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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3연전에서 LG 트윈스가 얻은 '두 가지'

기사입력 2009.08.10 03:46 / 기사수정 2009.08.10 03:46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지난 6일, LG 트윈스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KIA와의 잠실 경기에서 6-11로 져 7연패에 빠진 것도 큰 문제였지만, 투수 심수창과 포수 조인성이 그라운드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초유의 사건이 터진 것이 더욱 심각했다.

LG는 두 선수에게 각각 벌금 1백만 원을 부과했고, 이튿날인 7일 조인성, 심수창을 포함한 4명을 2군으로 내리는 엔트리 개편을 단행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7일 두산과의 경기 전 LG 더그아웃의 공기는 예상보다도 훨씬 무거웠다. 누구 하나 웃음을 보이는 사람이 없었고 끝없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과연 이 분위기로 2위 두산과 정상적인 승부를 펼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3연전이 끝나고 나니 '위닝 시리즈'의 훈장은 LG 쪽에 넘어갔다. LG는 두산에 2승 1패를 거둬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10승 5패로 크게 앞서게 됐다. 잔여 4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LG는 2000년(10승 9패) 이후 9년 만의 두산전 상대 전적 우위를 확정했다.

되살아난 팀 분위기

패닉 상태에 빠졌던 LG의 팀 분위기가 되살아난 것은 7일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직후부터였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진한 성적'이라는 진단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날 LG는 두산을 상대로 팽팽한 투수전 끝에 신승했다. 릭 바우어의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된 존슨은 두산의 대표적 자랑거리인 '국가대표 타선'을 철저히 농락하며 8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두산은 안타 8개를 치고도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영봉패를 당했고, LG는 단 3개의 안타로 2점을 뽑아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바닥으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LG는 이겨야 했다. 8일 경기에 앞서 1루측 LG 더그아웃은 전날에 비해 활기가 돌았다.

9일에는 '슈퍼 소닉' 이대형이 끝내기 안타로 7-6 승리를 이끌었다. 9회말 이대형의 타구가 우익수 뒤로 빠져나가자 LG 선수단은 여느 끝내기 승리 때와 마찬가지로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대형은 윤덕규 코치와 포옹한 후 정성훈의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이 순간 LG의 팀 분위기를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주말 3연전에서 의미 있는 2승을 챙긴 LG는 빠르게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젊은 피' 김태군-한희의 등장

두산과의 3연전에서 LG는 '깜짝 스타' 두 명을 탄생시켰다. 조인성의 공백을 훌륭히 메운 김태군과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한희다.

조인성의 2군행으로 LG는 당장 주전 포수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김재박 감독은 고졸 2년차 김태군에게 마스크를 맡겼다. 3연전 내내 홈플레이트 뒤를 지킨 김태군은 공격적인 리드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다.

김태군은 7일 경기 후 "볼카운트 2-0에서 변화구를 기다리는 타자들의 습성을 역이용해 직구로 승부했다"고 말했고 9일 경기에 앞서서는 "포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투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재빨리 알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고졸 2년차답지 않은 노련미가 읽히는 부분이다.

8일 경기에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6.1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신인 투수 한희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2km에 불과했지만,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직구 승부가 돋보였다.

한희는 9일 경기 전 "직구가 빠르지 않아도 원하는 코스에만 정확히 들어가면 (안타를) 맞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표현했고, 전날 자신의 투구에 대해서는 "공이 생각대로 가지는 않았지만, 마음 편히 던졌다"고 복기하며 두둑한 배짱을 숨기지 않았다.

김용달 코치는 "두산 타자들이 변화구를 노릴 타이밍에 직구를 던지니까 힘들어했다. 한희와 김태군을 보면 LG에도 희망이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3연전을 통해 LG는 주전급 기량을 갖춘 포수와 재능 있는 선발 투수를 얻었다. 그들의 발견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제 막 20살을 넘긴 '젊은 피'라는 사실 때문이다. 2002년 준우승 이후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나가지 못했던 LG는 그토록 기다렸던 기대주들의 활약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사진 = 한희, 김태군. ⓒ LG 트윈스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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