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08 17:13 / 기사수정 2009.10.08 17:13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5일 저녁(한국시각), 한국은 중국을 세트스코어 3-1로 누르고 '제15회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선수 구타 사건의 충격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나름대로 값진 성과였다.
사기가 떨어진 팀을 이끌고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 차상현 감독대행의 공로도 컸다. 또한, 국가대표 '주포'로 활약한 문성민(터키 할크방크)과 박철우(현대캐피탈)를 대신했던 김요한(LIG 손해보험)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공격수로 부상하며 득점상과 서브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남자배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발견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패를 기록했다. 한국의 발목을 잡은 팀은 일본과 이란으로 결승에 진출한 팀들이었다. 일본과 이란이 한국에 가장 앞서있던 부분은 공격수들의 ‘빠른 스윙’과 세터의 '빠른 토스'였다.
이란의 '명 세터'인 마루프는 전광석화 같은 빠른 토스로 이란을 지휘했다. 높이와 파워가 좋은 이란의 공격수들은 스피드까지 더해 위력적인 공격을 구사했다. 또한, 4강에 진출한 팀들 중, 가장 신장이 작았던 일본은 한국과 이란을 연파하며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일본대표팀의 전임감독인 우에다 다쓰야는 '빠른 플레이'를 강조해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남녀대표팀은 '1초 배구'를 표방하며 상대편보다 빠른 플레이를 펼치려고 노력했다.
일본과 이란은 늘 세계배구의 흐름에 시선을 고정하고 팀을 완성해왔다. 그러나 국내리그에 치중해있던 한국은 세계배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말았다.
8강 1차전까지 승승장구한 한국은 일본을 만나자 급격히 흔들렸다. 예선에서 상대한 선수들에 비해 훨씬 빠르고 탄탄한 조직력을 구사하는 일본의 플레이는 한국의 블로킹을 농락했다.
일본의 세터인 아베와 우사미는 리시브로 올라온 볼을 손으로 감지 않고 그대로 쳐서 토스를 올렸다. 매우 빠르게 날아가는 토스는 시미즈 구니히로와 이시지마 '고츠' 유스케, 그리고 후쿠자와 타크야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들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스윙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직선으로 날아가는 빠른 토스를 기반으로 한 '스피드' 배구에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무엇보다 양쪽 사이드로 날아가는 토스는 중앙 미들 블로커들이 쫓아가지 못했다. 블로커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는 공격은 월드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세터의 기량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세터인 강혜미(전 현대건설)는 한국 남녀배구를 통틀어 가장 빠른 토스를 구사했었던 세터 중 한 명이다. 그는 빠른 토스를 기반으로 한 배구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볼을 손바닥으로 감지 않고 바로 공격수에게 올리는 토스를 배웠다. 만약, 볼을 손바닥으로 감으면 코치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었다. 국가대표가 됐을 때, 당시 감독님이셨던 김철용 선생님도 이런 토스를 주문하셨다. 빠른 토스에 공격수들이 적응하면서 한국여자배구팀은 가장 빠른 팀으로 다른 팀에게 인식됐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국은 3-0으로 패했지만 매 세트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의 승자는 늘 일본이었다. 리시브 이후, 세터로부터 공격수에게 이어지는 '시간의 차이'가 두 팀의 명암을 엇갈리게 했다.
일본마다 몇 박자 느리게 이루어지는 한국의 공격을 일본은 손쉽게 차단했다. 그리고 전광석화같이 이루어지는 일본의 역습은 승부를 결정짓는 포인트로 이어졌다. 평범한 오픈 공격으로 주 공격수에게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친 한국은 김요한에게 더더욱 의지하게 됐다.
아시아의 강호로 우뚝 선 일본과 이란의 특징은 '스피드 배구'에 적응됐다는 점이다. 특정 공격수에게 의존하고 높고 안정된 토스를 추구하는 배구만을 고집한다면 한국 배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근래에 들어서며 한국배구는 남녀 모두, 장기간동안 일본배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수층의 저변을 생각할 때, 일본이 가진 풍부한 인프라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늘 국제대회에 시선을 고정하며 세계배구의 흐름을 쫓아간 일본에 비해 한국은 이러한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배구의 추세인 '스피드'를 따라잡는 것이 한국배구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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