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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선수에서 명장으로…상명대 한상호 감독의 '신뢰의 농구'

기사입력 2009.08.13 03:41 / 기사수정 2009.08.13 03:41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무명선수 생활부터 돌연히 찾아온 부상과 박사 학위 취득, 교수 겸 감독이라는 직함과 2번의 농구팀 창단. 상명대 한상호 교수(35)의 이력은 화려하다.

명지고와 한양대를 거쳐 농구를 계속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그는 설상가상으로 2학년 때 입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결국 학업에 매진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지만 그는 우연한 계기로 다시 농구 코트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지도자로서였다.

2002년 경북과학대의 창단 감독을 맡은 그는 3회의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2008년에는 역시 새롭게 창단하는 상명대 농구부의 감독으로 옮겨 곧바로 2회의 우승을 이끄는 등 지도자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제 그에게 당면한 과제는 자신이 이끄는 상명대 농구부를 1부 리그로 끌어올리는 것.

농구부 지도와 선수 관리, 그리고 교수로서의 강의까지.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상호 교수를 만나봤다.

Q_체육학 박사 과정을 이수했고 현재도 교수 겸 감독이라는 상당히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이십니다. 어떻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됐나요?
경북과학대에 계신 선배의 제의를 받고 처음 농구팀 감독을 시작하게 됐죠. 전문대다 보니 학생 수급의 어려움도 있고, 제가 선수 출신이라 그런 면에서 수월할 것 같다고요. 지명을 못 받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그런 선수들 위주로 뽑아서 공부도 시키고 운동도 시키고 해달라고… 사실 그런 제의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냥 체육 교사가 되지 않았을까요?

Q_처음에 지도하신 경북과학대는 어떤 팀이었나요?
사실 그때 경북과학대가 지금 상명대보다 멤버가 좋았어요(웃음). 처음에는 진짜 갑갑했죠. 지원도 열악했고, 사비를 털어서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때 정말 돈 주고도 못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우승도 3번 차지했고… 2년제 전문대로는 최초였죠.

Q_그렇게 경북과학대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굳이 신생팀 상명대로 옮겨 어려운 도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직 젊으니까요. 경북과학대에서 여러 가지 해봤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일단은 경북과학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다른 무대에 적응해서 스포츠를 통해 상명대를 알려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옛날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부대 있고 그럴 때 농구 때문에 특정 학교에 지원하고 그런 경우도 있었잖아요. 상명대가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어요?

Q_상명대 농구부 창단 당시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대회에 나서기까지의 일을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 2008년 4월 1일자로 교수 발령을 받았어요. 선수 스카우트를 하다 보니 느낀 게 유언비어라는 게 참 무섭더라고요. '상명대 농구부가 창단을 한다 안 한다' 뭐 그런 소문이 많이 돌았어요. 또 그렇게 스카우트를 했는데 애들이 키가 작다 보니까 학교에서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준비로 조금 늦게 뛰어든 터라 큰 선수들을 뽑지 못한 거죠.

학교 측에는 다른 이야기보다 그냥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그런 우려와는 관계없이 위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죠. 결국 그 우려에 대해서는 대회 성적으로 대답을 해드리지 않았나 해요.

Q_지도자로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하셨지만 체계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프로나 실업팀 출신이 아니라 무명선수 출신이라던가, 그런 이야기는 분명 있죠. 하지만 저는 체육학 박사이기에 공부로서 그것을 어느 정도는 만회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교수이기도 하니까 아이들의 학사관리도 같이 해줄 수 있기에 좋고요. 경북과학대에서도 경험이 있고…

그래도 아직까지 부족하고 더 배워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히딩크 감독처럼 아직도 나는 배가 고프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아무래도 신생팀이고 발로 뛰면서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요. 연습은 정직하거든요. 제 지도력도 마찬가지고요.

Q_슬슬 상명대 이야기를 해보죠. 팀이 창단하자마자 단기간 내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일단은 선수들이 꼭 해야겠다는 마음을 북돋워줬고, 자신이 어떤 입장인지 서로 잘 알고 있으니까요. 확실한 목적과 목표를 심어준 것도 들어맞았던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빨리 1부 리그에 입성하고자 노력과 연구를 했고 또 학교의 뒷받침도 좋았죠. 훌륭한 시설이라던지, 대학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농구단 전용차량이라던지… 여러 가지로 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아닐까요?

스태프들을 잘 만난 덕도 크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고승진 코치와도 경북과학대 시절 포함해서 4번의 우승을 같이 만들어내서 호흡이 잘 맞는 사이고, 유영운 트레이너도 상명대 학회장까지 지냈던 친구라 선수들한테는 형처럼 많이 챙겨주죠. 전에 수원대 여자농구팀 코치셨던 이상민 선생님도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십니다. 다 저한테는 너무 고마운 분들이죠.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긴데, 이사장님과 총장님은 물론이고 체육부장을 맡고 계신 저희 김두철 학장님께도 꼭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말 우리 농구부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특히 김두철 학장님은 체육학 전공을 하신 것도 아닌데 체육부장을 맡아서 항상 뒷바라지에 애써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 얘기 꼭 써주셔야 됩니다(웃음).

Q_본인의 지도력에 대한 부분은 어떤가요?
뭐 전 특별한 건 없어요. 항상 기초나 기본을 강조하고, 선수로서의 기본자세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죠. 선수들의 책임감 같은 것도요. 1명의 스타가 있어서 12명의 선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12명의 선수가 있어서 1명의 스타가 있는 거죠. 제 생각은 그래요.

결국은 제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다가가서 마음과 의지를 일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사람을 부른다는 말도 있잖아요. 코트에서는 강하게 질책을 하기도 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인간적으로 대해주려고 해요. 혼내고 나면 나중에 문자 메시지로 다독여주거나 그런… 결국 신뢰가 사람을 부르는 거니까요. 부모는 배앓이를 해서 아이들을 낳고 길렀지만 저는 가슴으로 아이들을 키우죠(웃음).

참, 그리고 예전에 기사를 통해 봤는데 프로농구 창원 LG의 강을준 감독님이 하셨다던 알몸 미팅 그거 원래는 제가 원조에요(웃음). 예전 경북과학대 시절부터 선수들하고 같이 사우나 가서… 저는 한 명씩 따로 불러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Q_앞서 말씀하신 대로 학교 측의 지원 규모와 관심이 상당한 만큼 기대도 클 텐데요. 그만큼 부담도 있지 않나요?
부담이 많이 되죠. 그래서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상명대 농구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단계이고… 학교에는 이제 걸음마 단계니까 차근차근 나가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지면서도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요. 하나씩 배우면 언젠가는 그 결과가 있을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기대를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죠. 학교에서도 대체로 이해를 잘 해주시는 편이에요. 사실 처음엔 저도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1부 리그 승격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요.

Q_조금 때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감독으로서 상명대의 1부 리그 진입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아마농구가 많이 침체된 느낌이 있죠. 우리 상명대가 일단 2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학교 지원도 웬만한 대학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장이 작다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지더라도 하나하나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1부 리그 팀이 더 생기면 대학농구 발전에도 더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Q_조선대가 지난 2004년에 1부 리그로 승격된 유일한 사례인데요. 아직까지도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상명대 역시 막상 1부 리그로 승격되더라도 당장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꼴찌라고 여기면서 한 단계씩 오른다고 생각해야죠. 2부 리그 최강이고 그런 것은 다 잊어야 되요. 선수들부터 마인드를 바꿔야죠.

Q_선수들과는 1부 리그 승격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우리 선수들도 다 1부 리그 승격을 목표로서 가슴에 담고 있죠. 자기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Q_본인이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아쉽게 접은 아픔이 있기에 비슷한 아픔을 겪는 선수들에게도 유독 애착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애착이 있어요. 저도 교수이고 감독이기 이전에 사람이니까… 선수들과 대할 때는 일단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뛰는 선수도 중요하지만 벤치에 있는 선수도 중요하거든요. 저는 조기 은퇴를 했기에 그런 아이들 마음을 더 잘 아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소통이 잘되는 점도 있겠죠.

또 운동을 접은 선수도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체육 지도자격 등을 따게 한다던지… 운동 잘하는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어쩔 수 없이 못 뽑히고 소외되는 선수들도 똑같이 중요하죠.

Q_처음 지도자로 데뷔한 경북과학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고 상명대 초대 감독으로서 1부 리그 진입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지도자로서 꽤 성공한 셈 아닌가요?
1부 리그 진입하면 또 틀릴 거에요. 깨지면서 배워야죠. 모든 감독님들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면서 배울 겁니다.

Q_향후에 혹시라도 프로팀에서 감독 제의가 온다면 받아들일 의사는 있으십니까?
저를 써주는 팀이 있을 리가 없죠(웃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제의가 있더라도 저는 아마농구를 위해 남고 싶어요. 지금은 일단 맡은바 최선을 다할 뿐이고… 항상 열심히 하면서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만 생각해요.

Q_향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개인적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김인식 감독님을 존경해요. 재활공장장이라고 하는 그런… 저도 지명도 되지 못한 그런 선수들을 보란 듯이 키워보고 싶달까요.

장기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단 지금은 교수 겸 감독이라는 직책이니까, 계속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좋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농구 행정가의 길로 가보고 싶어요. 혹시 언젠가는 연맹 회장이라도 될 수 있을지 알아요(웃음)? 어쨌든 농구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Q_바쁘신 가운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농구를 사랑하는 팬들께 한마디만 해주세요.
프로농구가 생긴 이후 대학농구가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죠. 그런 만큼 자주 관심 가져주시고 앞으로 대학 농구도 홈&어웨이를 도입하고 여러 시도로 많이 발전할 겁니다. 관중들이 많이 오셔야 경기력도 더 좋아지고 라이벌 관계도 형성되고… 관중이 있어야 스포츠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응원이 선수들에겐 가장 큰 힘입니다.

한상호 교수가 지도철학으로 내세우는 첫째는 바로 '신뢰'였다. 지도자가 선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신뢰를 얻어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2009년 8월. 상명대 농구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가올 12월의 농구대잔치에서 우승을 거머쥐려는 단기적인 목표가 있고, 나아가서는 1부 리그 진입을 향한 도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신뢰의 농구'가 어디까지 일을 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최영준 기자, 상명대학교 제공]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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