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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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 "사람 이야기에 로맨스 없는 것도 비현실적" (일문일답)

기사입력 2018.06.18 10:07

이아영 기자

- 고아라·김명수가 가진 매력 캐릭터에 덧칠하며 캐릭터 완성 “배우들이 최고의 작가”

- 류덕환 캐스팅 이후 정보왕 분량 대폭 늘어나·이엘리야 사려 깊은 의견으로 대사 수정

- 여성들의 공포와 좌절 생생하게 보여준 이예은의 3부 엔딩신 가장 기억에 남아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원작 소설 및 각본을 집필한 문유석 판사가 극 중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임바른(김명수)의 로맨스가 그려지는 것에 대해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성간의 감정은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그리는 것도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

18일 드라마 측은 문유석 판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공개했다. 다음은 문유석 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드라마’로 꼽을 정도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신 호평의 이유와 뜨거운 반응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 소감은 ‘어리둥절’입니다. 방송 전에 한번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1회 시청률을 치밀하게 예측해본 적이 있는데 1.8%였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 두 배였죠.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판단력에 대한 일말의 자괴감이 들기도 하더군요.(웃음) 호평의 이유는 무엇보다 ‘개떡 같은 초보 대본을 찰떡 같이 살려 준 배우들’입니다. 1부 지하철 씬에서 고아라 배우가 ‘바우와우와우!’ 대사를 차지게 살려준 순간이 결정적 모멘트 아니었을까요.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 하고 계신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제가 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재밌는 반응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한번은 고아라, 김명수 두 배우의 사진 밑에 ‘동족끼리 만난 안정감’이라는 댓글이 달린 걸 보고 두 배우에게 보내줬더니 재밌어 하더군요. 그걸 보고 생각해봤는데 ‘반지의 제왕’ 세계관으로 ‘미스 함무라비’를 바라본다면? 44부는 리벤델? 성공충은 골룸? 그럼 사우론은 누구?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하긴 5부 판사회의 씬에서 판사들이 회의장에 나타나는 장면을 쓸 때, ‘반지의 제왕’ 중 구원군이 여기저기서 극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쓰긴 했습니다.

-배우들의 첫인상과 작중 인물들의 싱크로율은 어떠셨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우선 성동일 씨는 원작을 집필할 때부터 한세상을 생각하면 자동으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동일 씨가 떠오르곤 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고요.

고아라 씨 역시 대책 없을 정도의 밝은 에너지에 할 말은 거침없이 하는 솔직함을 겸비한, 살아있는 박차오름입니다. 절 처음 보자마자 “오름이는 왜 이렇게 매번 화만 내요? 저 같으면 안 그럴 것 같아요”하더군요. 그건 정말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원작소설을 신문에 연재한 것은 2015년이었고, 그때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고통과 분노가 많은 이들에게 생생하던 때였지요. 박차오름이 1인 시위 할머니를 끌어안고 임바른에게 “자식 잃은 어미가 제정신이면, 그게 정상일까요?”라고 묻는 것도, 성공충 징계 서명운동을 막는 한세상과 임바른에게 “그냥 가만히 있으라구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라구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걸?”하고 묻는 것도 박차오름이 그때의 고통과 분노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특정 사건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시스템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이겠지요.

하지만 어느새 시간은 흘렀고, 작중인물의 감정선은 드라마 자체 내에서 설득되어야합니다. 그래서 고아라 씨 자체가 갖고 있는 밝고, 때론 능청맞은 매력을 박차오름 캐릭터에 덧칠하는 방향으로 대본을 수정했고, 그 결과 훨씬 매력적인 인물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2부 고기집 불판 사건 결말 부분 대본에는 '박차오름 (눈물 맺히는 걸 애써 참으며 의연하게 앉아 있다)'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곽정환 감독에게 들으니 고아라 씨가 대본 리딩 때부터 유독 이 씬만 되면 펑펑 울더니 실제 촬영 때에도 거의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하염없이 울었다고 해요. 수차례 멈추고 다시 촬영해도 도저히 눈물을 참지 못하는 고아라 씨를 보며 난감해하던 감독은 어느 순간,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힘든 이들의 아픔에 이렇게까지 울음을 참을 수 없는 마음 또한 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는 모습 그대로 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괜히 저도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 마음이 고마워서.

김명수 씨를 임바른 역으로 캐스팅할 당시의 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김명수 씨가 원작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다고 얘기하더군요. 의례적인 인사말이겠거니 싶어서 슬쩍 어느 부분이 제일 좋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흔히 독자들이 좋다고들 하는 유쾌한 장면이나 훈훈한 장면을 꼽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가장 암울하고 현실적인 장면인 극빈층 거주 영구임대아파트를 찾아가는 장면을 꼽아서 놀랐습니다. 그 장면에서 받은 충격을 열심히 얘기하다가, 순간 쑥스러워졌는지 "근데 사실 저 평소에는 만화책만 봐요. 제가 읽을 수 있었다는 건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라고 덧붙이는 솔직함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이돌 하면 화려한 이미지만 떠올리게 되는데, 김명수 씨는 도쿄돔에서 큰 공연을 한 후에는 요란한 뒤풀이가 아니라 혼자서 한적한 골목길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걸 제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더군요. 제작진들 모두 그 순간 이 친구가 바로 임바른이구나, 직감했다고 합니다.

류덕환 배우가 정보왕 역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그 분께서?’ 하는 심정이었지요. ‘믿고 보는’ 주연 배우인데 작다면 작을 수도 있는 역에 흥미를 느끼곤 흔쾌히 맡아주었지요. 주연들 리딩 할 때 한번 가보니 정보왕만 등장하면 공기가 달라지는 존재감, 그냥 날아다니더군요. 그걸 보곤 바로 정보왕이 등장하는 씬을 대폭 추가했습니다. 우선 제가 보고 싶어서 말이죠.

이엘리야 배우와의 첫 미팅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엘리야 씨는 책읽기를 정말 좋아하더군요. 특히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의 ‘신의 위대한 질문’을 너무 좋아해서 배 교수님이 공부했던 하버드 대학을 보러 갔다 왔다고 합니다. 폴 칼라티니의 ‘숨결이 바람 될 때’에 감동했던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배우의 그런 면들 역시 이도연 캐릭터에 추가했습니다. 이엘리야 배우는 3부 대본 중 “sns에 각 분야 성폭력 폭로하는 거 유행이었죠?”라는 대사를 보고는 ‘유행’이라는 말 대신 “이슈였죠?”가 낫지 않느냐고 제안하는 등 사려 깊은 의견을 주어 제가 놓친 부분들을 고치는 데 도움을 많이 주기도 했습니다.

-개인주의자 임바른은 혹시 판사님의 젊은 시절을 투영한 캐릭터는 아닌가요?

▲ 몇 가지 비슷한 점도 있고, 제 경험을 재료로 써먹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당연히 모든 캐릭터와 사건들은 상상의 산물입니다. 전 상상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 지루하게 있었던 일만 곧이곧대로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역을 맡은 배우의 개성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임바른의 성실함, 예의바름, 순수함, 가끔 등장하는 의외의 허당끼는 모두 김명수 씨를 관찰한 결과입니다. ‘청순가련형 미남’이라는 대사도 그랬고요.

-매 회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명장면, 명대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고르신 명장면, 명대사를 꼽아주세요.

▲ 개인적으로 3부 엔딩씬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법정에서 성희롱 사건을 응징한 후 뿌듯해하던 여성 법원경위 이단디가 밤거리에서 위험에 직면하는 씬이죠. ‘하지만 현실은...’ 이라는 느낌으로 쓴 씬인데, 주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적으론 드라마 엔딩이 되기 어려운 씬이라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의미가 모호하지 않느냐는 지적들도 있었지요. 곽 감독이 취지에 공감하여 뚝심 있게 밀어붙여 주었고, 이예은 배우와 함께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와 좌절, 분노를 소름 끼칠 정도로 보여주었습니다. 담담한 톤으로 쓴 대본보다 수십 배 더 생생하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상적이었던 대사로는 먼저 한세상 부장이 성공충에게 “당신 배석한테는 가봤어?”라고 묻는 대사가 떠오르네요. 그런데 저는 “당신 배석”으로만 썼는데, 성동일 배우가 마지막에는 “니 배석!”으로 바꾸어 묻더군요. 그게 가슴에 팍 꽂히는데, 정말 좋더군요. 그 사람의 살갗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말하는 배우들이야말로 최고의 작가가 아닐까요? 2부 회식씬에서 임바른이 술주정을 부리자 맹사성 계장 역의 이철민 배우가 황당해하며 “한 잔 드신 거 맞지?”하는 대사, 1부 정보왕 판사실에서 부속실 직원이 차를 주고 나가는데 옆에서 김동훈 판사 역의 남태부 배우가 소심하게 “제 꺼는...” 하는 대사도 대본에 없는 배우들의 애드리브인데, 정말 보면서 빵 터졌습니다.

제가 쓴 대사 중에는 고민 많이 해서 쓴 대사들보다 조건반사적으로 거의 뇌를 거치지 않고 슥 나온 대사들을 좋아합니다. 주로 정보왕의 대사들인데요, 특히 3부 성희롱 사건에 대해 판사들끼리 진지하게 토론하다가 박차오름이 “광고회사한테 갑은 누구죠?”라고 묻자 정보왕이 멀뚱거리며 “설현?”하고 대답하는 대사를 쓰고는 스스로 뿌듯했답니다. 제 취향이어서. ‘프렌즈’의 조이 같은 느낌이죠.

-법정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당하는 일에 과하게 몰입해서 흥분하는 박차오름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맞습니다. 그런 면이 있지요. 그게 박차오름이라는 사람이고, 그는 더 성장하겠지요. 그런데,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세상은 감정적이지 않은가요?

눈물을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법정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배석판사들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그에 대해서 감정적이다, 불편하다는 지적은 별로 없는 것 같더군요.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에는 ‘싸나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바로 불같이 폭발하는 터프가이들이 참 많이도 나오지요. 왜 우리는 어떤 감정에는 관대하고 어떤 감정에는 불편해하는 걸까요? 흥미로운 점인 것 같습니다.

-법정에서 사건이 해결될 때 눈물로 서로 화해하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 실제로는 더 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조정을 할 때는 당사자들이 간증하듯 자기 속 얘기를 끝도 없이 털어놓다가 서로 눈물 흘리며 악수하고 가기도 하죠.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과정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일 뿐이죠.

-어떤 직종이 등장해도 결국은 연애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스 함무라비’ 역시 굳이 법정물에 로맨스 요소를 포함시켰느냐는 일각의 반응도 있습니다.

▲ ‘연애’만 하고 직업적 고민은 포장에 불과한 드라마들에 대한 염증이겠지요. 그렇다고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성간의 감정은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그리는 것도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진짜 그렇게 24시간 일만 하고 진지한 고민만 하는 사람이 존재하나요? 만나보고 싶습니다.

저는 미리 전체의 구성을 짜놓고 쓴 것이 아니라 우선 각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상상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각 인물들에게 여러 익숙한 상황(이른바 로맨스물의 ‘클리셰’)을 차례로 던져주고 이런 개성의 사람들이 판에 박힌 공식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하니까 캐릭터들이 자기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더군요. 우리의 주인공들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서로의 ‘다름’ 때문에 부딪히고, 변화하면서 관계를 형성해 갈까 하는 상상은 무척 즐거운 것이었고 또 의미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제일 필요한 질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이에 관한 이야기를 더 깊게 풀어가려 노력했습니다.

-현직 판사가 집필한 드라마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습니다. 사실적이고 리얼리티 넘치는 에피소드가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고 있죠. 직접 드라마까지 집필하신 계기가 있나요?

▲ 워낙 어린 시절부터 만화, 소설, 영화 등을 좋아했고 끊임없이 황당한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걸어 다닐 만큼 이야기 중독자입니다. 지금도 지하철에서 멍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상상하다가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하죠. 그렇지만 소설이나 드라마 작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입니다. 그런 주제에 감히 무모한 용기를 낸 거죠.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원작은 신문에 연재했기 때문에 분량상 정작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작년 봄쯤 마침 드라마화 얘기가 나오기에, 실제 쓰이든 안 쓰이든 대본 형식의 확장판을 써볼 마음을 먹었습니다. 원작을 낸 곳에서 책으로 내기로 하고요. 그러다보니 실제 방송분보다 훨씬 분량도 많고, 대사도 엄청나게 길고, 하고 싶은 얘기 다 대놓고 하다 보니 직설적이고 투박한 물건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뜻밖에도 제작사에서 공동작가나 보조 작가 없이 제 대본을 분량만 좀 줄여서 그대로 찍어보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아마도 많은 미숙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대본이 하려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것 아닌가 합니다. 워낙 베테랑 감독님이 있으니 미숙한 부분은 촬영과 편집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고요.

많은 작가님들과 작가 지망생 분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시고 계신 것을 생각하면 죄스러울 뿐입니다. 제 경우는 이 이야기가 다루는 그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 되는 특혜를 받은 셈이니까요.

-‘미스 함무라비’ 속 판사들을 보며 시청자들도 체감하셨을 테지만, 판사들의 업무량이 엄청나더군요. 그럼에도 소설, 칼럼, 극본까지 성공적으로 집필하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 누군가는 등산이 놀이고, 누군가는 온라인 게임이 놀이인 것처럼 저에겐 글쓰기가 놀이고 여가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제가 쓴 얘기를 제가 읽는 게 좋아서 씁니다. 유치하든 지루하든 제가 쓰는 얘기는 철저하게 제 취향이거든요. 누가 안 써주더라고요. 저는 ‘작가’라는 자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뭔가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학생들이 자율학습시간에 연습장에 만화를 그리듯, 아이돌 팬들이 팬픽을 쓰듯 말이죠. 그래서 무슨 대단한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1도 없고 그저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재밌어하는 이야기를 쓸 뿐입니다. 그래서 뭐든 굉장히 빨리 쓰는 편입니다. 금요일 밤 부터 주말에 글을 쓰곤 하는데, 쓰다 질리면 자전거도 타고 책도 읽고 해요. 술은 안 먹고 모임 싫어하는 개인주의자다 보니 업무에 지장 없이도 충분히 글 쓸 시간은 있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 대본은 처음이셨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어려우신 점이나 극을 쓰면서 행복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 가장 좋았던 것은 ‘협업’의 즐거움입니다. 감독, 제작사, 배우, 스태프 각자의 개성과 아이디어가 제 부족한 글을 훨씬 더 풍성하고 생생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초고를 비교적 빨리 써둔 편이어서, 캐스팅이 된 후에는 각 배우들의 개성과 매력, 말투에 맞게 대본을 이리저리 수정해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단순하던 캐릭터가 입체적이고 생생한 진짜 사람 같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저작권료가 워낙 비싸서 팝송이나 재즈곡 등 음악을 방송에 쓰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대본 각 장면마다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을 많이 써보았고, 음악과 장면이 연결되는 장면들도 써보았는데, 라벨의 볼레로 같은 클래식 음악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가 어렵더군요. 그 대신 음악감독님이 훌륭한 오리지널 곡들을 작곡해주셔서 천만다행입니다.

-‘미스 함무라비’가 반환점을 돌아 본격적인 2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 후반부에는 주인공들의 속사정이 더 깊게 드러나고, 서로의 관계도 깊어지는 동시에 전관예우, 재벌에 관대한 양형 등 법원 입장에서는 뼈아픈 문제들도 정면으로 다루게 됩니다.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푸르른 우리 젊은 판사님들이 희망이기에 절망하지 말고 함께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lyy@xportsnews.com / 사진=스튜디오앤뉴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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