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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한국배구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다"

기사입력 2009.06.11 13:03 / 기사수정 2009.06.11 13:03

조영준 기자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 월드리그 특집 1]
김호철 감독편

[엑스포츠뉴스=태릉선수촌, 조영준 기자] 삼성화재의 오랜 독주가 한국 남자배구판을 지배할 무렵, 김호철(54, 현대캐피탈, 현 남자국가대표 감독) 감독은 '토털 배구'를 선보이면서 국내 배구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패배주의에 젖어있었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정신력을 재무장시켰고 삼성화재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이 갖춘 높이와 선수구성의 장점을 활용해 현대캐피탈을 두 차례 정상에 등극시켰다. 국내에 들어오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한 김호철 감독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위업마저 달성했다.

눈앞에 놓인 목표들을 하나씩 정복한 '승부사' 김호철 감독에게 또 다른 도전과제가 생겼다. 남자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09월드리그에 참가하게 된 것. 지난해 월드리그에서 한국대표팀은 12전 1승 11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월드리그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이탈리아, 쿠바 등 세계적인 강호들과 맞붙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과 대결하게 된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지만 아르헨티나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이다. 또한, 세르비아와 프랑스도 주전 선수들의 참가 여부에 따라 1~2승을 뽑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대표팀 내부에 있다. 무엇보다 2008~2009시즌을 마친 뒤, 피로와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의 몸 상태가 김 감독의 큰 고민거리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그리 좋지 않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월드리그는 국가대항전이자 세계적인 배구 잔치 대회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 대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꾸준한 재활을 통해 선수들을 치료해가면서 이 대회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현재 대표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대표팀이 함께 모여 훈련에 임한 기간은 3주가 지났다. 첫 소집 이후, 수원에서 몸만들기 훈련을 가진 남자대표팀은 1일부터 태릉에 입촌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태릉으로 들어온 이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또한, 충분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여유도 선수들의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의 집중력은 한층 살아나고 있다. 김 감독은 "기본기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레프트 자원이 부족한 게 마음에 걸린다. 임시형(24, 현대캐피탈)과 김요한(24, LIG 손해보험), 그리고 문성민(23, 터키 할크방크) 등 세 명이 있지만 김요한과 문성민은 소속 팀에서 라이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레프트 포지션에 대한 걱정이 많다"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한국남자배구의 문제점 중 하나는 뛰어난 '레프트 보공'의 부재이다. 공격은 물론, 서브리시브와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야 할 레프트 보조공격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배구 도사'라 일컬어졌던 박희상(37, 현 우리캐피탈 수석코치)과 석진욱(33, 삼성화재)의 계보를 잇는 선수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남자배구 대표팀의 선수구성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레프트 보공 양성은 유소년 시절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좋은 공격수가 나타나면 궂은일은 안 시키고 공격에만 전념케 하는 시스템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승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공수주에 능한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대표팀에서 이런 기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대회와 국내대회의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 국내 선수들보다 더욱 뛰어난 높이를 상대해야 하고 한층 빠른 '스피드'에 맞서야 된다. 세대교체를 이룬 남자대표팀의 공격라인은 박철우(24, 현대캐피탈), 김요한, 문성민 등이 포진돼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팀의 공격력이 아무리 강해져도 국제무대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의견이다. "우리 선수들이 공격력을 최대한 끌어올려도 외국선수들과 같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스피드에서도 많이 떨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국제대회에서는 국내리그에서 하던 방식의 배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적절하게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한국대표팀은 기본기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 시점에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는 궂은일을 도맡을 임시형과 이강주(25, 우리캐피탈)이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에 대해 김 감독은 "시형이는 팀에서 궂은일을 담당했지만 국제무대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한 기대보다는 할 수 있는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주었으면 한다. 강주도 이점은 마찬가지이다. 성민이와 요한이가 못 채워주는 부분까지 충실하게 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팀과 함께 B조에 속한 세르비아와 프랑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모두 근래 이겨본 적이 없는 팀들이다. 그러나 충분히 해볼 수 있는 상대라고 김 감독은 평가했다.

"세르비아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프랑스는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하지만, 월드리그는 변수가 발생한다. 상대팀이 주전선수들을 모두 출전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유망주들 위주로 팀을 구성해 내보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 수원에서 벌어지는 아르헨티나전과 그 다음주 전주에서 펼쳐지는 세르비아의 경기에 집중할 생각이다"

많은 배구 팬들의 관심사는 '숙적'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비록, 이번 월드리그에서는 맞붙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의 배구대결은 언제나 관심을 끌고 있는 매치 업이다. 작년에 벌어진 올림픽예선전에서 한국팀은 일본배구의 빠르고 다양한 세트플레이에 아깝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김 감독은 "한국에 비해 일본배구는 국제배구의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다. 또한, 스피드도 빠르고 세트플레이와 공격패턴도 한국보다 훨씬 다양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배구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특유의 조직력이 넘치는 배구를 살리느냐의 여부이다. 끈끈한 조직력이 살아나고 스피드도 한층 빨라진다면 일본은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올 10월까지 대표팀 감독으로 계약이 맺어져 있다. 내년에 다시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점에서 김 감독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들이 대기 만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본다.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배구 팬들과 관계자들이 한국대표팀의 경기를 보고 한국배구의 가능성을 확인하게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월드리그에 참가하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팀은 13일 오후 2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009월드리그 첫 승에 도전한다.





[남자배구 월드리그 특집 관련 기사] ☞ 남자배구대표팀, "태릉에서 흘린 땀, 반드시 결실로 이어질 것"

[사진 =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호철 감독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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