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6.07 21:32 / 기사수정 2009.06.07 21:32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텅 빈 관중석, 전광판에서 리플레이도 볼 수 없는 열악한 관전조건, 그래도 Daum K-3 2009 서울 유나이티드(서유)와 부천 FC1995(이하 부천)의 경기에서 기자는 양 팀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서포터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따뜻한 날씨의 토요일 오후 4시. 여자 친구와 데이트도 친구와의 약속도 팽개치고 효창운동장을 찾은 그들, 혹은 친구와의 약속과 여자 친구의 데이트 장소로 경기장으로 선택한 그들은 경기 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비록 K-리그의 서포터스에 비해 규모는 작았으나 양 팀 서포터스의 결속력과 열정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축구에 대한, 내 팀에 대한 가슴 뜨거운 사랑은 보는 이들마저 절로 빠져들게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포터스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잠시 마실 나온 관중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내면에도 축구를 사랑하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것을 알게 되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열기는 경기가 시작되자 더욱 뜨거워졌다. 부천의 서포터스들은 원정경기임에도 많은 인원이 찾았고 한시도 앉아있지 않고 일어서서 깃발을 흔들며 북을 치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4위를 달리며 선두권을 형성하는 부천의 성적에 큰 힘을 되어주는 절대적인 지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 팀 서유의 응원도 이에 못지않았다. 경기 전에는 부천에 비해 다소 적은 인원이라 생각했었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어느새 한 곳에 몰려 큰 목소리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12위에 쳐져 있어 다소 부진한 성적이지만 변함없이 지지하는 진정한 지지자의 모습이었다.
이들의 참모습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바로 선수들이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이들은 한 목소리로 힘을 모아 부상당한 선수를 독려했다. 때로는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품으며 다소 얼굴을 찌푸릴만한 언행을 하는 잘못된 응원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그만큼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애교로 넘어가고 싶을 정도로 이들은 진지하고 열광적이었다.
90분이 지난 후, 양 팀 서포터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부천이 이승현과 김대환의 골을 앞세워 서유에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부천의 팬들은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에 흥겨워했고 부천의 선수들도 서포터스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펄쩍펄쩍 뛰면서 함께 즐거워했다.
반면 서유의 선수들은 팀의 패배에는 고개를 떨궜지만 자신들에게 힘이 되어준 서포터스 앞에서 고개를 들고 힘이 되어준 서포터스에게 박수를 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풀이 죽은 모습을 90분 내내 같이 뛰어준 '가온누리'(서유 서포터)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취재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이들의 만남은 한결 친밀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앞에서 선수들을 기다린 서포터스들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선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었고 경기장에서의 선수와 팬의 만남과는 다르게 오래된 친구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기는 부천의 승리로 끝났지만 한목소리로 응원하는 양 팀의 서포터스들은 무승부였다. 아마도 해가 지면 이들은 근처 호프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따뜻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한민국 뿌리 축구의 열정
☞ 효창운동장에서 K3를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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