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8 16:53 / 기사수정 2009.05.18 16:53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지난주(5/12~5/17) 프로야구는 큰 판도 변화는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SK의 선두 수성과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 팀(두산, LG)의 자리바꿈, 롯데의 탈꼴찌 등 소소한 변화가 순위표 곳곳에서 나타났다.
5승(1패)을 올린 두산이 주간 최고 승률을 기록했고, KIA는 한화와 SK를 상대로 각각 2승(1패)를 수확하며 삼성을 밀어내고 4위로 점프했다. 삼성은 주초 롯데에 3경기를 모두 내줬고 주말에는 두산에 1승 2패로 밀렸는데 패한 5경기가 모두 3점 이내의 접전이어서 심리적 허탈감이 큰 한 주였다.
SK는 4승을 챙기며 선두를 그대로 유지했다. 주초 LG전을 싹쓸이한 뒤 주말 KIA전에서 1승을 보탰다. 김광현은 완투승으로 시즌 6승(무패)째를 신고했다. 한화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31점을 내주는 등 투수진의 난조 속에 3연패에 빠져 한때 7위로 추락했으나 17일 열린 더블헤더에서 롯데에 2연승을 거둬 6위로 복귀했다.
위클리 베스트 팀 - 두산 베어스 (5승 1패)
12일 히어로즈를 3-1로 꺾고 일주일만에 2위 자리를 되찾은 두산은 내친김에 주초 3연전을 '스윕'했고, 이어 15일에는 삼성을 5-3으로 잡아 7연승을 내달렸다. 17일 더블헤더에서 삼성과 1승씩을 나눠 가진 두산은 주간 성적 5승 1패로 가장 성공적인 1주일을 보낸 팀이 됐다.
지난주에는 난타전이 유난히 많이 나와 리그 평균 타율이 3할 가까이 됐다. 두산의 주간 팀 타율 0.299는 8개 구단 중 5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잣대를 출루율로 바꿔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의 주간 팀 출루율 0.414는 리그 평균(0.380)을 훌쩍 넘는다. LG(0.418)에 이어 2위다. '국가대표급 타선'이라는 꼬리표는 유효했다.
뒷문지기 이용찬은 세 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했다. 3경기에서 2.1이닝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9세이브를 기록 중인 이용찬은 오승환(삼성, 11세이브)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에 올랐다.
김현수의 폭발적인 타격감이 여전한 가운데 4번타자 김동주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김동주는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서 13타수에 7안타를 쳤다. 7안타 가운데 무려 여섯 개가 장타였다. 주말 3연전에는 1안타에 그쳤지만 볼넷을 4개나 얻었다. 절정의 감각을 자랑하는 김동주는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타격감이 주춤하는 듯 보였던 최준석은 삼성전을 통해 반전의 조짐을 보였다. 17일 더블헤더 1차전에서 최준석은 3안타를 몰아쳐 2일 사직 롯데전 이후 12경기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이어진 2차전에서는 1회말 3점 홈런을 날리며 승리에 공헌했다. 지난달 28일 잠실 SK전 이후 17경기만에 '손맛'을 봤다.
위클리 워스트 팀 - 히어로즈 (1승 5패)
17일 히어로즈와 LG의 더블헤더 2차전. 5-5로 팽팽히 맞선 11회말, 강정호가 천금 같은 끝내기 안타를 뿜어냈다. 히어로즈는 5일 KIA전에서 7-6으로 이긴 후 12일만에 승리의 달콤함을 느꼈다. 이날 승리로 히어로즈는 '10연패'를 간신히 모면했지만 실상 10연패를 당한 것과 다름 없었다. 9연패 중간에 무승부가 하나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 무승부는 패배와 마찬가지다.
지난주 히어로즈는 에이스 이현승이 나온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이현승은 12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3실점(3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17일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은 5.1이닝 6실점(6자책)으로 무너져 또 패전의 멍에를 썼다. 1점대였던 평균 자책점은 2.82로 치솟았다.
1주일간 히어로즈의 투수진은 속된 말로 '난타'를 당했다. 주간 팀 평균 자책점(9.96)은 10점에 육박했다. 두자리 수 점수를 헌납한 경기가 네 번이나 있었다. 15일 LG전에는 13-5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7-22로 역전패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험도 했다.
마운드가 불안할 때 재빨리 등판해 불을 꺼줄 구원투수가 보이지 않았다. 팀 피안타율 0.354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팀 타자들은 히어로즈 마운드를 마구 두들겨댔다.
김시진 감독은 1번 타순에 외국인 선수 클락의 이름을 써 넣기 시작했다. 9일 SK전에 이번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자 경험을 한 클락은 13일 두산전 이후 톱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1번 타순에서 클락은 22타수 6안타 타율 0.273에 그쳤지만 볼넷을 7개나 고를 정도로 출루에 신경을 쓰고 있다. 1번 타자로 나왔을 때 클락의 출루율은 0.476이다. 2군에서 복귀한 송지만과 이숭용이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한다면 클락의 '톱타자 외도'는 성공작이 될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 - LG 트윈스 (2승 4패)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진기한 경기를 일주일에 두 번이나 치렀다. LG 관계자들에겐 잊지 못할 한 주가 될 듯 하다.
SK와의 주초 3연전 첫 경기에서 LG는 9회초까지 1-9로 끌려갔다. 모두가 SK의 완승을 확신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일이 터졌다. LG는 8안타 3볼넷을 묶어 대거 8점을 올리며 9-9 동점을 만들고 승부를 연장으로 몰아갔다.
LG는 9-10으로 뒤진 10회말 페타지니의 동점 솔로 홈런으로 또 동점을 만들었지만 12회초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한꺼번에 6실점해 결국 10-16으로 졌다.
LG는 10회부터 포수 김정민을 좌익수에 세웠고, 12회초에는 지명타자였던 최동수를 투수로 기용하기도 했다. 우규민이 모창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퇴장당한 후 더 이상 쓸 수 있는 투수가 없자 김재박 감독이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LG는 이날 벌인 혈전의 충격으로 SK에 3연패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히어로즈와의 목동 경기에서다. LG는 4회말까지 5-13으로 크게 뒤져 5연패에 빠지는 듯 했다. 그러나 LG는 5회부터 9회까지 5이닝동안 17점을 쓸어담는 놀라운 파괴력을 드러내며 22-17로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양 팀 합쳐 홈런과 2루타가 각각 11개씩 나왔다. LG는 프로야구 통산 11번째로 팀 사이클링 홈런을 기록했고, 최다 실점 승리 기록을 덤으로 챙겼다. 두 팀이 합작한 39점은 한 경기 최다 득점으로 기록됐다. 최다 안타(40안타), 최다 루타(84루타) 기록도 다시 세워졌다. 그야말로 타자들만의 잔치였다.
'이상한' 승리로 분위기를 다잡은 LG는 17일 더블헤더 1차전을 11-5로 승리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9회초까지 5-4로 앞서 주간 승률 5할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말 뼈아픈 동점을 내줬고 11회 연장 끝에 5-6 패배를 당해 2승 4패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지난해 4월 24일 잠실 한화전 투구 이후 마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던 박명환이 1년 1개월만에 마운드에 올라 많은 관심을 모았다. 17일 히어로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박명환은 4이닝동안 3실점(2자책)한 뒤 물러났다. 부상 이전의 완전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직구 최고 시속이 140km대 중반을 기록하는 등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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