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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K-1 4강' 사키를 완파한 주라블료프는 누구?

기사입력 2009.08.03 07:48 / 기사수정 2009.08.03 07:48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8월 2일 오후 4시부터 대한민국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아시아예선은 싱 자이디프(33승 11패 1무효, 인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아시아예선 정상 등극으로 싱 자이디프는 9월 16일 K-1 무제한급 16강전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8강 토너먼트의 대진 수준은 그리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이디프의 우승보다는 초청경기에서 작년 K-1 미주예선 우승자 괵한 사키(67승 12패 1무효, 터키)에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둔 파벨 주라블료프(18승 2패, 우크라이나)를 더 주목할만하다. 사키는 작년 K-1 무제한급 8강 토너먼트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 파베브 주라흐리오브? 무명의 설움

주라블료프의 우크라이나어 이름은 Павел Журавлёв이며 라틴알파벳으로는 Pavel Zhuravlev로 통용된다. K-1 등록명은 Pavel Zuravliov. 국내 생방송 한글 자막에는 파베브 주라흐리오브라는 엉뚱한 표기가 사용될 정도로 한국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다.

1983년 7월 29일생으로 현재 만 26세다. 187cm 94kg. 입식타격기 20전 중 KO·TKO로 5승 1패를 기록 중이다.

- 동유럽 입식타격기는 킥복싱 기반이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동유럽 입식타격기 선수를 꼽자면 아마도 K-1 대륙예선 2회 우승자(2005 미주·2008 아시아) 루슬란 카라예프(12승 7패, 러시아)일 것이다.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공격 위주의 경기와 태권도 수련 경험을 살린 화려한 발차기가 더해져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화끈한 만큼 빈틈도 많아 7패 중 KO·TKO가 5회나 되는 카라예프는 국내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동유럽 입식타격기는 ‘킥복싱’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최근 K-1 각종 토너먼트에서 정상에 오른 동유럽 선수 중에는 K-1 지역대회 3회 우승자(2008 오스트리아, 2009 헝가리·체코) 믈라덴 브레스토바치(28승 6패, 크로아티아)처럼 프로데뷔 후 킥복싱 대회만 출전한 예도 존재한다.

그러나 올해 K-1 유럽예선 우승자 자비트 새매도프(69승 9패, 아제르바이잔·벨로루시)나 K-1 지역대회 4회 우승자(2001·2006-07 이탈리아, 2004 프랑스) 셰르게이 구르(59승 2무 20패, 벨로루시)처럼 무에타이 세계 챔피언을 지낸 동유럽 선수도 있다. 새매도프는 국제아마추어무에타이연맹(IFMA)과 세계무에타이연맹(WMF), 구르는 WMF와 국제무에타이연맹(IMTF) 챔피언이었다.

- 킥복싱과 무에타이의 균형

주라블료프는 2004년 타이 국왕배 무에타이대회를 제패했으며 2006년 구소련의 후신인 독립국가연합(CIS)의 무에타이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작년 5월 29일과 올해 3월 26일에는 세계바르스킥복싱연맹(WBKF) +93kg 4강 토너먼트를 제패하고 세계 챔피언이 되는 등 입식타격기의 2대 종목인 무에타이와 킥복싱을 균형 있게 수련했다.

무에타이 선수로서 타이 본국에서 우승을 경험한 것도 높게 평가할만하다. 70kg대 체급으로 시작한 새매도프나 1996년 세계무에타이평의회(WMC) -70kg 챔피언 긴 타이에이(23승 1무 7패, 한국명 김태영, 일본)가 현재 무제한급으로도 잘하는 것은 타이 본국에서도 통할 정도의 탄탄한 기량이 있기 때문이다.

- 주라블료프를 전혀 몰랐던 사키

타이 국왕배 무에타이대회 우승과 CIS 무에타이 챔피언, WBKF +93kg 토너먼트 2회 우승. 분명히 나쁘지 않은 경력이다. 게다가 2007-08년, WBKF 유럽 토너먼트를 2연속 제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 상대인 사키는 “주라블료프를 전혀 모른다. 경기 영상도 접하지 못했다.”라며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사키는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입식타격기의 대표적인 훈련조직인 골든글로리 소속이다.

그러나 그리 대단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주라블료프의 과거 영상은 인터넷에서 대략 5경기 정도 접할 수 있다. 또한, K-1 본국인 일본의 입식타격기 마니아 Xtest sigma는 작년부터 주라블료프를 메이저대회 입성이 가능한 선수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키나 골든글로리가 정보를 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K-1 데뷔전을 치르는 주라블료프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또한, K-1 등록명이 실제 통용되는 Pavel Zhuravlev가 아닌 Pavel Zuravliov였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슬라브계 국가에서 사용하는 키릴문자가 타국에 상대적으로 낯선 것이 사실이다.

- 국내에는 낯선 WBKF

물론 주라블료프가 입식타격기 주무대로 삼은 WBKF가 좀 더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었다면 표기가 설령 실제와 조금 다르다고 해도 사키나 골든글로리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WBKF가 마냥 이름없는 단체는 아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문화·엔터테인먼트 센터인 ARBAT(키릴문자 АРБАТ)의 파이트 클럽에서 출발한 WBKF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입식타격기 체육관인 BARC(키릴문자 БАРС)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주라블료프 외에도 앞서 언급한 새매도프와 구르, K-1 지역대회 3회 우승자 마고메트 마고메도프(60승 2무 12패, 러시아), K-1 지역대회 4회 우승자이자 현 유럽권투협회(EBA) +91kg 챔피언 알렉산드르 우스티노프(53승 1무 8패 1무효, 프로권투 16승, 러시아), 작년 K-1 -70kg 4강 토너먼트 2위 아르투르 키셴코(38승 1무 6패 1무효, 우크라이나)가 WBKF를 거쳤다.

- 프로권투 5전 5승

흔히 무에타이와 킥복싱을 비교하여 다리 공격은 무에타이, 주먹은 킥복싱이 낫다고 한다. 사키전에서 주라블료프가 범상치 않은 주먹 공격을 선보인 것은 그럼 킥복싱 덕분일까?

아마도 주라블료프가 -91kg으로 5전 5승, KO·TKO 3승을 기록 중인 현역 프로권투 선수라는 것이 더 정확한 답일 것이다. 데뷔전을 시작으로 4라운드 3경기를 모두 KO·TKO로 장식한 주라블료프는 최근 6라운드 2경기에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프로권투 5전은 모두 자국 우크라이나에서 치러졌다. 권투기록사이트 boxrec.com은 -91kg 전산 순위에서 우크라이나 9위, 세계 332위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입식타격기 선수로서 주라블료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사키나 골든글로리가 프로권투 경력을 파악했을 리는 만무하다.

- K-1 -100kg, 쇼타임 -95kg 챔피언 도전?

주라블료프가 WBKF +93kg에서 본격 활동한 것은 2007년부터다. 체중 상한선이 없는 체급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번 대회 프로필에 187cm 94kg로 기재된다는 것은 지금 체격이 기량 발휘에 가장 적합하다는 얘기다.

사키전에서 이견이 없는 완벽한 판정승을 거둔 주라블료프는 세계 2대 입식타격기 단체인 K-1과 쇼타임의 관심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K-1의 상징인 무제한급 8강 토너먼트를 목표로 증량하기보다는 체격에 적합한 K-1 -100kg이나 쇼타임 -95kg의 체급 챔피언을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K-1 -100kg 챔피언은 올해 3월 28일 4강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사키를 연장 2-1 판정승으로 힘겹게 이긴 마에다 게이지로(15승 1패, 일본)다. 사키가 같은날 4강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연장 KO로 격파한 티로너 스퐁(83승 1무 4패 1무효, 수리남·네덜란드)은 쇼타임 -95kg 챔피언이다.

따라서 사키에게 완승을 했다는 경력은 주라블료프가 K-1 -100kg과 쇼타임 -95kg 챔피언을 노릴 기량이 있다는 확실한 보증이다. 입식타격기 팬이라면 K-1 데뷔전에 대어를 낚은 주라블료프가 앞으로 메이저대회에서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 2008.05.29 WBKF +93kg 토너먼트 포스터 (C) WBKF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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