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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야구는 내 인생' - 충훈고 박강산/남상우

기사입력 2009.05.11 22:29 / 기사수정 2009.05.11 22:29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안양 충훈고등학교는 지난 2007년에 창단된 신생팀이다. 그만큼 아직까지 ‘야구 명문’으로 회자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러나 3학년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해체된 성남서고등학교, 주엽고등학교 야구부에 몸 담았던 선수들이 신생팀 충훈고에 합류했기 때문.

이에 충훈고는 2008년 황금사자기 전국대회 1회전에서 제주고등학교를 9-5로 물리친 데 이어 2회전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도 박빙의 대결을 벌였다. 당시 1-0으로 앞서고 있던 충훈고는 연장전 끝에 에러로 2점을 헌납하며 아쉬운 1패를 기록해야 했다. 그리고 충훈고를 어렵게 이긴 광주일고는 마침내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만약 충훈고가 ‘대어’ 광주일고를 잡았다면 2008 황금사자의 주인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2학년이었던 멤버들은 어느새 3학년이 되어 팀을 이끌고 있었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위해 충훈고를 찾은 선수, 다른 학교에서 주전을 차지하지 못한 어려움 때문에 적을 옮긴 선수 등 각자 개인사정이 많은 곳이 바로 충훈고 야구부다. 이에 아마야구를 집중 조명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이들 충훈고 3학년 멤버들을 만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야구’가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 1편 : ‘야구는 내 인생’, 박강산/남상우 편
제 2편 : ‘두 번 실패는 없다’, 김희준/김경오 편
제 3편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정찬호/박주영 편

‘야구는 내 인생’ - 팀의 중심, 박강산(1루수)/남상우(포수) 편

Q : 황금사자기 전국대회부터 시작하여 안양시장기 고교야구 등 많은 시간 충훈고 야구부를 봐 왔지만, 두 선수가 야구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선수인 듯싶었다.

박강산(이하 ‘박’으로 표기) : (웃음) 과찬이다. 사실 내가 3학년 타자들 중에서 가장 처진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제껏 야구하면서 잘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남상우(이하 ‘남’으로 표기) : (박)강산이는 워냑 체격도 좋고 파워도 있는 친구라 언제든지 잠재력을 내뿜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체격도 그다지 좋지 않고 수비에서 그나마 약간의 향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 두 사람이 아니더라도 김경오, 김희준 선수가 너무 잘 한다.

Q : (웃음) 그러잖아도 두 선수는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해 볼 예정이다. 그건 그렇고, 두 선수의 원소속은 충훈고등학교가 아니지 않았는가?

박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1학년 말까지 성남서고 야구부에 몸담았다. 2007년 10월에 팀이 해체됐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 만약에 당시 그 멤버로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갔다면 전국대회 3관왕도 가능했을 것이다. 최현철, 김재곤, 박주영(이상 서울고), 배민관(야탑고), 김희권(제물포고) 등 멤버들이 정말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충훈고로 오게 된 계기는 홍상욱 서울고 감독님 덕분이었다. 그분 소개로 1학년 말에 충훈고로 전학 오게 되었고, 이후 김인식 현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남 : (역시 공감한다는 듯) 나 역시 원주고등학교 야구부에 몸담고 있다가 충훈고로 전학하게 되었다. 당시 학교에 문제가 있었는데, 여기 팀 동료인 김희준, 정찬호가 초등학교 친구였고, 또 아버지께서도 “충훈고로 올 생각 없느냐”고 권유하셔서 여기(충훈고)로 오게 됐다.

Q : 그런데 둘 다 ‘포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박강산 선수는 성남서고 시절에 포수를 본 경험이 있고, 남상우 선수는 지금 충훈고 안방을 책임지고 있지 않은가?

박 : 사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1루수였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때 부득이하게 포지션을 포수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 포수를 보던 친구가 송구력이 약했던 점도 한 몫 했다. 충훈고로 전학 오면서 다시 원래 내 포지션인 1루를 맡게 되었다. 포수로서의 추억이 있다면 1학년 때 동문인 이범준 선배(LG 트윈스)의 공을 받아 본 일이다. 그때에도 147~148km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항상 선배를 응원한다. 그리고 주말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면 잠실구장을 찾기도 한다.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남 : 나도 원래 포수 출신은 아니다. 원주고등학교 시절에는 3루수를 맡았다. 작년부터 포수를 맡기 시작했는데, 3루를 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견제나 송구할 때 3루수가 던지는 것처럼 하는 버릇이 나오곤 한다.

Q : (내심 놀라며) 그런데 어떻게 그런 투수 리드를 보일 수 있는가? 포수 경력이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남 : (고개를 저으며) 아니다. 이미 해외 진출을 확정지은 신진호(화순고)나 최지만(동산고)에 비해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 친구들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라이벌은 아직 없다. 아니, 내 입에서 ‘라이벌’이라는 단어를 꺼내도 좋을지 모르겠다. 동기들 중에 많은 포수가 있는데, 다들 포스가 장난 아니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Q : 박강산 선수는 체구가 정말 크다(189cm, 92kg). 고교선수들 중에는 효천고 장민익(207cm, 94kg)다음으로 덩치가 큰 선수인 듯싶은데, 나는 처음에 체구만 보고 박 선수가 주장인 줄 알았다. 언제부터 체구가 그렇게 커진 것인가?

박 : (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타고났다. 그런데 골고루 먹으라고 충고해 주신 아버지 덕분에 건장한 신체를 갖게 된 것 같다. 가리지 않고 먹다 보니 체구가 커졌다(웃음). 그런데 아직도 키는 지속적으로 크고 있다. 성장판이 아직 닫혀 있지 않았으니 앞으로 190cm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Q : 3학년 선수들이 간혹 다혈질적인 모습을 보이던데, 화를 잘 내는 편인가?

박 : (웃음) 경기하다 흥분하는 경우는 많다. 솔직히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마다 화를 내곤 한다. 하지만, 금방 풀어진다. 바로 잊어버린다.

남 : (박)강산이는 군기반장이다. 평소에는 후배들에게 잘해 주다가 버릇없게 굴면 바로 꾸중을 준다(웃음). 그래도 (박)강산이처럼 착한 친구는 별로 없다.

Q : 학교생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충훈고는 선수들이 의무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오늘도 7교시까지 수업을 들은 것 아닌가?

박 : (공감하며) 그렇다. 그런데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수업을 듣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며 친분을 쌓는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단연 체육이다. 그 다음으로는 영어를 좋아한다. 원어민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수업도 재미있다.

남 : 독서 수업을 좋아한다. 옛날 글씨를 번역하는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수업하시는 선생님도 정말 재미있으시다. 털털하신 여 선생님 덕분에 수업도 재미있다.

Q : 충훈고에는 아리따운 여학생들도 많은데, 여자친구는 있는가? 다들 훤칠하게 생겨 여학생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

박, 남 : (일제히 입 모아) 없다. 사실 야구하기에도 바쁘다. 지금은 여자친구가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 이제 또 다른 전국대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대붕기, 무등기, 봉황대기). 각오를 한 마디씩 들려 달라.

박 : 나 자신이 파워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좀처럼 노리는 공이 잘 안 걸린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대회 때마다 다르다. 그래서 봉황대기 전에 많이 눈도장을 찍어놓고 싶다.

남 : 초등학교 시절(길동초교)에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해 본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을 해 본 일이 없다. 정말로 전국대회 우승 경험을 느끼고 싶다. 감독님께서는 8강에만 올라가자고 말씀하시지만, 이번 봉황대기에서 꼭 우승을 노려보고 싶다.

Q : 이제 프로 지명일이 다가오고 있다. 각자 프로에 입단하고 싶은 의욕이 상당히 강할 텐데?

박 : 집안이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다. 어머니께서 뒷바라지를 잘해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프로로 입단해서 돈 벌고 싶다. 특히, LG 입단은 나의 꿈이다. 신고선수로도 입단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명문 4년제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 앞으로 잘 지켜보셨으면 좋겠다. 성공해서 떳떳하게 야구하고 싶다.

남 : 입단하고 싶은 팀을 꼽으라면 SK나 롯데다. 서로 다른 야구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신고선수로도 입단할 생각이 있다. 만약에 대학에 진학한다면 연세대학교로 가고 싶은데, 연세대는 포수를 2년마다 한 번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작년에 뽑아 올해에는 공석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롯데 강민호 같은 선수를 모델로 삼고 싶다. 포수로서 생각이 깊고, ‘깡’도 있는 선수 아니겠는가.

Q : 마지막 질문이다. 두 선수에게 ‘야구’란 무엇인가?

박 :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꿈이 ‘야구 한 번 제대로 잘해 보고 끝내는 것’이다. 지도자로서도 빛을 발하고 싶다. 내가 공부 대신 야구를 선택했으니,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 : 야구란 ‘길(way)’이다.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끝을 내고 싶다. 어른들도 ‘야구를 그만둔다 해도 계속 생각날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정말 후회 없이하고 싶다. 아, 그리고 감독/코치님에 대해 한마디 더 하고 싶다. 우리가 다른 학교보다 말썽이 많음에도 불구, 감독/코치님은 항상 우리를 감싸주시는 분이다. 윽박지르기에 앞서 ‘그럴 수도 있다’면서 늘 이해를 해 주신다. 항상 우리 편인 감독/코치님께 늘 감사하다(웃음).

* 이 글은 위클리엑츠 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유진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집중 진단] 아마야구, 무엇이 문제인가? (1)-(4)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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