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손예진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배우 손예진이 19일 개봉한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으로 3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이어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다.
'협상'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손예진은 "올해만 세 작품으로 인사드리네요. 의도치는 않았던 부분이지만, 다행히 장르와 캐릭터가 달라서, 색다르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라고 웃으며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손예진이 연기한 하채윤 캐릭터는 그동안 대한민국 영화에서는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협상가다. 현장에서 인질과 인질범이 모두 사망하는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여 있던 시간, 하채윤은 자신을 협상가로 지목한 인질범 민태구(현빈 분)를 만나게 된다. 주어진 시간은 단 12시간. 하채윤과 민태구가 밀고 당기며 벌이는 협상이 긴장감을 더한다.
손예진은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단숨에 읽혔었거든요. 궁금했죠. 이 불꽃 튀는 그 순간의 긴박함, 그것이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협상으로 이어지는 것이잖아요. 소재 자체도 너무나 새로웠고,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되는 시나리오의 힘과 긴장감이 컸어요"라고 떠올렸다.
"무엇보다 제가 이 영화를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채윤이 굉장히 능동적인 캐릭터로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여자 경찰의 모습,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대한 흥미로움도 있었죠. 저는 언론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저희가 생각하고 의도했던 긴박감들이 더 촘촘하게 잘 그려진 것 같더라고요. 범죄오락물이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탄생한 것 같아요."
특히 '협상'은 이원촬영이라는 다소 생소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같은 공간 속 층만 다르게 자리하고 있는 손예진과 현빈이 모니터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연기를 이어갔다.
"이원촬영이라는 말 자체도 정말 생소했었어요"라고 웃어보인 손예진은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국제시장' 속에서 한 장면이 나왔었죠. 저희 감독님이 '국제시장' 조감독을 하셨었기 때문에, 그 때의 경험들이 잘 어우러져서 생동감 있게 촬영될 수 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상상 속으로만 이원촬영의 모습을 그렸던 손예진은 "'나는 진짜 협상가다'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들어갔죠. 약간 어긋나는 방향이 있다고 해도, 쭉 밀고 나갔었어야 했어요. 계속 긴장하고 집중하고 있었어야 했죠.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주기 위해 노력했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영화의 특성상 대표적인 연예계 선남선녀 스타인 손예진과 현빈이 실제 함께하는 장면을 많이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은 보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동갑내기이자, 데뷔했던 시기도 비슷해 더 빨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던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는 믿음 속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내용 자체가 긴박하게 돌아가잖아요. 서로 감정이 고조된 상태로 쭉 달려야 하는 것이라서, 사실 일부러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힘들고 답답한 것을 알 수 있었죠. 서로 조용히 응원하는 느낌이었어요.(웃음) 세트장도 전체가 다 불이 꺼져서 굉장히 어두운 상태였거든요. 매일 똑같은 작은 모니터실 안으로 출근해서 퇴근하는 것이었는데, 가끔씩은 외로움까지 느껴지더라고요.(웃음)"
긴박한 상황 속에도 침착하고 냉철한 태도로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 온 하채윤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대사 한 글자 한 글자에도 더욱 신경 썼다.
"대사가 정말 중요한 것들이 많았어요. 하채윤이 어떤 말투를 쓸까, 민태구를 설득하기 위해 어떻게 협상을 할까 계속 생각했었죠. 너무 전형적인 딱딱한 말투라면 재미가 없을 수 있겠다 싶었고, 적절한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했죠. 식상한 경찰 연기를 했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지는 않았어요."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꾸준히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오며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를 다져온 그다. 그에 따라오는 무거운 책임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손예진은 이것 역시 '당연히, 또 감사하게 마음먹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저를 '추석 영화의 유일한 여주인공'이라고 표현해주시는 것도 봤었거든요. 그런 부분을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결과에 상관없이 항상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게 따르는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배우로서 감수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도 제가 하는 작품이 잘 될 수도, 또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싶지는 않아요. 이 작품을 통해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연기, 소개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알리는 것이죠. 그 이후는 운에 맡기고요.(웃음)"
2001년 데뷔 이후 30여 편에 이르는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손예진은 그럼에도 여전히 "새로운 변신을 꿈꾼다"며 웃어보였다.
손예진은 "항상 너무나 다양한 옷들을 입어왔지만, 아직까지도 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대한 설렘이 있어요. 파격적인 변신을 늘 꿈꾸죠"라고 말했다.
"제가 늘 하는 생각이, 배우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는 것이거든요. 올해에는 세 작품을 보여드리게 됐는데, 그 안에서 저는 모두 다르게 연기하려고 했던 부분이 보시는 분들에게는 비슷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겹지 않은 배우, 지루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무언가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대중에게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정말 좋겠죠. 힘든 부분이지만, 그런 목표를 갖고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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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