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22 04:37 / 기사수정 2009.05.22 04:37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투수의 수비력이 경기에 큰 영향을 보여준다는 것을 입증한 한판 대결이었다. 역시, 투수는 '제5의 내야수'였다.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에서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는 역대 최장시간인 5시간 58분의 대혈투 끝에 13-1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이기에 두 팀 모두에게 아무 소득도 없이 체력소모만을 한 꼴이었다.
양 팀 모두에게 아쉬웠던 한판이었지만 더욱 안타까웠던 팀은 KIA 였다. 한국야구에 첫 선을 보인 LG의 새 용병투수 릭 바우어의 초반 난조를 틈타 2회 말까지 9-3으로 점수 차를 보이며 순조롭게 경기를 이끌어가는가 싶었다. 내심 광주에서의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3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지만, LG는 최근 보여주고 있는 뒷심을 여지없이 보여주며 끝까지 맹추격했다. 결국, 난타전을 주고받은 가운데 6회 초까지 10-10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9-3으로 뒤지고 있다가 10-10으로 만든 LG였기에 분위기는 LG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6회 초 4점을 뽑으며 맹추격하는 데 성공한 LG였으나 바로 6회 말 KIA 공격에서 바뀐 투수 최동환의 제구력 난조와 활발한 타선으로 말미암아 3득점에 성공하며 13-10으로 다시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13-10으로 앞서고 있던 KIA는 LG의 마지막 9회 초 공격에 마무리 투수 윤석민을 내세웠다. 앞선 투수 유동훈이 무안타로 호투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지만 조범현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전날 경기에서 2이닝 동안 마무리 투수로서는 많은 투구 수인 36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를 지켜냈었다. 전날 다소 많은 투구를 했던 윤석민이었지만 선발로서 많은 공을 한번에 던진 경험이 많은 윤석민이었기에 연이은 등판은 그리 부담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민은 김재박 감독이 내세운 '히든카드' 대타 이진영에게 선두타자 안타를 맞으며 불안함을 보였고 후속 타자 박용택에게 기분 나쁜 3루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이 안타는 박용택의 빠른 발이 만든 안타였기에 윤석민으로서는 더욱 기분이 나빴다.
문제는 바로 다음 상황에서 나왔다. 무사 1,2루의 절체절명의 위기. 3점차로 리드하고 있었으나 무사였고 다음 타자 이대형의 뒤에는 로베르토 페타지니와 3점 홈런의 주인공인 최동수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이대형을 잡아내야만 했다.
LG는 최악의 경우인 병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대형에게 세이프티 번트를 지시했다. 이대형이 내야땅볼이 많은 타자였기에 병살이 가능성이 있었고 이대형의 뒤에는 '한방'을 갖춘 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작전이었다. 게다가 빠른 발을 가진 이대형이었기에 그의 번트는 다른 타자들의 번트와는 질이 달랐다.
하지만, 이대형이 윤석민의 4구째에 댄 번트의 타구는 그가 원한 번트가 아니었다. 타구는 윤석민의 정면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윤석민은 침착하지 못했다. 여유를 가지고 송구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타구였으나 번트 타구를 잡은 윤석민은 한번 더듬으며 밸런스를 잃었다. 윤석민이 3루수에게 송구한 공은 3루수의 오른쪽으로 빠지며 이진영 대신 대주자로 나온 박용근을 홈으로 불러들이게 됐다.
1사 1,2루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 그 실책으로 인해 1점을 허용한 채 무사 2,3루의 위기로 둔갑하게 되었다. 3점차였던 상황이 2점차로 줄어들게 되었고 한 방이면 동점까지 허용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결국, 3번 타자 정성훈을 대신하여 나온 이병규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만들어줬다.
경기를 매조 지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투수의 실책으로 말미암아 연장전으로 끌고 가게 되었다. 그 단순한 실책 하나가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게 되어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불펜진의 소모에도 타격을 입혔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이다.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투구 연습에만 매진하지 않고 내야수들과 수비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손민한이나 송진우 같은 베테랑들은 공도 잘 던지지만 공 던진 후의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다.
선발 투수에서 마무리 투수로의 변신에 성공한 KIA의 윤석민. 충분한 구위와 여러 가지 팔색구를 던질 줄 아는 그에게 필요한 능력이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그것은 수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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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 윤석민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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