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매 순간 치열했어요. 현장에선 정말 살과 뼈가 타는 느낌이었지만, 그만큼 정말 만들고 싶었었어요. 관객 분들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알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암수살인'의 메가폰을 잡은 김태균 감독의 진심이 영화를 본 363만 명의 관객들에게 닿았다. 10월 3일 개봉한 '암수살인'은 작품을 향한 호평과 함께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 배우 김윤석이 살인자의 자백을 쫓는 유일한 형사 형민 역을, 주지훈이 살인범 강태오 역을 맡아 팽팽한 긴장을 이끌었다.
TV 속에서 우연히 봤던 이야기가 '암수살인'의 출발이었다. 그렇게 부산으로 내려가 김형민 캐릭터의 바탕이 된 형사를 만나는 등 취재를 계속 했다.
김태균 감독은 "사건을 대하는 형사님의 태도를 보면서 '정말 이 이야기는 피해자에 대해 엄중하고 정중하게 접근하는 영화여야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실화인데 기획적으로 놀랄만 해서, '이렇게 신기한 영화를 들고 나오면 남들이 알아봐주겠지'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얘기했다.
보는 이들이 영화에 더욱 잘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극적 구조 안에서 관객을 형민처럼 수사를 시키자'는 생각으로 연출에 나섰다.
"이야기의 특성상 장르적인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는데,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관습적인 장르의 모습들을 대신할 어떤 것을 찾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고민의 결과가 '극적 구조 안에서 관객을 형민처럼 수사를 시키자'였죠. 형민이 수사할 때 관객들도 똑같이 판단하게 되고 자신도 같이 수사하는 것처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 수수께끼에 동참하도록 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2011년 '봄, 눈'과 '반짝반짝 두근두근'(2014)에 이어 '암수살인'까지, "여전히 신인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찍고 있다"고 전한 김태균 감독은 "장르적으로 새로운 길을 가면서도, 피해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며 사람을 지키려고 한 형사의 모습이 제 전작들과의 결을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빛의 각도 하나하나까지도 섬세하게 공을 들였던 시간이었다. 실제 영화의 첫 신으로 등장하는 자갈치시장 장면은 자신의 고집으로 첫 촬영이 됐지만, 또 그 욕심으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이 됐던 사실도 떠올렸다.
"제가 신의 순서대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요.(웃음) '신인감독인데, 신 순서를 섞으면 내가 헷갈린다'는 이유로요. 모든 장면을 그렇게 찍을 수는 없지만 프로덕션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신의 순서대로 스케줄을 잡아달라고 했었죠. 그래서 그 장면을 찍게 된 것인데, 제 욕심 때문에 힘들어진 부분이 있었어요. 완성된 장면에서는 굉장히 평온하게 나왔지만요."
이런 김태균 감독의 뜻을 그 이상의 연기로 스크린 속에서 소화시켜 준 김윤석과 주지훈 등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전했다.
김태균 감독은 "저희 영화는 텍스트보다 서브텍스트가 훨씬 중요하고, 액션보다 리액션이 훨씬 중요한 영화였거든요. 저희 영화의 주요 공간이 접견실이잖아요. 관객이 보기에는 똑같은 공간일수밖에 없는데,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두 배우의 연기가 정말 중요했어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물리적 파장, 파고들이 눈빛 안에 보였으면 좋겠다 했던 것이 가장 우선이었는데, 그런 눈빛을 가진 분이 김윤석 선배와 주지훈 배우였어요.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정말 좋았죠"라고 전했다.
"자기가 만든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보고 캐스팅하는 것 , 그게 감독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생각해요. '봄, 눈'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감독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통해서 배우의 연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감독이 배우의 연기를 변신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더라고요. 그 배우가 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죠.
주지훈 씨만 봐도, 단순히 '주지훈 씨가 사투리 연기를 잘했다' 이 표현은 주지훈 씨의 연기를 낮추는 평가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사투리 연기를 잘했다' 이게 아니라, 그 사투리 안에서 자기만의 디테일한 감정의 표현을 정말 잘 했거든요. 그래서 이 배우가, 칭찬받아도 정말 좋은 배우인 것이죠.(웃음)"
'총괄제작'이라는 이름으로 '암수살인'에 함께 한 곽경택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밝혔다. 1997년 곽경택 감독의 '억수탕' 조감독을 통해 본격적인 영화 일을 시작한 김태균 감독은 1999년 '닥터 K' 조감독 등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김태균 감독은 "20년 인연이죠. 제가 영화를 곽경택 감독에게 배웠잖아요. 감독님의 영화적인 유전자가 섞일 수밖에 없죠. 이 시나리오를 몇 년 동안 혼자 준비하다 감독님의 도움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아직도 저 혼자 준비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 곽경택 감독님의 기운과 향기가 느껴진다는 말은 제게 너무나 감사한 이야기죠, 제가 청출어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기도 하고요"라고 미소를 보였다.
김태균 감독의 남다른 감회는 여전히 마음 한켠에 뭉클하게 자리잡고 있다.
'암수살인'을 준비한 6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잘 견뎠던 것 같고요. 어려울 때가 있었거든요. 이 프로젝트가 멈추려고 하는 순간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묘한 돌파구가 생겼었어요. '이 영화는 세상에 나와야 되는 영화인가보다' 싶었죠. 영화를 본 분들이 흥미로운 상업영화로 받아들여주시고, 영화의 울림을 함께 느껴주시며 극장을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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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