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 시장의 큰 줄기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아직 팀의 부족한 '2%'를 채우지 못한 몇몇 구단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시장 종료 일자(8월 31일)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에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던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기면서 맨체스터가 이영표에게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와 영국의 축구 전문사이트가 '맨체스터 추정되는 프리미어리그의 팀이 이영표를 원하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관심이 고조되었지만, 이영표에게 러브콜은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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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표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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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PSV 에인트호벤 |
유럽 축구의 이적 시장이 마무리되어 가면서 이영표의 빅리그행은 다음으로 미루어지는 듯했지만 시장 종료 일자가 다가오면서 조금씩 분주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05-06시즌을 대비해 아직 만족스러운 전력 보강을 끝내지 못한 팀들이 정상급 윙백인 이영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현재 가장 구체적으로 이름이 오가고 있는 팀은 지난 '2005 피스컵 코리아'의 챔피언인 토튼햄 핫스퍼와 볼튼 원더러스이다. 두 팀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 소속의 팀들이다. 이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팀은 토튼햄.
토튼햄은 이번 피스컵에서 탄탄한 수비력을 기본으로 하는 전형적인 잉글리쉬 스타일인 '퀵 앤드 러쉬'라는 축구의 고전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 틀은 고전이라 부를법 하지만 빠르고 저돌적인 토튼햄의 공격 축구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적절하게 타면서 피스컵 4경기에서 9골을 뽑아내게 만들었고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는 영광까지 선사했다.
미도와 저메인 데포, 그리고 '아일랜드의 저격수'인 로비 킨 등의 공격진과 루들루지와 지글러가 이끄는 허리 라인의 공격은 참 빠르고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탄탄할 것으로 예측했던 했던 수비라인은 보강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장신 선수들로 구성된 포백은 상대의 역습과 짧은 패스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피스컵에서 토튼햄이 기록했던 9골이란 득점 못지않게 많은 5점이란 실점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러한 부분을 모를 리 없는 마틴 욜 감독은 올 시즌을 대비해 왼쪽 측면 수비수의 보강을 내심 노리고 있는 듯하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쳤지만 팀의 아킬레스건인 왼쪽의 보강만 이루어진다면 지난 시즌 에버튼과 같은 돌풍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왼쪽 측면 수비수인 에드만의 대체 요원이 절실해 보인다. 에드만은 체격 조건은 나무랄 데 없지만, 스피드와 공격 가담 능력이 조금 떨어져서 왼쪽 측면의 무게감을 떨어트리고 있다. 또 체력과 상대 역습에 부담을 느낀 탓인지 적극적인 오버래핑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욜 감독의 눈에 이영표란 존재가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한 일.
이영표의 장점은 역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쉴 틈 없는 오버래핑과 적극적인 대인마크 그리고 한결 정확하고 날카로워진 크로싱 능력이다. 만약 이영표가 온다면 루들루지가 있는 오른쪽과 함께 남 부럽지 않은 측면 라인을 만들 수 있다. 또,수비라인의 장신 화로 걱정했던 세밀한 수비 조직에 관한 염려도 해결할 수 있다. 토튼햄에게 이영표는 현재 아주 매력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 '물건'인 셈이다.
히딩크 에인트호벤 감독도 '본인이 가겠다고 하면 보내 주겠다'고 밝히면서 이영표가 이적을 한다면,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의 수준급 팀이나, 분데스리가의 바이른 뮌헨 정도의 팀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영표의 실력과 애제자의 미래를 함께 걱정한 히딩크다운 발언이었다.
한편, 이영표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지쎈의 김동국 대표가 이번 이적 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네덜란드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영표의 '이적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꺼져가던 빅리그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있는 이영표, 과연 이영표가 이번 시즌 어떤 리그에서 어떤 팀의 저지를 입을지 기대된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