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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실전을 즐길 줄 아는 자의 자신감

기사입력 2009.10.09 16:55 / 기사수정 2009.10.09 16:5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주니어 그랑프리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현재, 시니어 그랑프리 무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세계정상급의 스케이터들은 숱한 화제를 뿌리면서 비시즌을 보내왔다.

그러나 정작 여자 싱글 세계챔피언인 김연아(19, 고려대)는 조용하게 비시즌을 보냈다. 올림픽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그릇된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프로그램 완성에 집중하기 위해 훈련에만 전념해왔다.

지난 7일, 김연아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언론에 자신의 근황을 공개했다. 자신의 전지훈련 장소인 캐나다 토론토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링크에서 막바지 훈련에 몰입하고 있던 김연아는 "지난 시즌보다 준비가 더욱 완벽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평소에 무척 말을 아끼고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확실한 신념이 보일 땐, 숨기지 않고 자신감을 표명해왔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그리고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은 이미 ‘아이스올스타즈’가 벌어졌던 지난여름부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점수 계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완성도'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바뀐 규정에 대해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GOE(가산점)을 많이 받을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연아 역시, 지금까지 특별한 규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모든 규정은 자신이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려는 듯, 김연아는 어느 규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에 가진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새 프로그램의 기초점수에 대한 질문에 김연아는 "계산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새 프로그램의 요소는 모두 중요하다. 이것들을 충실히 연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답변했다.

피겨 스케이팅은 기술요소의 합산으로 점수가 매겨진다. 그러나 '수학 놀음'이 피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높은 점수도 '완벽한 연기'가 이루어지지 않을 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김연아는 스스로 밝혔듯 프로그램 요소의 점수를 일일이 계산하고 빙판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러한 버릇은 오히려 연기에 대한 집중력에 방해로 작용한다. 높은 점수는 어디까지나 '완벽한 연기' 이후에 나오는 것이다.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는 점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늘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강조해왔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요소를 완벽하게 수행하면 가산점이 매겨진다.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 김연아는 "점프 사이에, 스텝을 넣어서 많은 가산점을 받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점프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활주와 도약이다.

완성도 높은 점프를 위해 시도하는 활주와 도약은 매우 중요하다. 이 상황에서 스텝을 추가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미 이러한 시도를 해왔었고 더블 악셀 앞에 이너바우어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김연아의 관심은 '점수 계산'에 있지 않았다. 김연아가 집중한 것은 기술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 가산점을 얻고 프로그램의 질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뛰어난 스케이터들은 '특정 기술'보다 '프로그램 자체'에 집중을 해왔다. 한편의 작품을 완성하고 있던 김연아는 시즌이 다가오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김연아와 오서, 그리고 윌슨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낼 수 있었다.

실전에서 강해지는 방법, '떨지 말고 즐겨라'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스포츠 선수들에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기를 제대로 즐기는 선수는 드물다. 2분, 혹은 4분의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이 결정되는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실전 경기에 들어섰을 때, 밀려오는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피겨 선수들은 실전에서 강해지기 위해 여러 가지 훈련을 받는다. 실전을 연습처럼 생각하면서 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집중력을 최대한 높이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지난 시즌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을 앞둔 김연아는 "빨리 새 프로그램을 모든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습도 즐길 줄 알지만 진정으로 실전을 좋아하는 선수들은 대회가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실전 자체를 즐기고 관중의 갈채를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김연아를 심판석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온 고성희 국제심판은 "링크에 선 김연아의 모습을 보면 실전을 제대로 즐기면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기술이 좋지만 예술성이 부족한 선수는 딱딱한 느낌이 난다. 반면, 기술이 부족한 선수는 연기력으로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김연아는 기술과 예술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모습이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대회가 임박하면 여러 가지 문제로 선수들이 흔들리게 되는데 김연아는 이것마저 이기는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이 보인다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새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쉽게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회를 앞두고 나타난 김연아의 자신감은 실전을 즐길 줄 아는 장점과 미래를 준비해온 노력에서 기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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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김세훈 기자, 전현진 기자,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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