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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김병우 감독 "'PMC: 더 벙커', 관객과 캐릭터가 친구가 되는 과정"

기사입력 2019.01.09 18:35 / 기사수정 2019.01.09 18:27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2013년 여름 '더 테러 라이브'로 55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인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김병우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영화 'PMC: 더 벙커'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2월 26일 개봉한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2017년 8월 촬영을 시작해 12월 크랭크업이라는 촬영 기간 이전에도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영화를 위해 공을 쏟아온 김병우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열렸던 지난 달 언론시사회 전날까지 작업을 이어갔던 일을 떠올리며 "약간 뭉클한 마음도 있고 서글픈 마음도 있었죠"라고 운을 뗐다.

"정을 붙이던 아이가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그 전까지는 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것이 아닌듯한 공허함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관객 분들의 것이죠.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또 다른 면으로는 거리감을 느끼시진 않을까 걱정하는 부분도 있어요."

영화는 2024년의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김병우 감독은 5년이라는 준비 기간, 또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시선까지 모두 고려하며 "처음에 세팅할 때부터 '몇 년 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를 고려해서 준비했죠"라고 말을 이었다.

"초반에 나오는 뉴스 내용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무슨 일이 있어서 이 작전이 시작됐는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거든요. 약간 시각적으로 집중해야 되는 타이밍들이 좀 있죠. 눈동자들을 좀 많이 움직여야 하는 부분들이요"라고 미소 지은 김병우 감독은 "그래서 영화 시작 초반에 관객들에게 안구 근육의 준비운동을 시켜드려야 이후의 장면들과 자막들까지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구성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PMC'는 Private Military Company의 약자로, 전투와 무기를 제외한 물품이나 용역을 군대에 공급해주는 민간 군사기업을 뜻한다.

김병우 감독은 "'PMC'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고, 벙커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을 누구로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했었죠. 군인으로 하기엔 너무 심심했어요. 애국심 아니면 전우애, 이 정도 코드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 것 같아서 돈을 벌러 온 사람이 여기 있으면 어떨까 싶었고, PMC라는 소재를 떠올리게 된 것이에요"라고 말을 이었다.


하정우가 연기한 에이헵 캐릭터의 이름은 소설 '모비딕'의 캡틴, 에이헵 선장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김병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한동안은 '마크'같은 흔한 영어이름이었죠"라고 웃으며 ""이 사람이 미국에 가서 자신의 영어 이름을 짓는데 뭐 그렇게까지 성의를 들였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느낌도 안나고 해서, 색다른 이름을 찾다가 '모비딕'이 떠올랐죠. 소설 속 에이헵도 고래와 싸우다 한 쪽 다리를 잃잖아요. 희한하게 유사성이 있었죠. 그것에 착안해서 에이헵의 한국 이름도 이백경이라고 지었었어요 . 흰 고래라는 뜻이요. 영화에서는 한글 이름이 소개되는 경우가 없지만, 군복을 입거나 할 때 이름을 새겨 넣어야 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놓았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닌, 옆에서 같이 숨 쉬고 움직이는 느낌으로 촬영해야 한다'는 것이 'PMC:더 벙커'를 찍을 당시 김병우 감독의 목표였다.

"에이헵이 벙커를 돌아다니면서 총을 쏘게 하면, 이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타이밍에서는 이 친구를 주저앉혀야 된다고 생각했죠. 마냥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없잖아요? 저는 이 영화 전체를 관객이 에이헵과 친구가 되는 과정이라고 봤거든요. 처음에 보이는 에이헵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언어로 잘 모르는 공간에서 얘기를 하고 있으니 거리감이 있죠.

그러다 점점 인물과 관객이 가까워질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내와 통화하는 장면도 살짝 보여주게 하고, 로건의 목에 바늘을 꽂아서 수혈할때는 '쟤가 왜 저러나' 그 사람이 굉장히 미워보이겠지만, 그러다 또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고 다시 다짐하는 여러가지 변화 지점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관객들이 옆에서 같이 봐줘야 친구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마지막에 이 사람이 다른 선택을 했을 때 관객들이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박수쳐줄 수 있다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정말 한 번은 제대로 엇나가는 순간들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되짚어보면, 에이헵은 항상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거든요. 계속 1번만 얘기하다 마지막에 2번을 얘기하는, 그 과정이 영화 전체라고 봐요."

윤지의 역으로 출연한 이선균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한 것을 비롯해,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사용한 점 역시 이러한 바탕이 있었다. 김병우 감독은 "영화적 시선이 절대 에이헵을 떠나면 안된다는 것이 1번 원칙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각적인 부분 외에도 음악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이준오 음악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고, 미국을 직접 찾아가 스트링 소스를 녹음해오는 등 곳곳에 숨어있는 디테일함이 더욱 눈에 띈다.

자신의 작품으로 관객과 인사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김병우 감독은 깊은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다.

김병우 감독은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셨지만, 제게 5년이라는 준비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정말 아쉬움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느낌이고, 후회되는 것은 많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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