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3 11:03 / 기사수정 2009.05.13 11:03
FA컵은 원래 한 국가의 모든 축구팀들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한 나라의 모든 팀들이 참여하기에 다른 대회와는 FA컵 만의 특색이 있지만 한국의 FA컵이 대한민국의 모든 팀이 참가하지는 못한다. 대신 K리그 15개 팀과 내셔널 리그 14개팀 그리고 10개의 대학팀과 8개의 K3 팀이 예선을 거쳐 살아남은 3개의 팀, 총 32개의 팀이 참가해 펼치는대회가 한국의 FA컵 대회인데, 참가 팀 수로만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대회다.
FA컵은 대부분의 프로축구리그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 운영하고 있는 대회인데, 국가에 존재하는 모든 팀이 참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일부만 참가할 수 있느냐만 다를 뿐. 일정리그 전원 참가 + 예선전을 거쳐 하부리그의 상위 라운드 진출이라는 대진표를 쓰는 것은 다른 나라의 FA컵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상위리그, 하위리그 할 것 없이 모두가 참가하는 대회이다보니 약팀이 강팀을 잡는 이변이 나오기도 하고 실제로 그러한 이변이 FA컵의 맛이기도 하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 주에 끝난 프랑스 FA컵에서는 2부리그의 갱강이 우승컵을 차지했으며 2007-2008 잉글랜드 FA컵에서는 역시 2부 리그의 반슬리가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란 중에 최고의 전설이 된것은 2000년 당시 4부 리그에 있었던 칼레 RUFC가 쟁쟁한 강자들을 꺾고 프랑스 FA컵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결과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거의 조기축구회에 가까웠던 칼레 RUFC의 준우승은 FA컵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변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이변은 다른 팀에서만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축구팬의 마음이 아닌가? 그와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인천의 팬들은 우리의 팀이 이러한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 2009 하나은행 FA컵 "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최고의 시나리오 #1.
당연히 FA컵 우승이다. 2006년과 2007년 FA컵 준결승까지 진출했던 인천 유나이티드이다. 결코 우승이 꿈나라 이야기라던가 로또 복권과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을 확률을 양 쪽에 갔다 놓으며 비교를 해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는 11월 8일, 5번에 걸친 토너먼트에서 모두 승리하여 K리그 트로피보다 더 큰 덩치를 자랑하는 은빛의 FA컵 우승컵을 번쩍 들어 환호와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기뻐하고 또한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여 아시아 클럽들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알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다음 해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 자리에 팬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끌어안고서 축하와 기쁨의 노래를 불러 제낀다. 또한 시민구단으로서는 두 번째로 FA컵 우승(횟수로나 순서로나, 이전 FA컵 우승 시민구단은 대전 시티즌, 1회)을 끌어안았다는 기록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그러한 모습을 보는 다른 팬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참고로 매 라운드 MVP에게 주어지는 상금 200만원(32강은 100만원) 그리고 우승 상금 2억 원은 이러한 시나리오의 덤으로 받는 기쁨일 것이다.
최고의 시나리오 #2.
FA컵 준결승 전(4강전)에서 전남과 만나 전반 3분과 후반 43분에 두 골을 넣어서 2:0으로 이긴 뒤 2007년의 모욕을 씻는 것이다.(2007년 FA컵 준결승 전에서 전남이 전반 3분에 산드로와 후반 43분에 김치우의 골로 승리했었다.) 혹은 승부차기 끝에 인천이 4:3으로 전남을 꺾어서 2006년의 모욕을 씻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스포츠에 세계에서는 승과 패는 당연한 것이라 한 팀에게 진 것에 대해서 앙심을 품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만 무려 2년 연속으로 같은 팀에게 같은 라운드에서 졌다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냉정해져도. 감성적으로는 열정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지금 2006년과 2007년의 멤버가 각 팀에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지마는 그 때 소리를 외쳐가며 응원한 팬들과 구단 그리고 기록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이기에 지난 2번의치욕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그런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
이렇게 좋게 풀리면 참 좋으련만 세상 일은 예측 불가한 것이고 더욱이 축구는 더욱 더 예측이 불가한 스포츠다. 반대로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자.
최악의 시나리오 #1
바로 기적의 희생양이 되는 것, 즉 32강전 패배이다. 작년을 기억 하는가? FA컵 28강 전(당시에는 28개 팀이 붙어 이긴 14개의 팀과 전년도 FA컵 우승팀, 리그 우승 팀 ,두 팀이 합쳐져 16강을 펼쳤다) 당시 안산 할렐루야의 지독한 수비축구에 막혀 0:0으로 경기를 마친 후 승부차기 끝에 결국은 16강 전 진출이 좌절되었던 그때를...............
그저 인천 유나이티드만이 아닌 FC서울, 대전 시티즌, 제주 유나이티드 역시 이러한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고 특히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었던 FC서울 역시 승부차기 끝에 6:5로 고양 국민은행에게 16강전 진출 티켓을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이 경기 결과는 각 포털 사이트 헤드라인에 떴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그 고양은 16강 전 티켓을 4강 전 티켓으로까지 교환하는 역사를 이룩했다)
이러한 이변의 주인공들은 환호를 하며 즐거워했었고 우리 역시 단순한 이변의 관찰자였다면 우리도 즐거워했겠지만 당시에 우리 역시 그 이변의 희생양이었기에 그렇게 즐거워만 할 수는 없었다.
사실 이변이라는 존재에 희생양이 된다는 것은 " 남이 당하면 구경거리, 자기가 당하면 희대의 망신 " 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같기에 우리는 올해 이러한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2
바로 부상이다. 아무리 FA컵 중요하다 하더라고 엄연히 정규리그가 진행되고 있는 이상 부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학팀은 U리그가, 내셔널리그 팀들에게는 내셔널리그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누가 되었든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 안 그래도 승리를 위해 스트레스를 몸 속에서 생산해 내시는 감독님의 복창이 터지다 못해 대형 핵융합급 폭발을 하게 될 수가 있다.
최소한 선수들은 자기 몸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아 본인에게는 부상으로 인한 기량 저하와 출전횟수 제한을, 감독님에게는 이마에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 동안 프로젝트 무산을, 마지막으로 팬들과 가족 친구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인한 금연 프로젝트 무산을 하게 만드는 안 좋은 방향으로의 1석 3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승리를 향한 도전은 내년에도 있고 또한 그 도전은 보장되어 있지만 다음 경기에서 자신이 활약할 기회는 그렇지 못하다. 부상을 당하는 사람도 알고 부상을 입히는 사람도 알듯 의도하지 않는 사고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기회를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부상 방지는 반드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줘야 할 문제이다.
추가 시나리오
많은 팬들이 올해 FA컵의 준결승전과 결승전은 쉽게 접근하고 볼 수 있는 그런 장소에서 열리는 것이다. 머나먼 남국에서의 축구도 나쁘지는 않았다. 말이 안 나올 정도의 적은 관중 수와 경악할 만한 접근성만을 제외한다면..........
수 많은 축구팬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작년과는 다르게 팬들의 열정과 함성 그리고 높은 접근성을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은빛 FA컵의 우승자들이 만들어내는 시나리오의 에필로그에 동참하는 것이다.
글= 김인수 UTD기자(zkfltmak_1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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