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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의 주인공을 향해] 1- 준비된 대표팀 선수 성시백, 올림픽을 꿈꾼다

기사입력 2009.05.09 11:11 / 기사수정 2009.05.09 11:11

김경주 기자



[위클리엑츠=김경주, 김지한 기자] 쇼트트랙은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17개의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동계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 들어 중국, 캐나다 등 신흥 강호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최강으로 인정받고 있다. 워낙 선수층이 두껍고 선수간의 격차가 좁다보니 매년 열리는 대표 선수 선발전은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번 대표 선발전도 그랬다. 그러나 성시백은 그 속에서도 가장 빛났다. 이번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성시백(22, 서울 일반)은 언제나 ‘준비된 선수’로 꼽힌다. 지난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성시백은 지난 2008-09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선수로 거듭났다. 빙판 위에서는 승부욕에 불타지만 스케이트를 벗고 유니폼을 벗으면 그 속에 숨겨졌던 곱상한 외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모에 잘 어울리는 다정다감한 목소리까지. 빙판의 ‘미소년’ 성시백. 그를 만났다.

Q: 먼저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1위한 것 축하한다 예상한 결과라고 생각한가

크게 예상하지 않았는데 막상 대표에 선발되고 나서 보니 기분은 좋았다.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Q: 선발전 준비 기간이 짧았겠다 2008-09 시즌 끝난 지도 한 달 정도 밖에 안 됐으니 말이다 소속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 대회에 출전하게 됐나
 
선수 생명이 20대 중반이면 거의 끝나는 종목이기에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 선발되지 않으면 선수 생활을 그만 두려고 했었다.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연습에 임했고, 시합을 하다보니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쇼트트랙은 개인 전담 코치를 따라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전재목 선생님(현 쇼트트랙 남자팀 코치)과 한 달간 목동에서 6-7시간정도 훈련하면서 준비해 왔다. 꾸준히 함께 해 온 선생님과 훈련하다보니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Q: 전재목 코치와는 어떤 점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코치님들마다 운동 시키는 스타일이 달라 가끔 힘든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분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면에 집중해 훈련시키는 분도 있다. 그래도 현재 전재목 코치님은 대표팀 코치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워낙 나에 대해서 잘 알고 그래서 꾸준히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이 좋은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전재목 코치님과는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한 분이다. 9살 때 처음 운동을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10년도 훨씬 넘었다. 저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분이고, 다른 면에서도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외적인 면에서도 상담을 많이 해주시면서 멘토 같은 역할을 해오셨다. 다만, 대표팀 코치로 올라오신 뒤에는 나에 대한 편애를 안 하려고 신경 쓰는 모습을 자주 본다. 그럴 때마다 안쓰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Q: 혹시 이번 선발전에서 탈락한 안현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선수들이 봤을 때 그 정도 경기를 펼친 거면 정말 잘한 거였다. 부상이 길었던 반면 운동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그 정도 탔으니 ‘역시 안현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진심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였는데 탈락해서 무척 아쉽다. 현수형스스로 앞으로 운동을 더 한다고 하니까 다음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

Q: 안현수와 따로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있었나

올림픽 가서 잘 하라고 했다. 사실 지난 올림픽 때 같이 운동을 했었다. 현수형이 대표 선수였고, 나는 파트너로 함께 훈련했다. 그 때 고마웠다고 그러면서 운동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랑 얘기할 때 티내지 않은 걸 수도 있는데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Q: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 어쨌든 내년 올림픽에 나갈 선수들은 정해졌. 대표팀 구성을 보면 지난 2008-09 시즌과 비교했을 때, 4명이 그대로 선발됐다. 세대 교체에 성공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예전과 비교했을 때 팀내 분위기가 달라진 부분이 있으면 어떤 것이 있나

예전에는 대표팀 분위기가 강압적인 면이 있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지만 1위로 대표팀에 선발돼도 시합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코치의 맘에 안 들면 게임을 안 뛰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는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코치님들이 자율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선수 스스로 알아서 운동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예전에는 선수들끼리도 경쟁 의식이 워낙 치열해서 서로 안 친한 경우도 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사석에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편하게 이야기를 할 때가 더 많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대표팀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Q: 안현수가 탈락하면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나이 어린 선수가 둘이 들어왔고,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올라왔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이미 대표 경력이 있던 선수들이다. 주니어 대표팀으로 뛰면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고, 지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선수도 있다. 세대 교체는 진작에 이뤄졌으며, 지금은 그 정착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 때문에 현수형 없이도 지난 시즌에 선수들 성적이 고르게 잘 나오지 않았나.

세대 교체 얘기가 나와서 하는 얘긴데 지금은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쇼트트랙 선수는 대학생 정도 나이에 접어들면 선수로서 꺾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보면 기존에 고등학생 때 활약했던 선수들이 몇 년째 그대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시 말해 신예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를 이어갈 다음 세대 선수들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Q: 우리 쇼트트랙의 미래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럼 이제 성시백 선수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겠다 쇼트트랙을 언제부터 타게 됐고, 그동안 성시백 선수가 걸어온 길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어릴 때 워낙 몸이 안 좋았다. 지금도 안 좋은데 몸이 너무 아프고 그러니까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야구를 했었다. 그런데 너무 못한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 다른 종목을 찾다가 쇼트트랙을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줄곧 쇼트트랙을 하다가 고1 때 처음으로 주니어 대표를 했고, 고3 때 국가대표에 올랐다. 이번에 선발된 것까지 포함하면 5번의 국가대표 경험을 갖고 있다.

Q: 성시백 하면 2007 토리노동계유니버시아드 5관왕으로 많은 쇼트트랙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어떤가 그리고 그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점은 없었나

그것으로 많은 팬들이 나를 기억해주니까 당연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대회였고, 많은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때라 얼떨떨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늘 따라오게 한 대회이기도 했다. 그 때 당시 기세를 올림픽 때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Q: 지난 2008-09 시즌 성적이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선발전 끝나고 인터뷰할 때도 세계선수권 때 많이 아쉬웠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잘 안 됐다고 생각하나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을 하면 자동적으로 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당연히 선수로서는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 세계 선수권을 위주로 월드컵 대회에 임했고, 또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초점을 맞췄던 것이 잘 안 되서 쇼트트랙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걸 해야 되나’하는 회의감이 있었다.

예전에는 잘 안되면 무엇 때문에 안 됐는지 분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완벽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안 나와서 답답했다. 그나마 열심히 준비해서 선발전에서 됐으니까 다행이기는 했다.

Q: 그럼 세계선수권 때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호석이 부러웠겠다

내 플레이가 잘 안 돼서 성적이 안 나왔기 때문에 우선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 되나’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선발전에서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보다 한 달을 먼저 시즌을 끝내고 쉴 수 있다는 게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의 장점이다.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었는데 안됐고, 그 점이 부러웠다.

Q: 올림픽 때도 이호석과 경쟁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초등학교 때부터 호석이가 스케이팅을 잘 탔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나와는 중학생 때부터 라이벌이 됐는데 그 때부터 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올림픽 개인전을 생각하면 라이벌이지만 나이도 같고, 사석에서는 함께 잘 지내는 편이다.

솔직하게 지난 올림픽 끝나고 호석이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선수 생활이 끝났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뿐 아니라 주변 동료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려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이호석 선수와 마찬가지로 성시백 선수 역시 전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거뒀다. 특히 단거리 종목인 500m에 유독 강한 것이 눈에 띈다. 단거리에 강한 비결은 무엇인가? 따로 훈련하는 것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07-08 시즌 때부터 500m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몇 번 시합을 하다 보니 의외로 성적이 잘 나왔다. 딱히 주종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잘하려고 노력하다보니 500m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우리나라가 500m에서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쇼트트랙에 대해 아는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외국 선수들이 우리보다 중장거리에서 약하다보니 단거리에 집중해 훈련하는 것이 있다. 그런 만큼 더 잘 준비해서 올림픽에서 메달도 꼭 따고 싶다. 운이 좋다면 금메달도 노려보고 싶다. (웃음)

Q: 올림픽에서 주의해야 할 다른 나라 선수들이 있다면 누구인가

캐나다의 트램블리와 찰스 에믈린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이 두 선수는 08-09 시즌 500m에서 각각 시즌 종합 1위, 세계선수권 1위를 차지한 선수들이다.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으로 본다. 경험이 있는 미국의 오노 선수도 견제해야 할 선수로 꼽힌다. 중국 쪽에서는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쑹웨이룽이 요주의 인물이다.

Q: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캐나다에서 올림픽이 열리니까 부담이 있겠다. 홈텃세나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닌가

사실, 캐나다에서 열리는 시합 때마다 유독 심판 편파 판정이 두드러지는 것은 있다. 우리가 볼 때는 실격인데 캐나다 선수한테 어드벤테이지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대해 대비를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며, 우리가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Q: 혹 벤쿠버 올림픽에서 개인적으로 목표하는 성적이 있는가

지난 올림픽에서 현수형이 500m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 전까지는 그런 결과를 내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런 결과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니까 욕심이 생긴 것은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은 그보다 메달 하나만이라도 딴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 올림픽은 운동하는 사람에게 큰 목표이자 꿈의 무대다. 그 무대에 출전하는 것 자체로도 기쁜데 어느 메달 색깔이든 하나라도 따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Q: 소속팀이 아직 없어 이번 선발전에 ‘서울 일반’으로 나왔다. 언제쯤 소속팀을 가질 생각인가?

몇 개 팀으로부터 러브콜이 있었는데 조건이 잘 안 맞았다. 우선 전재목 코치님을 떠나야 하는 것이 제일 큰 이유였다. 월급 받고 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에 맞는 코치선생님과 편하게 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기존 팀 선수 구성이 다 찼다는 부분도 물론 작용했다.  훗날 신생팀이 생기거나 기존 팀으로부터 새로운 조건이 들어온다면 고려해볼 만 하지만 일단 대표팀에서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만큼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Q: 팬클럽이 있다고 들었다. 따로 팬 관리 하는 것은 없는가

있기는 있는데 요즘에는 활동이 뜸하신 것 같다. (웃음) 그래도 가끔 시합 있을 때마다 오셔서 인사하고 얘기도 나누고 그런다. 먹을 것도 주시고, 가끔 옷도 사주시기도 한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분들이다.

Q: 아까 쇼트트랙 선수 생활 얘기도 했지만 22살의 나이가 쇼트트랙 선수에게는 적지 않은 나이인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그 이후에 어떻게 지낼 건지 계획이 있는가

일단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 원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이 순진해서 사기 당하고 그런다고 가족이나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공부하라고 하셔서 일단 공부할 생각이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공부하고 나중에 다시 코치로 돌아온다고 하는데 다른 걸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그래도 우선 올림픽을 잘 하고 그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마지막이다. 9개월 남은 올림픽,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각오를 밝혀 달라

저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훈련 파트너로 들어가 느낀 거지만 다른 대회 준비할 때보다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다른 시즌 때보다 각오도 남다르다. 어렵게 대표 선수 선발전을 마치고 본 시합인 올림픽을 준비하는 상황이 온 만큼 이제 시작이라 생각하고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하겠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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