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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그라운드의 마술사' 지단

기사입력 2009.10.29 23:15 / 기사수정 2009.10.29 23:15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21세기 최고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이 방한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지단은 29일 오후에 열리는 '유소년 축구 대회' 다논 네이션스컵의 글로벌 홍보대사로서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축구 꿈나무들과의 만남을 위해 방한한 지단은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란 명성에 걸맞게 많은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그렇다면, 지단은 현역 시절 어떤 선수였을까?

지난 2006년 7월 9일, '아트 사커' 프랑스와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2006 FIFA 독일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는 희비가 교차했다. 조별 예선 G조에서 안 좋은 경기력과 집중력 부족 때문에 우승 후보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프랑스가 지단의 발끝에 담긴 신들린 플레이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이 날 경기의 주인공은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이탈리아였다.

하지만, 이 날 경기 전까지 그라운드와의 작별을 앞둔 노장 지단은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로 대표되는 내로라하는 강 팀을 상대로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처럼 프랑스 대표팀의 선전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그가 결승전에서 마르코 마테라찌와 일어난 불미스러운 박치기 사건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그의 맹활약을 잊게 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월드컵 우승이란 기쁨에 취한 사이, 지단은 필드와 작별했다.

1972년 6월 23일 마르세유 교외 인근의 작은 마을 가스뗄라네에서 프랑스 축구의 영웅이 탄생했다. '알제리계 이민자' 아버지를 둔 소년은 가난한 유년기 때문에 축구공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동네 아이들과 공놀이를 즐기며 자신의 재능을 드러낸 소년은 창의적인 발재간을 바탕으로 우월한 축구 실력을 과시. 14살 때 '프랑스 1부 리그' AS 칸의 스카우터에 레이더망에 잡히며 본격적인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지롱댕 보르도로 이적한 소년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거함 AC 밀란과의 1995/1996 UEFA컵 8강전에서 원맨쇼를 선사. '이탈리아 세리에 A 최다 우승'팀 유벤투스로 이적한다.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선수는 바로 지단이다.

이적 후, 그는 유벤투스의 스쿠데토 탈환에 큰 이바지를 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축구 황제' 호나우두를 보유한 브라질과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난적' 브라질을 상대로 2번의 헤딩 골을 성공. 바야흐로 지단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벤투스에서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성공하지 못한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기며, 이적 첫 시즌에 자신의 꿈을 이룬다. '2001-2002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바이에른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발리킥에 성공한 지단은 4년 전 이룬 꿈을 또 다시 재현하고자 한국 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조국 프랑스는 조별 예선 무득점이란 극심한 부진 속에 1무 2패를 기록. 일찌감치 탈락하게 되었으며 지단은 개최국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대표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이후 프랑스는 암흑기에 도래하게 된다. 지단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유력시된 유로2004에서 우승팀 그리스에 덜미를 잡히며 8강에 만족해야 했다. 2006 FIFA 독일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지단의 공백 탓에 부진하며 예선 탈락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부진에 대한 해법으로 프랑스는 지단을 대표팀에 재합류시키는 의지를 드러내며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지단의 합류 이후, 본 궤도를 찾은 프랑스였지만 월드컵 본선은 만만치 않았다. 조별 예선 2경기에서 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은 프랑스는 지단이 빠진 토고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사. 2-0 승리를 기록하며 우승후보 스페인과의 16강전을 맞이하게 된다.

애초, 스페인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우크라이나, 튀니지, 사우디 아라비아를 연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며 대회 우승후보로 부상한 그들과의 대결에서의 승리는 프랑스보다 스페인에 가까워보였다. 이러한 예상을 비웃듯이 지단의 프랑스는 3-1 완승을 하며 8강행을 확정 짓는다. 하지만, 8강 전에서의 상대는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이었다.

지단에게 있어서 브라질과 프랑스의 8강전은 최고의 경기였다. 그는 부상과 나태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선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로 뛰어난 드리블과 능숙한 지휘 능력으로, "축구는 역시 아트 사커다"라는 칭호가 아쉽지 않을 만큼 맹활약했다. 경기 직전, 브라질의 파헤이라 감독이 지단과 마라도나를 비교하며 그에 대한 대인 방어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그의 견해는 큰 오산이었다. 이 날 지단이 선사한 축구는 예술 그 자체였다.

지단은 축구 선수지만 예술가에 가깝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손끝으로 농구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농구 코트를 누렸다면, 지단은 발끝을 통해 능수능란한 드리블을 선사한다.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속도 축구를 하진 않지만 그의 화려한 드리블은 간결하면서도 우아하다. 게다가 그는 월드컵 우승과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모두 이룩한 우승 청부 사이다. 조국 프랑스의 사상 최초 우승과 레알 마드리드의 통산 9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지단의 발끝에 의해 이뤄졌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지단은 그라운드와 이별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예술이란 영역에 대입시킨 지단의 플레이는 황홀함 그 자체였지만 이제는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추억이 되었다. 자신의 동료를 위해 안전하게 볼을 운반하는 능력과 상대 수비수들의 넋을 놓는 그의 드리블은 평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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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단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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