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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리그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 상명대 농구부의 '희망가'

기사입력 2009.08.13 03:29 / 기사수정 2009.08.13 03:29

최영준 기자

두 차례의 전국 대회 우승. 공식 경기 전적 7승 2패. 창단 반년째를 맞는 상명대 농구부가 받아든 성적표다.

지난 2월 공식 출범한 이래 상명대 남자농구부는 창단 이후 두 달여가 지난 5월 초 2009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2부 리그 부문에서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창단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신생 농구팀이 덜컥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상명대 농구부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열린 제46회 전국대학농구연맹전 1차 대회에 나서 3전 전승으로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서 참석한 제64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서는 1부 리그의 명지대, 고려대와 만나 모두 패배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1부 리그를 향한 여정

처음 상명대 농구부의 창단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2008년 초였다. 상명대는 지난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세간에는 '여대'라는 인식이 많이 남아있었다. 상명대 측은 남자농구부 창단으로 이러한 이미지를 타파할 수 있게 되길 기대했다.

감독 자리에는 경북과학대에서 3회의 우승을 이끈 한상호 감독을 교수 겸 감독으로 선임했고, 고승진 코치와 유영운 트레이너까지 영입해 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선수 수급도 이루어졌다. 늦게 스카우트에 뛰어든 탓에 쉽지는 않았지만 신입생을 받아들였고, 한상호 감독의 경북과학대 시절 옛 제자를 포함한 편입생을 합쳐 12명으로 선수단 구성을 마쳤다.

목표는 1부 리그 진입. 새로 창단하는 팀은 2부 리그에서 시작해 일정기간 검증을 거쳐야만 1부 리그 승격이 논의될 수 있다.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무엇보다 장신 선수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불안요소였다. 신생팀이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는 일반적인 인식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으리라.

이런 우려와 기대 속에 2009년 2월 26일 공식 창단한 상명대 남자농구부는 처음 참가한 2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어진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명지대와 고려대에 연패하긴 했지만, 같은 2부 리그 소속팀을 상대로는 지금까지 전승을 거뒀다.

이쯤 되니 상명대 농구부의 목표인 '1부 리그 승격'도 점차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 상명대 체육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김두철 학장은 “상명대 농구부는 본래 1부 리그를 바라보고 시작한 팀이다. 모든 준비와 마음가짐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그들을 강하게 했나

상명대 농구부가 단기간에 이토록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을 맡고 있는 한상호 교수는 학교 측의 아낌없는 지원을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한 교수는 “체육관 시설을 비롯해 농구단 전용버스, 전지훈련 시설 등도 완비되어 있다. 제주도에 있는 수련원 같은 경우에는 한 번에 초·중·고를 모두 수용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솔직히 이 정도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학교는 드물 것”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농구를 그만두는 선수에 대한 지원도 상명대가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부상이나 기량 미달 등의 이유로 선수로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 취득 등을 통해 다른 진로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준방 이사장의 남다른 농구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이사장은 대회가 열리는 지방까지 경기장을 직접 찾아 상명대의 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보는 등 농구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결국 이사장님의 뜻과 그에 따라 한 발 더 움직이는 스태프의 노력, 그리고 선수들의 확고한 의지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이 농구단의 '수장'격인 김두철 학장과 한상호 교수가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 돌풍의 원동력이었다.

사실 상명대 농구부는 '외인부대'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사연 많은 선수들이 모여있다. 감독인 한 교수부터 대학 2학년 때 부상으로 농구를 접었던 아픔을 가졌고, 편입생 중 일부는 한때 농구공을 손에서 놓았던 기억도 있다. 신입생들 역시 상명대에서 '제2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선수들의 이런 '아픔'을 보듬어 주고 더 나은 선수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 한 교수를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그는 “내가 부상을 당해서 농구를 그만두고 갈팡질팡했던 적이 있으니까 잘 알지 않겠나. 진심으로 다가가서 하고자 하는 의지를 이끌어낸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은 시기상조?

현재까지 상명대가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어떤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아니다. 2부 리그 팀이 1부 리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검증을 마치고 학교 측에서 제안서를 제출해 대학농구연맹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상명대 농구부의 감독을 맡고 있는 한상호 교수는 “일단 12월에 농구대잔치가 열린다. 여기서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학교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제안서를 올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12월 말까지 열리는 농구대잔치가 모두 끝나더라도 상명대 농구부가 창단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벌써부터 상명대의 1부 리그 승격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지금까지 유일한 1부 리그 승격 사례인 조선대가 1988년 창단 후 15년이 넘게 지나서야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분명 너무 이르기는 하다. 조선대는 2003년 농구대잔치에서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다음해인 2004년 1부 리그로 승격했다.

한상호 교수 역시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서두르지는 않는다. 다 방법과 절차가 있는 만큼 믿고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농구대잔치에서도 2부 리그 팀 중 우승을 차지한다면 사실상 우리가 2부 리그를 제패하는 셈 아니겠나”며 기대 또한 숨기지 않았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기량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1부 리그에 간다면 꼴찌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누구라도 처음부터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 차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일축했다.

다소 얇게 느껴졌던 선수층도 이번 신입생을 10명 확보하게 되면서 두터워졌다. 물론 이들이 얼마나 기량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190cm 후반의 장신선수도 확보하게 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상명대 측이 강조하는 것은 시설이나 지원 규모 면에서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곧 시범 운영될 것으로 알려진 대학농구의 홈&어웨이 방식에서도 충분한 규모의 시설을 갖췄기에 문제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

대학농구연맹의 입장에서도 현재 11개 대학으로 이뤄진 1부 리그에 상명대가 승격할 경우 일정 운영 등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 침체에 빠진 대학농구의 부흥을 위해서도 상명대의 1부 리그 승격은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부 리그 승격을 향한 상명대 농구부의 거침없는 도전. 오는 12월, 농구대잔치를 기다리며 그들은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 ⓒ상명대학교 제공]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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