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방구석 1열'에서 박찬욱의 '올드보이'를 파헤쳤다.
19일 방송된 JTBC '방구석 1열'은 박찬욱 감독의 특집으로 영화 ‘올드보이’와 ‘아가씨’를 다뤘다. 이날 방송에는 박찬욱 감독의 사단이라 불리는 정서경 시나리오 작가와 류성희 미술감독, 임필성 감독 그리고 씨네21의 주성철 편집장이 출연했다.
영화 '올드보이'는 개봉 후 국내외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박찬욱 감독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파격적인 스토리와 강렬한 미장센으로 아직 사랑받는 작품.
또한 최민식을 비롯한 유지태, 강혜정, 윤진서, 유연석 등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를 더욱 명품으로 만들었다. 임필성 감독은 그중에서도 유지태의 연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며 "영화에서 유지태 배우의 소년성과 악역의 이면성이 잘 드러났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유지태는 28살의 나이로 14세 차이가 나는 대선배 최민식과 동갑 연기를 펼침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였다. 현재 20대 배우 중 누가 이우진을 다시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변영주 감독은 "그냥 유지태가 20대를 하면 된다"고 그가 대체 불가 배우임을 말했다.
또 변영주 배우는 미도 역의 강혜정을 이야기하며 "300:1의 경쟁률을 뚫고 미도 역을 꿰찬 강혜정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미도가 나타날 때 의상과 벽지의 강렬한 패턴이 강혜정의 강한 개성이 섞여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정서경 작가는 박찬욱 감독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조건으로 "영화들이 극단적인 설정이 많고, 극한의 감정을 소화해야한다. 그러나 배우가 이런 감정을 겪어보긴 어렵다. 생활 속 감정을 통해 극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배우, 자기 자신만의 뭔가가 있는 배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변영주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성공 이후 '복수는 나의 것'으로 흥행 실패를 봤는데도, 그 실패한 작품의 복수를 변주시켜 '올드보이'를 완성했다"며 "그 뚝심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종신이 "그런데 천만영화는 없다. 또 생각해보면 박감독님 영화가 천만이 넘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서경 작가는 "박감독님도 흥행에 연연해 하신다. 매번 다음 영화는 '천만'이라고 말하면서 찍는다"며 "'친절한 금자씨'를 찍을 땐 '올드보이' 성공 이후라 어느 정도 흥행이 예상되는 상태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신, 한 신 흥행을 생각하며 찍으셨다. 늘 '복수는 나의것' 흥행 실패를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수로를 배치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우진(유지태 분)의 집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유지태 방 안의 물은 돈이 없어서 탄생한 것"이라며 "시나리오에는 상위 1%가 사는 사는 펜트하우스라고 적혀있었다. 돈이 많았으면 좋은 가구를 배치했을 텐데, 돈이 없으니 그냥 낯설게 만들자라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물을 배치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수로가 배치된 엉뚱한 펜트하우스 디자인을 가지고 갔을 때 감독님 중 열의 아홉은 '이게 뭐니'라고 했을 건데, 감독님은 '우진이가 여기에 손을 씻게 해야겠다', '우진이와 대수가 여기서 싸우게 해야겠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리고 나중에 생가해보니 우진의 누나가 죽은 댐도 연상되더라"고 말하며 박찬욱 감독의 창의적인 면모를 전했다.
'올드보이'에서 가장 유명한 '장도리 액션신'에 대해서는 임필성 감독이 "원래는 신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정훈 촬영감독님이랑 오대수의 등에 꽂힌 칼이 CG다. 원테이크의 기술적인 한계를 후보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변영주는 "'올드보이'에서 가장 큰 액션신이 장도리 신이다. 이걸 심볼처럼 만들기 위해 원테이크 촬영은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며 '올드보이'를 세계적인 영화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최민식의 웃으면서 우는 표정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 엔딩에 대해서는 정서경 작가가 "웃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대수가 정말 기억을 지우고 미도를 사랑하게 된다면, 딸과 아빠가 모르고 사랑하는게 진짜 해피엔딩일까'를 고민하게 되고, 우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은 '대수가 최면에 걸린 척 하는 거라면 딸인 걸 알게 된 이후에도 사랑할 수 있을꺼' 질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변영주 감독은 "흔히 박찬욱 감독을 이야기할 때 '파격'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주목받기만을 위한 파격이 아니라, 주제의식을 담은 그래서 이유 있는 파격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의 파격적인 영화 세계를 정의했다.
한편 다음 방송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인 '아가씨'로 박찬욱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JTBC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