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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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굳이 유럽일 필요는 없다.

기사입력 2005.07.01 05:59 / 기사수정 2005.07.01 05:59

손병하 기자
안정환이 선수 생활에 있어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안정환
ⓒ2005 대한축구협회
6월 30일로 소속팀이었던 J-리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계약이 종료된 안정환이 결국 이적할 팀을 구하지 못해, 자신의 선수 생활에 있어 두 번째 무적(소속이 없는 선수)선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유럽 진출, 현실성도 미래도 불투명하다

일찌감치 요코하마와 결별을 선언했던 안정환은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렸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안정환 측은 현재 유럽 리그의 5~6개 팀과 접촉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대상이었던 AT 마드리드(프리메라리가)나, 리보르노, 라치오(세리에A), 파리 생제르맹(르 샹피오나) 등과 실질적인 협상이나 눈에 띌만한 진척이 없는 상태이다.

거기에 이적 리스트에 올랐던 AT 마드리드가 최근 케즈만을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을 필요로 하고 있는 팀들이 필요한 부분들을 속속 메우고 있고, 안정환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FC 퀼른(분데스리가)도 일본 선수(나카자와 유지, 요코하마 F.마리노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허탈감만 더해주고 있다. 물론 한 달간의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처음 유럽 진출을 희망하고 나섰을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해 안정환의 측근은 ‘유럽 측 대리인도 일이 성사 가능성이 없다면, 일을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하며 아직은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여름시장이 8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조급한 선택을 하는 대신, 무적 선수를 감수하더라도 차분하고 신중하게 이적할 팀을 물색하겠다는 설명.

안정환은 지난 28일, 피구제단 측으로부터 7월 3일 열리는 유니세프 세계축구올스타전에 초청을 받았지만 정중히 사양하며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아무런 것도 결정되지 않았지만, 안정환은 자신의 선수 생활에 있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힘겨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환, 결국 자신을 이기지 못했다

사실 안정환은 지난 월드컵 이후 눈에 띌만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시선도 많이 따가워 졌고, 국내 최고의 판타지 스타로 불렸던 그 현란하고 화려한 모습 대신 그라운드, 특히 국가대표팀의 A매치 경기에만 서면 초조하고 다급한 플레이로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생긴 공백기 이후에는 더욱 그러한 플레이가 눈에 많이 띄었다.

조재진, 정경호, 남궁도 등을 비롯한 젊은 공격수들이 자신이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빈자리를 위협하고 있었고, ‘박주영 신드롬’까지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특급 공격수가 출현하면서 아마 그의 심적인 부담은 더했을 것이다. 만약 안정환이 그 또래의 선수였다면 모를까, 정상의 자리에 있었기에 그런 도전들과 빨리 맞서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

결국,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으로 주어진 기회에서 다급한 안정환은 만족스런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고, 그러한 부진과 슬럼프는 소속팀으로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 것 이였다.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처음 한 달간은 5경기 연속 골을 성공시키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결국 그러한 급한 마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추락하고 만 것이었다.

분명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국내 정상급 공격수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안정환의 거취 문제와 그가 선택한 결정에 관심과 우려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본인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또, 그 결정에 대한 믿음과 응원을 보내야 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안정환에게 조금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면 어떨까 권하고 싶다.

굳이 유럽일 필요는 없다

안정환은 이제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우리나라 나이로 30세에 접어든 안정환이 올 여름, 유럽으로 이적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리그 적응 기간과 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차려면 최소한 1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허비해야 할 것이다.

유소년 때부터 남미와 유럽의 선진 축구 시스템에서 자란 선수들도 성공하기 힘든 판에, 3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정상급 리그에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또 만에 하나 적응에 실패라도 하게 되면 선수 생활은 사실상 끝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 2년 후 국내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팬들의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량의 마지막을 태워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안정환 개인의 손실이기도 하지만, 한국 축구 전체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도전 없이는 성공도 없겠지만, 무모한 도전은 더 초라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유럽 진출에 지지부진한 시간을 끌다가 자칫 이적 시기마저 놓치게 된다면 그 때는 손쓰기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내로 복귀하게 된다면 팬들의 시선도 그렇거니와, 안정환 자신도 헤어나기 힘든 나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빅 리그’라는 세리에A도 경험해 봤고, 일본의 J-리그에서도 원 없이 뛰어봤다. 이제는 남은 축구 인생을 국내 팬들과 한국 축구를 위해서 써도 좋을 듯싶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시간과 자존심을 모두 낭비하는 것보다는 K-리그로 돌아와서 살아나고 있는 한국 축구의 원동력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안정환이란 이름은 2000년대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능력 있는 축구 선수의 이름이었고 아직 많은 팬들은 지난 이탈리아전 때의 골든 골과 반지 키스를 기억하고 있다. 굳이 유럽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아까운 시간을 더 잃기 전에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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