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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판정 문제, 누구의 잘못인가?

기사입력 2009.09.25 12:03 / 기사수정 2009.09.25 12:03

취재편집실 기자

[엑스포츠뉴스] [풋볼코리아닷컴=김재호] 곧 있음 민족의 명절 추석이다. 우리는 매 추석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고정메뉴'들과 마주친다. 유행 지난 특선 영화, 연예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우르르 사라지는 특집 프로들, 한복만 입고 나와서 추석 특집이라고 주장하는 주말 예능프로들. 추석 때마다 익숙하게 마주치는 광경들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

익숙한 장면이 되풀이되기는 추석만이 아니다. 중후반에 접어든 2009시즌 K-리그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재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심판판정 문제이다. 가장 가까운 과거인 지난 주말 경기로 돌아가 보자. 20일 경기에서 대전에게 0대 1 패배를 당한 제주유나이티드의 알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히카도가 상대 골키퍼 최은성의 골킥을 방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전주에서는 부산아이파크의 강철 수석코치가 주승진이 레드카드를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다가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부산은 다음 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감독, 수석코치가 모두 벤치를 비우게 됐다.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는 상위권 팀 감독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FC서울의 귀네슈 감독은 지난 8월 26일 포항에서 열린 피스컵코리아2009 포항과의 8강 2차전 경기에서 2대 5로 패한 이후 "한국에서는 심판 3명만 있으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 등 심판 판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면서 연맹으로부터 제재금 1천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전에도 수 차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표시해왔던 그는 징계 이후 인터뷰장에서 "어떤 발언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제는 남은 시즌이다. 남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1위 팀을 가리는 순위 경쟁과 6강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을 결정짓는 순위 레이스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와 비례해서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은 증가할 것이다. 증가하는 논란을 견디지 못하고 '외국인 심판 투입'이라는 임시방편책을 꺼내들었던 과거 역사가 또 다시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밑으로 갈수록 더 문제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그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K-리그에서 내셔널리그로, 내셔널리그에서 K3리그로, K3리그에서 학원축구로 내려갈수록 심판에 대한 불만과 갈등 표출은 더욱 더 심해지고 보다 더 적나라해진다.

특히 학원축구계의 상황은 위험 수준이다. 벤치에 앉은 지도자들과 관중석에 앉은 학부모들은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심판의 공정한 판정을 위협한다. 애매한 판정으로 승부가 갈릴 경우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대회 본부의 기물을 파손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뿌리 깊은 심판 불신 풍조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이 지난 해 벌어졌다. 지난 해 8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 전국대회에서 지방 명문고 P팀의 감독 L씨가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당시 경기의 심판진을 부산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사건이 벌어진 것. 스포츠 경기의 판정에 관한 시시비비를 사법당국에게 의뢰한 이 초유의 사건은 그 해 10월 전라남도 광양에서 열린 전국체전 축구경기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P고교가 출전한 경기장에 '심판판정을 검찰에 의뢰하는 P고 L 감독은 심판을 검사에게 부탁하라'는 현수막이 걸린 것.  결국 그는 올해 1월 지도자 자격정지 3년의 징계를 받았지만 4월 축구협회로부터 대사면 조치를 받고 징계에서 풀려난 상태다.

학원축구계에 이러한 풍조가 만연한 것이 두려운 이유는 학원축구에서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장차 자라나 K-리그, 내셔널리그, K3 등 한국 성인축구를 지탱할 기둥들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심판 판정에 대해 불신하고 항의를 통해 보상 판정을 얻고 분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끌어오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면 앞으로도 심판판정에 관한 문제는 계속해서 똑같은 구조로 재생산 될 것이다.

모두가 변해야 한다

결국 지금의 심판 불신문화는 승리 지상주의에 물든 이 땅의 축구문화가 만들어낸, 모두가 책임을 지고 고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이기는 것만을 가르치기 바쁜 오늘날의 축구 풍토가 변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승리에 급급해 심판의 권위를 무시하고 판정에 대한 항의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환경 속에서 성장한 선수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올해부터 한국 축구에 도입된 큰 변화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원축구의 주말리그제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주말리그제 도입 이후 한 경기에 대한 심적 부담이 크게 줄면서 경기 도중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나 지도자나 학부모들의 판정에 대한 격렬한 항의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주말리그를 지켜 본 축구인들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 과정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기는 축구'에서 '즐기는 축구'로 틀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심판 판정 역시 경기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즐기는 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과 갈등은 '만국공통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 축구판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러나 축구계의 각 주체들이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우리는 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에서 보다 더 침착하게 대응하는 선수와 감독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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