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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한일 올스타전, 더 재미있게 만들자

기사입력 2009.08.10 10:05 / 기사수정 2009.08.10 10:05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2009 조모컵의 결과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1-4 참패의 원인으로 전술적인 문제나 중원 싸움 패배, 외국인 선수 기량 차 등을 이유로 드는 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공식 경기 수준의 집중력과 적극적인 압박을 펼친 J리그와 ‘친선경기답게’ 경기에 임한 K-리그의 자세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 하고 싶다.

물론 지난 주말의 패배를 통해 우리가 개선할 점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리그 수준차’ 같은 경기 그 이상의 결과로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친선경기, 그것도 단일경기의 결과는 언제나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는 우리가 3-1로 이기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한일올스타전이 양 리그에 어떻게 더욱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대회로 성장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논의이다. 기왕에 올스타전이란 이벤트 게임을 개최한다면 K-리그와 J리그가 함께 정기적으로 맞붙는 조모컵은 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그저 그런 경기력에 ‘골 세레머니 콘테스트’가 난무하는 자국 내 올스타 대결이나 미국 MLS처럼 유명 해외 클럽을 초청해 자국 올스타와 맞대결을 벌이는 것보다는 훨씬 연속성과 의미가 있는 이벤트가 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의 패배가 마치 A매치 한일전에서 진 것처럼 이렇게 기분 나쁘고 무언가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 적이 있었는가?

서로 라이벌 의식을 고취시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양 리그가 일반 축구팬들에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일올스타전은 양 리그의 발전을 도모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한일올스타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1. 승자에게 다음 대회 개최권 부여

사실 현행 조모컵은 승패 이상의 의미를 가져가기 힘들다. 즉, 조모컵엔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나,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에게 승패와 ‘자존심’ 외엔 특별히 흥미를 불러 일으킬만한 요소가 없다는 뜻이다.

한일올스타전의 승자가 다음 년도 대회 개최권을 가져가면 어떨까? 꽤 치열한 승부가 벌어질 것 같다. 팬들은 다음해에도 한일 올스타전을 TV가 아닌 자국 경기장에서 보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이 경기장을 찾아 더 열심히 응원을 할 것이다. 선수들도 그런 팬들의 기대에 합당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기에 진정한 ‘A매치’급 경기를 펼칠 것이다.

각 리그 연맹 입장에서도 홈경기 개최권이 생길 경우 더 많은 직간접의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진지하고 열성적인 자세로 조모컵을 준비하고 임할 수 있다. 이번 조모컵 개최로 K-리그엔 17억 원, J리그엔 6억 원가량의 수입이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2. 전야제의 확대

아무래도 올스타전이란 이벤트성 게임이 가장 인기를 누리는 곳은 미국스포츠이기 때문에 자꾸 예를 들게 된다. 미 프로농구 NBA는 올스타전을 ‘ALL-STAR Weekend’라고 해서 팬들이 아예 주말을 통째로 올스타전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올스타전이 일요일에 열리면, 토요일에는 전야제 행사로서 신인 올스타 VS 2년차 올스타의 경기를 비롯하여 덩크슛 콘테스트, 3점슛 콘테스트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팬들을 즐겁게 한다. 때문에 올스타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를 벤치마킹해 조모컵도 경기 전날 23세 이하 한일 유망주 올스타전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올스타전에 나설 선수는 제외하고.) 평소 젊은 축구 유망주를 볼 기회가 많지 않은 팬들에게도 좋은 자리이며,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전날 ‘동생’들의 경기 결과는 ‘형님’들의 경기에 대한 관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감독도 특별히 청소년 대표팀 감독을 초빙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프타임엔 각 리그 대표로 세 팀 정도씩 참가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세트피스 콘테스트, 10번씩 차서 더 많은 골을 넣는 프리킥 대결, 캐논 슈팅 대결을 비롯해 K-리그 감독 vs J리그 감독 릴레이 달리기 대결, 각 리그 골키퍼 올스타 5명이 키커로 나서고 리그 득점 1위가 골키퍼로 나서는 ‘너도 내 맘 느껴봐’ 승부차기 대결 등을 벌인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재밌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3. 개최 도시의 다양화

일각에선 일본 축구의 심장부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지난해 조모컵과는 달리 ‘2002 한일월드컵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지 않은 이번 대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는 오히려 조모컵이야말로 더 자주 지방에서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모컵은 양국의 국가대표 및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A매치 못지않은 경기다. 그렇지 않아도 A매치가 수도권에서만 열리는 상황에서 이런 경기가 지방 축구팬들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2002월드컵 이후 A매치가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지방의 월드컵 경기장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강원FC가 창단 첫 해 K-리그 평균 관중 1위를 다투게 할 정도의 축구 열기를 보여준 강릉이나 춘천, 국내 최고 축구전용구장이란 평가를 받는 포항 스틸야드, ‘농번기’에도 경남FC의 경기가 열리면 인구 10 만에 1만 5천 명이 모이는 함안이나 밀양에서 조모컵을 개최하는 것은 꽤 멋진 일이다.

비록 이런 경기장들은 입장 수익은 적게 들겠지만 지방의 K-리그 및 축구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로서의 한여름밤의 축구 축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최 의의에도 맞다. 앞서 밝힌 2번의 제안까지 실행되어 올스타전이 주말 내내 열린다면 일본 축구팬들을 상대로 개최 도시 투어까지 묶어 관광상품화도 가능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강릉엔 경포 해변이, 전주엔 수많은 맛집이, 밀양엔 바로 옆에 안동까지 있다! 제주와 부산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올스타전이 지역 축제화 되어 더욱 가치있어 지는 것이다.

조모컵이 팬서비스를 위해 존재하는 경기라면, 확실하게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요소와 방법을 다양화시켜야 한다. 그저 자리만 마련해서 경기 한 번 치르는 것은 무책임하고 형식적이다. 그런 무의미한 친선경기라면 안 그래도 패배 앞에서 ‘과다한 리그 및 컵대회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 문제’ 운운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그러나 한일 올스타전을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이벤트 게임으로 발전시킨다면, 아시아 프로축구를 이끌어 나가는 두 리그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고, 유럽엔 없는, 우리만의 독특하고 즐거운 축구문화로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조모컵에 단순한 승패만이 의미가 있다면, 작년과 올해처럼 단 한 경기의 결과로 리그 수준까지 들먹여지고 ‘무엇을 위한 올스타전이냐’라는 비판 같은 일희일비만 매년 반복될 뿐이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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