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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은반 위의 무도] 안도 미키를 이끌어주고 있는 남자, 모로조프

기사입력 2009.10.01 17:15 / 기사수정 2009.10.01 17:1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2009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지난 3월, 미국 LA에 위치한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렸다. 현존하는 최고의 스케이터인 김연아(19, 고려대)가 진정한 '피겨 여왕'으로 등극하는 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또 한 명의 스케이터가 있었다.

시즌 도중,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을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한 안도 미키(22, 일본)는 첫 시험 무대가 된 2008-2009 그랑프리파이널에서 출전 선수 6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상에 시달렸던 2008년 이후로 추락의 길을 걷던 안도 미키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의 부진으로 인해 일본 팬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나 시즌을 총결산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안도 미키는 시즌 도중에 새롭게 바뀐 '까미유 생상의 피아노 협주곡 오르간'에 맞춰 최상의 연기를 펼쳤다. 2008-2009 세계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보여준 안도 미키는 2007년 세계챔피언에 오를 때보다 더욱 안정된 모습이었다.

트리플 러츠 + 더블 룹을 깨끗하게 랜딩한 안도 미키는 더블 악셀에 이은 트리플 토룹과 트리플 살코, 트리플 토룹, 그리고 더블 악셀 등을 모두 성공시키며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스핀를 비롯한 나머지 기술들도 안정감이 넘쳤다.

약점으로 지적받은 표현력도 한걸음 전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연아와 함께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은 안도 미키는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코치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피겨 스케이터 출신인 니콜라이 모로조프(33,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크게 명성을 떨친 스케이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코치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29, 일본)와 전 남자싱글 세계랭킹 1위였던 다카하시 다이스케(23, 일본)를 지도한 바 있는 그는 일본 피겨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피겨 최고 기대주였던 안도 미키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주니어 시절, 안도 미키는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쿼드 살코를 성공해 일본 피겨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올림픽 실패 이후, 부진의 늪에 빠진 그녀는 침체 국면을 맞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도 미키의 손을 잡아준 이가 바로 모로조프였다. 그는 안도 미키의 점프를 가다듬고 완성도 높은 안무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땀의 결실은 2006-2007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맺어졌다.

추락하는 안도 미키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모로조프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까지 안도 미키를 책임지게 됐다.



여기서 모로조프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안도 미키의 단점인 플립 점프의 교정과 나머지 부정확한 점프를 다듬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사다 마오(19, 일본)가 시즌 도중에는 점프를 쉽게 고칠 수 없다며 미룬 것과는 대조적인 결정이었다.

한번 들인 버릇을 고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점프를 다듬기로 결정한 안도 미키는 곧바로 부진에 빠졌다. 거듭된 점프 실패는 자신감 결여로 이어졌고 어느 때부터 '세계챔피언'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계속되는 점프의 실패와 자신감 상실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2007-2008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을 소화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권을 선언한 안도 미키는 '지는 해'처럼 빛을 잃었다.

2008-2009시즌을 준비하면서 안도 미키는 "한해의 절반 이상은 매일 눈물을 흘리며 보냈다"라고 고백했다. 부상의 극복과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는 문제는 그녀가 풀어야 할 '제기의 과제'였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끈을 푸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가 바로 모로조프였다. 뛰어난 피겨 코치이자 안무가이기도 한 그는 안도 미키가 지닌 '여성적인 미'를 '성숙한 표현력'으로 완성하려고 노력했다.

모로조프는 기술 구사에만 급급해 손과 발 등이 따로 놀던 안도 미키에게 '연기'란 이름의 드레스를 선사했다. 또한, 잘못된 점프를 다듬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편안한 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한 모로조프의 선택은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결실로 맺어졌다. 물론, 안도 미키가 구사하는 점프는 정확성과 비거리, 탄력 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은 아니다. 또한, 표현력은 아직까지도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 탁월하지 못하다.

그러나 예전에는 없었던 '안정성'을 갖추고 안도 미키는 다시 돌아왔다. 월등한 기량 차이로 다른 선수들을 제친 김연아와 고른 기량을 갖춘 조애니 로셰트 다음으로 안도 미키는 3위를 차지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근, 이혼 경력이 세 번이나 있는 모로조프가 안도 미키와 특별한 관계라는 스캔들이 터졌다. 하지만, 현재는 동거관계에 대해 당사자들이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단체 종목의 사제관계보다 피겨 스케이팅처럼 개인과 밀접하게 접촉하며 지내는 종목일 경우, 사제지간의 '정'은 더욱 각별해진다. 사제관계가 각별한 국내 피겨 선수들 중, 피겨 코치를 가리켜 '제2의 엄마, 혹은 아버지'로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로조프가 안도 미키를 지도자로서 훌륭하게 이끌어줬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안도 미키의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인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모로조프의 탁월한 솜씨가 묻어 있는 작품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안도 미키는 점프에 연연하지 않고 온몸을 다해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또한, 연륜이 쌓이면서 얻어지는 노련한 몸짓을 모로조프는 충분히 살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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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안도 미키 (C) 엑스포츠뉴스 = 강운 기자, 전현진 기자, 한만성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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