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1.10 22:52 / 기사수정 2009.11.10 22:52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우승 경쟁자 첼시에 0-1로 패하면서 리그 3위로 떨어졌다. 한 경기 덜 치른 2위 아스날과는 승점 25점으로 동률이지만 골 득실에 뒤져 3위로 한 단계 순위가 하락했다.
올 시즌 가장 꾸준한 경기력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첼시와의 경기, 장소는 '원정팀의 무덤' 스탬포드 브릿지. 게다가 수비의 핵 네마냐 비디치와 리오 퍼디난드까지 결장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결에서 맨유의 승리를 예측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맨유는 올 시즌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시즌 내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사실 맨유의 팬들도 맨유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결과적으로 패했지만 맨유의 전술은 첼시가 자랑하는 다이아몬드 미드필드를 충분히 깰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웨스 브라운과 조니 에반스의 수비는 절정을 자랑하는 디디에 드록바와 니콜라스 아넬카 투톱을 무력화시켰고 중원 대결에서도 맨유가 오히려 앞서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열세에도 맨유는 첼시를 상대로 우위를 점했고 운이 좋았다면 승리는 맨유가 가져올 수도 있을 법한 경기였다. 하지만, 맨유는 (다소 불운한 실점이었지만)패했고 그 이유는 맨유에는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빅4와의 맞대결에서 필드골 '0'
맨유는 현재까지 빅4와의 대결을 한 차례씩 끝마친 상태다. 성적은 좋지 못하다. 맨유는 3번의 대결에서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만 승리를 거뒀을 뿐 리버풀과 첼시에 연달아 패하며 빅4와의 맞대결에서 1승2패로 부진한 모습이다.
물론,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에도 빅4와의 대결에서 부진했다는 점과 패했던 리버풀과 첼시와의 경기가 원정경기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팀을 만나면 무뎌지는 창끝이 걱정이다.
맨유는 리버풀과 첼시의 골문을 가르지 못했으며 아스날전에서 2득점은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 골과 아부 디아비의 자책골이었다. 즉, 3경기 동안 맨유는 필드 골(디아비의 자책골 제외)을 단 한 골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진의 책임은 당연하게도 핵심 공격수 루니에게 향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루니는 가치를 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이다. 공수조율이 뛰어나며 성실한 수비 가담으로 팀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현재까지 7골을 기록하며 득점 4위에 올라있어 득점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감싸주지는 못한다.
창의성이 아닌 교과서
16세의 나이로 아스날의 전설적인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을 농락하는 골을 터트린 웨인 루니는 곧바로 잉글랜드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경기를 읽는 능력을 갖췄고 스피드와 파워 그리고 드리블 돌파까지 고루 갖춘 최고의 재능이었다.
그리고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잉글랜드 선수로는 드물게 창의적인 선수라는 점이었다. 잉글랜드인으로서는 폴 개스코인과 조 콜 정도에만 허락되었던 '창의적인'이란 형용사가 루니에게도 불리었고 루니는 관중은 물론 같은 선수들까지도 놀라게 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루니는 공을 잡을 때면 많은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루니에게서 창의적인 공격을 볼 기회가 많이 줄었다. 때때로 눈을 의심하게 하는 플레이를 선보이곤 했지만 이마저도 해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다. 언젠가부터 루니는 패스를 해야 할 때 패스를 하고 슛을 해야 할 때 슛을 시도한다. 그리고 드리블이 필요할 때 드리블을 하게 되었다. 즉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가 줄어들었다.
키핑력이 워낙 뛰어나 쉽게 공을 빼앗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위협적인 장면을 자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슛 타이밍도 상대 수비에 읽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요즘 루니의 슈팅이 수비수의 몸에 맞고 나오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골문으로 향하는 정확한 슛이라는 뜻도 되지만 수비수에게 타이밍을 읽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나설 때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하는 루니는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그동안 팀 전술의 희생양이 되었다. 희생양이라는 표현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부정할 수만도 없는 사실이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루니의 다재다능한 능력이다.
호날두의 존재가 가장 큰 이유지만 뛰어난 전술 이해력으로 루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에서 빛을 내지 못하고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호날두의 조력자 역할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최후방 깊숙이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활동량과 수비력으로 루니는 전술적으로 수비에도 적지않은 임무를 부여받았고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판 니스텔루이와 호흡을 맞추며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나선 04/05시즌과 05/06시즌에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루니는 판 니스텔루이의 이적과 함께 자신의 주 포지션을 잃었고 그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성장이 한 발짝 뒤처지게 되었다.
맨유라는 팀의 입장에서는 루니라는 존재는 전술변화가 더욱 이롭게 해주며 어디서든지 제 몫을 해주는 든든한 재원을 얻게 되었지만 루니 개인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 이유가 되었다.
고비 때마다 찾아온 부상
루니는 버밍엄 시티와의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초반 6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골감각을 이어갔다. 호날두의 이적으로 득점력이 하락한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부상이 가로막았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잘나가는 순간 부상을 당한 루니는 컨디션 회복에 시간이 걸렸고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는 데는 무려 40여 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 왔다는 것이다. 17세의 나이로 유로2004에서 4경기에서 4골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루니는 포르투갈과의 8강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되었고(결국, 잉글랜드는 패했다.) 잠시 슬럼프를 겪었다.
또한, 판 니스텔루이와 최고의 호흡을 보이며 절정의 기량을 보일 당시 첼시와의 경기에서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태클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결국, 잉글랜드는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또 한 번 포르투갈에 패하며 눈물을 삼켰고 이는 루니의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렇듯 루니는 연속 골 행진을 벌이다가도 부상으로 상승세가 꺾이며 절정의 기량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고 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어린 선수에게는 크나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맨유의 에이스가 될 것인가
루니는 마르첼로 리피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명장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선수임이 틀림없다. 루머에 불과하지만 최근 스페인 언론에서 바르셀로나가 호날두보다 많은 이적료를 지급하면서까지도 영입하겠다는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베르바토프와의 호흡이 아직 매끄럽지 못하지만 루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정확히 말하면 포지션과 함께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과연 루니가 맨유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그렇다.", "아니다."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루니는 이제 갓 24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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