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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남경주X송일국X최정원X이지하, 믿고보는 블랙코미디[종합]

기사입력 2019.02.19 17:29 / 기사수정 2019.02.19 17:3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대학살의 신’이 같은 캐스트로 2년 만에 돌아왔다.

연극 '대학살의 신'이 2017년에 이어 동일 캐스팅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토니 어워즈(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올리비에 어워즈(최우수 코미디상)과 대한민국 연극대상(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여우주연상)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1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아이의 앞니 두 개가 부러진 것을 계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소년의 부모 알렝과 아네뜨, 미셸, 베로니끄는 세상 누구보다 고상하게 만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이지만 이성과 교양, 똘레랑스를 갖고 대화를 나눈다. 순조롭게 화해하는 듯 하지만 조금씩 신경전을 펼치고 서로를 비꼰다. 결국 삿대질과 막말이 오가는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지적이지만, 알고보면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면을 지닌 인간의 본성을 풍자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교양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지만, 민낯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대학살의 신'은 인간의 이런 이중적인 면을 꼬집는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알렝 역의 남경주는 "연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네 사람이 이번 공연에 같은 캐스트로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공연하게 됐다.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공연이고, 그러려면 네 사람이 친밀해야 한다. 2017년에 돈독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에 더이상 친밀함에 시간을 쏟지 않아도 돼 같이 하게 됐다. 가장 우려한 건 네 사람이 호흡이 잘 맞았고 공연이 잘 됐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공연을 잘 알고 웃음 포인트를 잘 알아서 최대한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하지 말자, 모든 걸 다 걸자 했다"고 밝혔다.

또 "주제 전달을 하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다. 배우에게 맡겨진 임무를 얼마나 명확하게 드러내느냐에 따라서 네 사람의 앙상블이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것 같다. 주제 의식을 주려고 애를 쓴다면 관객이 재미없게, 지루하게 볼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현재의 우리가 올바르게 설 자리가 어디이고 어떻게 하는 게 지혜롭게 살아가는가,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는 어디인가 등을 깊이 성찰할 수 있다고 본다. 실컷 웃으면서 마지막에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거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건 연출적인 입장이고 배우는 인물이 가진 허영심, 위선, 이기적인 모습,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드러나게 보여주는 게 임무다. 지난번에 감정적으로 했던 것을 이번에는 이성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정원은 "블랙 코미디 장르다. 위선과 가식으로 시작하지만 속마음, 진심을 술에 취할 때 나오는 모습을 통해 아이보다 유치하고 폭력적인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표현하려 했다.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할까 생각하게 하는 좋은 철학적인 작품이다. 역할을 온전히 잘 표현하는 게 목표였다. 연습하면서 끊임없이 단합했다. 팀워크는 최상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구토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연습할 때부터 힘들었다. 베로니끄가 만들었다는 사과와 무로 만든 파이는 실제로 맛있는데 공연이 시작되면 역겹고 맛 없다. 속이 울렁울렁한데 이 모든 난관을 벗어나 샤워하고 쇼핑 가고 싶은데 해결되지 않아 식은땀도 나는 그런 감정을 끄집어내는 게 세 배우 덕분에 잘 표현된다. 마지막까지 똑같은 토가 나오는 게 목표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정원은 "초연 때는 열정만 가득했다. 다시 대본을 들여다보고 작업하면서 가식 안에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마음이다. 초연 때는 진심이 약했다. 진심으로 양쪽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확고해 나오는 에너지가 달랐다. 하면 할수록 내가 이 작품을 했었나 할 정도로 대본이 달리 보인다. 더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고 자신했다.

베로니끄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이지하는 "2년 전에도 공연했지만 다시 연습하면서 그때 내가 모르고 있던 게 많았구나 했다. 연습과 공연의 과정을 거치면서 앙코르를 통해 더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돼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이라는 게 확실히 끝이 없다. 미처 모르는 어떤 게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 공연까지 더 찾아가보겠다"고 말했다.

이지하는 "원래는 술을 못 마시는 캐릭터인데 자신의 본성을 가감없이 드러내게 된다. 연습하면서 마지막에 대사를 까먹은 순간이 있었다. 연기하다가 스스로 너무 추한 것 아냐라는 생각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라는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로 가고 있다. 작년에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많고 힘들었다. 그때 남편이 '네가 평생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지은 죄를 생각해봐라. 지금 받는 스트레스는 아무것도 아닐 거다'라며 위로하더라. 혓바닥과 몸으로 총탄을 날려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웃었다.

'대학살의 신'으로 첫 소극장 연극에 도전했던 송일국은 2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2017년 공연 이후 프랑스에서 1년여의 시간을 보낸 바 있다. 송일국은 "살면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작품 만나기 힘들것 같다. 연습할 때, 또 무대 위가 그만큼 행복한 작품"이라며 추켜세웠다.

미셸을 연기하는 송일국은 "2017년 공연 때는 뭔지도 모르고 소리만 지르다 끝났다. 선배들이 배우가 우는 연기와 웃는 연기만 되면 반은 된거라고 했다. 웃는 연기를 우습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웃는 게 우는 것보다 어렵다. 공연 예술에서 잔뼈가 굵은 세 배우다. 내가 어떻게 쫓아가겠냐. 세 배우보다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연극 '레드'의 연출이자, 뮤지컬 '원스', '시카고', 연극 '피카소의 여인들' 등의 김태훈이 연출을 맡는다.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출연한다. 3월 24일까지 공연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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