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3일 펼쳐지는 MLB 올스타전에 앞서 하루 전(12일 오전9시)에 펼쳐지는 홈런더비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홈런더비는 8명의 타자가 10개의 아웃카운드 (헛 스윙이나 홈런 이외의 타구를 날렸을 경우) 가 될 때 까지 누가 더 홈런을 많이쳤는가를 겨루는 이벤트.
특히 내년 3월 펼쳐질 야구 월드컵(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대비해 올시즌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슬러거들을 초청해 유레없는 '국가 간 대결' 의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 또한 최희섭도 우리나라를 대표해 홈런더비에 참가하면서 국내팬들의 관심 역시 뜨거울 전망이다.
한편 '홈런왕이 홈런더비에서 1위를 기록한 경우는 많지 않다' 는 말처럼 홈런더비는 당일 컨디션과 대진운과 같은 '실력 외적인' 요소도 많이 작용하는 이벤트로 유명하다. 때문에 최희섭의 우승 또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이번 홈런더비에는 최희섭을 포함해 어떤 8명의 거포들이 참가하는지 알아보자.
[제 1조: 바비 아브레유(베네수엘라) vs 제이슨 베이(캐나다)]
- '호타준족'형의 필라델피아의 주축 - 바비 아브레유(필라델피아.베네수엘라)
(홈런 18개로 메이저리그 홈런부분 공동 18위)
필라델피아의 중심타자 바비 어브레이뷰. 98년부터 필라델피아의 중심타자로 활약한 어브레이뷰는 비록 홈런에 있어선 2001년 31개가 최고기록이지만 홈런보단 타율(통산타율 0.305)과 도루(통산 231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호타준족'형 슬러거이다.
올 시즌도 7월 11일 현재 18홈런 58타점 21개의 도루에 타율 0.307이 말해주듯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착실히 해주고 있다. 이런 그와는 반대로 소속팀인 필라델피아는 시티즌스뱅크파크로 옮긴 지난 시즌 이후 짐 토미 - 조 리버 - 데이비드 벨 - 빌리 와그너 등을 영입하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왕좌를 노렸으나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동부지구의 영원한 강자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신생팀 돌풍을 잃으키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에 밀려 7.5게임차 뒤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때문에 그를 트레이드해서 팀을 리빌딩하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 올스타 홈런더비는 그에게 있어서 다시금 팀에서의 본인의 존재를 각인시켜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팀 성적의 부진을 홈런포로 씻는다 - 제이슨 베이(피츠버그.캐나다)
(홈런 16개로 메이저리그 홈런 부분 30위)
2003년 부터 피츠버그에서 활약 중인 제이슨 베이는 지난 시즌 26홈런 82타점. 0.282의 타율로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잡은 이후. 올 시즌 현재 0.299의 타율에 16홈런 45타점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 방' 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전통적인 스몰마켓으로 투자에 인색할 수 밖에 없는 팀인 피츠버그 입장에선 어찌보면, 39승 48패(승률 0.448)로 1위 세인트루이스에 16.5게임 뒤진 5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올 시즌 그의 활약은 팀 입장에서 보면 큰 힘이 되고 있다. 참가자 중 가장 무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슨 베이의 깜짝 '홈런왕 등극' 은 가능 할 것인가. 야구의 즐거움은 누가 뭐래도 '이변'인 만큼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제 2조: 최희섭(대한민국) vs 앤드류 존스(네덜란드)]
- 아시아의 자존심으로 거듭난다 - 최희섭(LA 다져스. 한국)
(홈런 13개로 전체 메이져리그 홈런 51위)
'한국인의 자존심' 빅 초이 최희섭. 한국인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이기도 한 최희섭은 이번 시즌 아시아 대표로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마쓰이(뉴욕 앙키즈)를 제치고, (물론 자력출전은 아니지만) 지난 달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괴력을 앞세워 홈런더비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었다.
시카고 컵스- 플로리다 마린스등을 거치며, 시즌 초반 4~5월엔 맹타를 휘두르다가도 무더위와 상대 투수 변화구 공략에 애를 먹으며 항상 시즌이 경과할 수록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곤 했던 최희섭. 최근 휴스턴과의 3연전에서 9타수 3안타로 서서히 타격감각을 회복하고 있는 그의 입장에선 홈런 수(13개)에 비해 낮은 타율(0.236)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보단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이니만큼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올스타전 홈런더비가 그에게 또 다른 '전환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넓은 수비범위와 더불어 홈런포 장전 - 앤드류 존스 (애틀랜타.네덜란드령 쿠라카오) (홈런 27개로 메이져리그 홈런부분 1위. 내셔널리그 홈런 1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터줏대감 앤드류 존스. 10년동안 애틀란타의 중견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총 277홈런에 833타점. 0.268의 타율을 기록중인 앤드류 존스는 올 시즌 홈런 27개로 2000년과 2003년 자신이 세운 최다홈런 기록(36개)을 가볍게 넘길 태세다.
역시 앤드류 존스하면 준수한 타격도 좋지만, 토리헌터와 더불어 MLB 최상급을 자랑하는 외야수비능력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올 시즌 그 동안 10년 넘게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패권을 쥐고있던 애틀란타가 올 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에 밀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으나 모든 스타들이 떠난 애틀란타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앤드류 존스가 있기에 그래도 지금정도의 성적이라도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홈런더비에서 1라운드에서 최희섭과 맞대결할 앤드루 존스. 과연 그 동안의 '중거리포'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슬러거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지 지켜볼 일이다.
[제 3조: 카를로스 리(파나마) vs 데이빗 오티스(도미니카공화국)] - 카를로스 리(밀워키.파나마) (홈런 22개로 메이저리그 홈런부분 7위)
6년 동안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스캇 포세드닉과 투수 유망주와 함께 트레이드 되어 밀워키로 이적한 카를로스 리.
빅리그 대뷔전이었던 지난 1997년 5월 7일. 대 오클랜드와의 홈 경기 첫 타석에서 홈런을 작렬했을 만큼 파워를 갖추고 있는 카를로스 리는 2003~2004년 2시즌에 걸쳐 30홈런 100타점을 넘기는등 유망한 '런 프로듀스'로 각인되는 듯 했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공격 스타일과 30개 이상의 홈런과는 거리가 멀었던(최다 홈런은 41개) 그는 밀워키로 이적하면서 자기 기량을 뽐내고 있다.
7월 11일 현재 타율 0.268에 22홈런 78타점을 기록중인 그는 비록 소속팀인 밀워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세인트루이스와 13.5게임차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졌지만, 그의 성적은 분명 밀워키 입장에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희망적인 요소가 되었다.
- 한국에선 '슈렉'으로 더 유명한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비드 오티스(도미니카공화국)
(홈런 21개. 메이저리그 홈런부분 전체 11위)
2004년 양키스와의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쉽에서 3경기를 먼저 내줘 패색이 짙던 보스턴. 또 다시 '밤비노의 저주' 에 땅을 칠 찰나.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며, 아메리칸 챔피언쉽 시리즈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일궈낸 장본인이 있었느니 그가 바로 데이비드 오티즈였다.
총 7경기에서 타율 0.387에 3홈런 11타점으로 '원맨쑈'를 일궈낸 오티즈. 그는 이 시리즈 이후 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 우승 (4승 무패)을 일구는데 일조하며 단연 메이저리그 대표 거포로 거듭났다.
올시즌 역시 21홈런 75타점에 0.314를 기록 중인 오티즈는 어느코스든 가리지 않고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담장을 넘기는 파워히터이다. 특히나, 한국에선 '슈렉'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데이비드 오티즈. 작년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주었던 폭발적인 장타력을 이번 홈런더비에서 다시금 뽐낼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제 4조: 이반 로드리게스(푸에르토리코) vs 마크 테세이라(미국)]
- 이반 로드리게스(디트로이트.푸에르토리코)
(홈런 6개. 아메리칸리그 홈런부분 81위)
국가별 안배의 올 시즌 홈런더비 원칙의 가장 큰 수혜자(?)로 손꼽히고 있는 이반 로드리게스. 하지만, 텍사스 시절부터 최다홈런 35개(199년)와 통산홈런 256개(15시즌)말해 주듯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 이반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6홈런 32타점에 0.292라는 부진한 성적 탈출을 위해 이번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그 누구보다도 칼을 갈고 있다.
플로리다를 우승으로 2003년 이끌고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자리를 지난 시즌 옮겨야 했던 이번 로드리게스. 퍼지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그가 이번 홈런더비에서 '명예회복'을 할 것인지 기대된다.
- 영(young) 거포의 본색을 보여주마 - 텍사스 레인져스 마크 텍세이라
(홈런 25개. 메이져리그 전체 홈런 부분 3위)
화끈한 타격의 팀 텍사스 레인저스를 이끌고 있는 중심. 마크 텍세이라. 200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그 해 26홈런 84타점 0.259의 타율을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한 텍세이라는 지난 시즌 38홈런 112타점 0.281의 타율로 팀의 중심타자로 확실히 자릴 잡았고, 올 시즌은 7월 11일 현재 25홈런 75타점 0.290의 타율로 '물 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타자 친화적인 '아메리퀘스트필드' 를 홈으로 쓰면서 보는 이점도 있으나, 신인시절부터 거물로써의 본색을 드러냈던 텍세이라 입장에선 이번 홈런 더비가 한 걸음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 항상 의외의 주인공이 왕좌에 올랐던 '홈런 더비' 이상 살펴본 8명의 타자. 물론 올 시즌은 각 대륙의 대표 선수를 뽑는 기준으로 인해 '함량미달'인 타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프로로써의 자존심까지 함량미달일 순 없는 일. 각 나라를 대표한 '국가선수' 라는 자부심으로 어찌보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량 이상의 홈런포를 가동할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디트로이트의 홈구장인 코메리카파크가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최희섭-어브레이뷰-오티즈 등이 유리하다고 할 순 있겠지만, 야구는 알 수 없는 법. 특히. 올스타 홈런 더비는 더욱 그런 '의외성'을 내포하고 있다.
1996년 이후 역대 홈런더비 우승자 1996년 배리 본즈 (샌프란시스코)
1997년 티노 마르티네즈 (뉴욕 양키즈)
1998~1999년 켄 그리피 주니어 (시애틀)
2000년 새미소사 (시카고 컵스)
2001년 루이스 곤잘레스 (에리조나)
2002년 제이슨 지암비 (뉴욕 양키스)
2003년 게런 엔더슨 (에너하임)
2003년 미구엘 테하다 (볼티모어)
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