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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태평양 돌핀스의 주축 투수, 가내영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9.06.30 11:35 / 기사수정 2009.06.30 11:3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인천 송도, 유진 기자] 고교야구 감독은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감독으로서 순수하게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역할과 교사로서 제자들을 가르쳐야 하는 역할, 마지막으로 학부형과 선수 사이, 선수와 학교 사이의 관계를 중계/중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학원스포츠에서 감독을 맡는 사람은 단순히 '감독(manager)' 역할을 떠나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제물포 고등학교 가내영 감독(38)은 자신의 모교에서 성실하게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그동안 동산고와 인천고에 밀려 인천야구에서 제 모습을 찾지 못했던 제물포고가 가내영 감독 부임 이후 최강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은 인정해 줄 만하다. 특히, 제자들에게 인성을 많이 강조한다. 경기에서 져도 끝까지 예의를 잃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래서 경기 내용보다는 선수들이 얼마나 예의 있게 경기에 임하는가를 더욱 유심히 살펴본다. 제물포고 선수들이 유난히 인사성이 밝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역 시절, 특히 ‘태평양 돌핀스의 주축 투수’로 인천 야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가내영 감독을 동산고등학교와의 전국체전 지역 예선 승리(10-5) 이후 송도야구장 앞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Q : 전국체전 지역 예선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우선 아직까지 ‘현역시절 태평양 현역투수’로 가내영 감독님을 기억하고 있는 팬 여러분들께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가내영(이하 ‘가’로 표기) : 네 감사합니다. 음, 은퇴한 지 이제 5년 됐고, 또 뚜렷하게 잘한 것도 없었는데 아직까지 ‘가내영’을 기억해 주신다면 감사할 뿐이지요. 지금은 모교에서 머물며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모교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팬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역시절에 대한 추억

Q : 태평양 시절의 주축 투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10승을 기록하지 못하셨는데, 그에 따른 아쉬움이 크셨을 것 같습니다.

가 : 딱 한 번 10승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1996년 현대 시절에 8승 6세이브를 기록했는데, 그때 몸 관리를 잘했다면 충분히 10승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되지 않더군요. 잘 나가고 있을 때에 부상으로 쉬면서 아쉽게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Q : 포스트 시즌 진출도 세 번이나 하셨습니다.

가 : 1994년(태평양 시절)과 1996년(현대 시절) 한국시리즈 진출 외에 KIA에 머물면서 2002년도에 가을잔치를 경험했습니다. 세 번 모두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가장 많이 아쉬웠던 순간은 1996년이었습니다. 한창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때에 몸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었지요. 그때에는 제가 전반기에만 8승을 하다가 이후 내리 6패를 했습니다(당시 8승 6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3.38 기록). 몸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시리즈 때 제대로 된 기량을 보여 주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Q : 그렇다면 가을잔치 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아 주신다면?

가 : 역시 프로에서 첫 승 했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1992년에 한화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두었거든요. 그것도 9회까지 완봉으로 가다가 마지막에 솔로포를 얻어맞으면서 ‘완투승’이 되어버렸지요(웃음). 평생 못 잊을 순간이었습니다.

Q : 그런데 나이 서른둘에 은퇴를 하셨는데, 송진우(1966년생), 양준혁(1969년생), 이종범(1970년생), 정민철(1972년생) 선수가 아직까지 현역임을 감안해 보면 다소 이른 감이 있나 싶습니다.

가 : 14년간 프로생활을 했는데, 이것도 짧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가장 아쉬운 것은 몸 때문에 은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이지요. 더 하고 싶었지만, 몸(어깨)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지 못합니다. 다만, 투수들을 가르칠 때 ‘컨트롤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차원에서 시범식으로 몇 번 던지기는 하는데, 역시 많이는 못 던집니다. 가끔 던지다 보니 그때마다 제자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봅니다(웃음). 은퇴를 했지만, 아직까지 팬 여러분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역시 저의 특이한 이름이 한 몫 한 것 같습니다(웃음).

Q : 이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없었습니까?

가 : 가득염 투수(SK 와이번스)가 친족으로 따져봤을 때 저에게는 아저씨뻘입니다(실제로는 두 살 차이). 그런데 가득염 형님하고 제 이름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아 저를 ‘롯데 자이언츠’ 출신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 저 롯데 출신 아닙니다.’라고 설명드려야 했습니다(웃음).



▲ ‘제2의 가내영’을 꿈꾸는 제물포고 투수들

은퇴, 그리고 제물포고 후배들

Q :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가 : 음, 은퇴하고 나서 동성고 투수 코치직을 맡았습니다. 그때 2학년이었던 한기주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당시 청룡기까지만 동성고에 몸담고 있다가 김태원 선배와 교대를 했습니다. 이후 모교의 부름을 받고 갔는데, 제가 처음 감독직을 맡았을 때만 해도 상당히 낙후된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팀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동문 선배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택에 팀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인천고나 동산고에 버금가는 팀이 되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 그런데 전국대회에서는 참 아쉬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황금사자기에서는 8강에서 북일고에 덜미를 잡혔고, 청룡기에서는 신일고에 덜미를 잡혔는데, 공교롭게 두 학교가 나란히 해당 대회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가 : (아쉬운 듯) 대통령배나 청룡기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을 놓쳤습니다. 최고 성적이 4강이었지요. 그런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강팀을 만나게 되는데, 그 ‘강팀의 전통’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과 경기를 하기에 우리는 아직까지 1, 2% 부족한 듯싶습니다. 하지만, 봉황대기와 미추홀기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승기를 휘날려 보고 싶습니다.

Q : 제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가 : 최선을 다하고, 또 열심히 할 것을 강조합니다. 또 경기할 때에는 즐겁게 할 것을 주문합니다. 인상 써봐야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요. 그것을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Q : 이제 내년부터 다저스로 적을 옮기게 된 남태혁(1루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태혁 선수의 빅리그 입성 가능성을 크게 보십니까?

가 : LA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봐 왔는데, (남)태혁이를 봐 왔는데,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저를 믿고 제물포고에 입학을 했기에 고마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남)태혁이가 ‘리틀 이대호’로 불리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대호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지만, ‘크게 될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남)태혁이의 미국행을 찬성하는 편입니다.

Q : 마지막으로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가 : 열심히 하는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비단 운동뿐만이 아닙니다.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사회에서 성공하기 마련입니다. 또 하나는 인성 교육입니다. 부모님과 어른을 존중하고, 선후배 사이에 지켜야 할 것을 확실히 지켜준다면 무엇을 하건 간에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 가내영(제물포 고등학교 감독)

1. 생년월일 :
1971. 3. 29


2. 포지션 :
투수

3. 체격조건 :
182cm, 76kg

4. 프로 통산 기록 :
34승 43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4.71

5. 경력 :
제물포고 - 태평양 돌핀스 - 현대 유니콘스 - 쌍방울 레이더스 - SK 와이번스 - KIA 타이거즈 - 광주 동성고등학교 코치 - 現 제물포 고등학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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