를 기록한 김연아는 시즌 두 번째 무대에서 자신의 새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연기한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첫 공개 때, 이미 완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여전히 진화 중인 상태에 있다. 피겨 스케이팅 시즌 초반은 선수들이 자신의 새 프로그램에 적응해 나가는 시기다.

기술 요소의 구성에 적응하고 새 프로그램의 안무와 곡 해석을 이해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스케이터들의 과제다. 현존하는 스케이터 중, 가장 '비범한' 스케이터인 김연아는 이러한 과정을 순식간에 습득했다.

새 프로그램은 최고의 작품을 연기하면서 얻은 집대성

'에릭 봉파르'에서 공개된 김연아의 새 쇼트프로그램인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었다.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수행했지만 PCS(프로그램 구성요소)는 2008-2009 세계선수권에서 연기한 '죽음의 무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처음으로 공개하는 연기에서 이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는 점은 경이적인 일이었다. 특히, 기술적 요소보다 표현력과 작품 해석에 적응하는 점이 시간이 많이 드는 편이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물론,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가 무서운 이유는 PCS에서 상당부분 발전될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Skate America'가 벌어지는 미국 레이크 플레시드에 도착해 현지 적응 훈련 중인 김연아는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으로부터 새 프로그램의 표현력을 살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의 기술적 완성도는 상당부분 갖춰졌다. 시즌을 진행하면서 작품의 표현력을 높여 더욱 점수를 끌어올린다는 점이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의 전략중 하나다.



김연아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과 맞지 않는 프로그램을 연기해 한 시즌을 허비하면 잃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작품을 일관적으로 연기해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최고 수준의 연기를 펼치게 됐다. '록산느의 탱고'에서 얻은 경험은 '죽음의 무도'로 이어졌고 '종달새의 비상'과 '미스 사이공'을 연기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이란 대단한 작품으로 이어졌다.

딱 한 번만 공개된 김연아의 롱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기술 구성과 세련되고 깊이 있는 안무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에릭 봉파르'에서 트리플립을 뛰지 않으면서도 최고 점수를 얻었던 점은 작품 자체가 지니는 기술적 요소와 안무 등이 최고 수준에 있었기 때문이다.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가 짧고 강렬한 '소규모 오케스트라'라고 본다면,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장중한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스텝과 안무에 이어지는 점프, 여기에 작품의 여백을 채우는 세련된 안무는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200점 돌파도 중요하지만 김연아가 증명하는 '피겨 의미'도 만끽해야

피겨는 채점의 결과로 승부가 엇갈리는 종목이다. 최고의 점수가 나왔을 때, '키스 앤 크라이존'에서 선수가 환호하는 모습은 피겨 스케이팅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연아의 연기는 이 수준을 초월해 있다. '피겨 스케이팅'이 지니는 모든 매력을 김연아는 빙판 위에서 증명하고 있다.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 특정 기술에 대한 메리트가 확연하게 없어진다. 김연아에게 늘 따라다녔던 '트리플 악셀의 부재'가 얼마나 무의미했는지는 이미 김연아의 경기를 통해 나타났다. 스케이트를 제대로 타는 선수는 '피겨의 진정성'에 녹아든다. 그러나 특정 기술이 자신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걸어가야 할 방향을 잃게 된다.

이번 시즌에 나타나고 있는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의 추락은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또한, '쿼드러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는 안도 미키(21, 일본)도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번 우승했지만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연아가 다른 스케이터들과 다른 점은 이 부분에서 나타난다. 김연아는 특정 기술과 점수에 의미를 두지 않고 늘 '피겨 스케이팅 자체'에 전념해 왔다. 김연아가 꾸준하게 옯은 길을 걸어가고 있었지만 특정 기술에 대한 언급은 너무나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늘 그랬듯이 빙판 위에서 모든 것을 증명했다. 이번에 두 번째로 공개되는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와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피겨의 진정성이 녹록하게 배어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작품을 좀 더 갈고 닦아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 것이 김연아의 목표이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대회를 앞두고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의미를 두는 말을 남겼다. 이유는 프로그램 자체가 완벽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피겨의 참맛을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 김연아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인드를 볼 때, 신기록 달성과 순위 결정은 늘 '2차적인 문제'였다. 김연아가 최고의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집중하고 빙판에 나가면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는데 늘 전념했기 때문이다.




[사진 = 김연아 (C) IB 스포츠 제공,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김혜미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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