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10 16:12 / 기사수정 2009.05.10 16:12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도 같이 보여주었던 시즌이라고 볼 수도 있다. 리그에서의 부진을 대외컵과 포칼컵에서 만회하며, 2004년 리그와 포칼컵을 동시에 제패한 이래 5년 만에 더블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AC밀란, 발렌시아, 아약스, 제니트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포진한 UEFA컵에서 브레멘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국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 불안정한 전력 등 브레멘이 UEFA컵에서 활약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2강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 AC밀란을 만나는 대진 또한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브레멘은 강력한 우승 후보 AC밀란을 탈락시키며 16강에 진출했고, 생테티엔, 우디네세, 함부르크를 연속으로 꺾으며 110년 브레멘 역사상 처음으로 UEFA컵 결승에 진출하여 샤흐타르와 대결하게 되었다. 역대 UEFA컵에서 4강 진출을 세 번 이루어냈지만 한 번도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던 브레멘이 네 번째 도전 끝에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이러한 브레멘의 UEFA컵 결승 진출은 "투혼"이 이루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실 브레멘의 UEFA컵 진출도 고난 속에서 힘겹게 이루어낸 것이었다. 챔피언스리그 B조에서 인터 밀란, 파나티나이코스, 아노르토시스와 한 조에 편성되어 인터 밀란과 함께 무난한 16강 진출을 예상하였으나, 파나티나이코스의 뒷심에 철저하게 밀리면서 홈에서 0-3으로 패배하더니, 변방 클럽으로 여겨졌던 아노르토시스에게도 후반에 두 골을 내주며 0-2까지 밀렸다. 이대로 끝나면 브레멘은 16강 진출은 물론 UEFA컵 진출이 가능한 조3위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최하위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브레멘은 디에구의 페널티킥 골과 알메이다의 동점골로 아노르토시스의 돌풍을 막았고, 홈에서 열리는 인터 밀란과의 최종전에서 승리를 할 경우 UEFA컵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지만 조 1위를 노렸던 인터 밀란을 상대로 브레멘은 2-1로 승리하며 UEFA컵에 진출하는 데 성공한다.
천신만고 끝에 UEFA컵에 합류한 브레멘은 32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AC밀란을 만나게 되었다. 겨우 올라간 UEFA컵 32강전부터 챔피언스리그급의 대진이 나와버린 것이다. 1차전에서 1-1로 힘겹게 비긴 브레멘은 산 시로에서 열린 2차전에서 파투의 공세에 밀리며 전반에만 두 골을 실점하면서 0-2로 끌려갔고, 브레멘은 이대로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브레멘의 투혼은 후반전에 나타났다. 피를로의 파울로 프리킥을 얻은 브레멘은 디에구의 크로스를 피사로의 헤딩 골로 연결하면서 한 골을 만회했다. 이제 한 골만 더 넣으면 원정다득점으로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보였고, 경기 종료 10여 분을 남기고 보에니쉬의 크로스가 피사로의 머리에 제대로 꽂히면서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AC밀란은 브레멘의 추격에 허겁지겁 공세에 나섰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고, 브레멘은 거함 AC밀란을 원정 다득점으로 밀어내며 16강에 진출하였다. 이번 시즌 UEFA컵에서 가장 강력한 이변이 연출된 것이다.
32강전에서 AC밀란을 꺾고 올라간 브레멘은 16강에서는 다소 수월한 상대였던 생테티엔을 만나 1승1무의 성적으로 8강전에 진출하였다. 생테티엔은 자국 리그에서 강등권에 머물러 있었기에 UEFA컵보다 리그 잔류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8강에서 브레멘은 우디네세를 만나게 되었는데, 우디네세 또한 리그 성적으로 다음 시즌 대외컵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UEFA컵에 집중하여야만 했다. 그래서 양 팀의 대결은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브레멘은 홈에서 우디네세를 3-1로 꺾으며 2차전을 다소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디네세 또한 2차전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몰아치며 3-1로 앞서 나가면서 결과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1차전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브레멘은 이대로 무너지는 듯하였으나, 이번에도 후반전에 브레멘의 투혼이 발휘되면서 디에구와 피사로의 연속 골로 3-3 무승부를 이끌어내면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였다.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북독 라이벌 함부르크. 포칼컵과 리그 경기에 맞물려 북독 더비는 19일동안 네 번이나 열리게 되었다. 원정에서 비제의 승부차기 선방으로 함부르크를 꺾고 포칼컵 결승에 진출한 브레멘은 홈에서 열린 UEFA컵 1차전에서 함부르크에 0-1로 패하여 탈락 위기에 놓였고, 원정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경기 시작 12분 만에 올리치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전반 29분에 디에구가 동점골을 넣긴 했지만 브레멘은 반드시 추가골을 기록하여야만 했다.
이번에도 브레멘의 저력은 후반전에서 발휘되었다. 후반 21분경, 피사로는 상대 수비에 맞서 과감한 중거리 슛팅을 날렸고, 그 슛팅은 로스트 골키퍼도 손을 쓰지 못한 채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러한 브레멘의 투혼을 하늘이 알아주기라도 한 듯, 브레멘은 그라운드 안에 떨어진 쓰레기로 인하여 행운의 코너킥까지 얻어냈고, 그 찬스를 바우만이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3-1까지 달아났다. 경기 종료 직전에 올리치에 추가 실점을 하였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고, 브레멘은 북독 라이벌 함부르크를 포칼컵에 이어 UEFA컵에서도 꺾으면서 마틴 욜 감독의 트레블 도전을 확실하게 무너뜨렸다.
브레멘이 UEFA컵 결승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생테티엔과의 16강전을 제외하고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 원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를 하여 상대를 무너뜨렸음을 알 수 있다. 즉, 브레멘이 이뤄낸 UEFA컵 결승 진출은 샤프 감독과 선수들의 "투혼"으로 일궈낸 값진 결과다.
비록 결승전에서 디에구와 알메이다와 같은 주전 선수들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긴 하나, 지금까지 보여 준 "투혼"이 결승전에서도 나타난다면, UEFA컵 우승도 브레멘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UEF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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