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4 08:53 / 기사수정 2009.05.04 08:53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지난 1일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끝으로 2008-20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가 막을 내렸다. 장장 6개월간의 결코 짧지 않은 일정이었다.
신임 전육 총재의 부임과 함께 시작된 이번 시즌은 수많은 특급 신인의 등장과 치열한 순위 다툼, 울산 모비스의 정규리그 깜짝 우승, 전주 KCC의 챔프전 우승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더불어 관중 동원에도 성공을 거두며 향후 프로농구 부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던 정규시즌의 판도는 이어진 플레이오프 명승부와 흥행 성공의 주춧돌과도 같았다. 그 다사다난했던 지난 정규시즌의 기억을 되짚어봤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 그 누구도 몰랐다
원주 동부와 전주 KCC의 양강 구도, 어느 전문가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6강 예상에서는 다소간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확실한 높이를 갖춘 동부와 KCC의 선전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 전망은 시즌 초반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동부가 선두권을 줄곧 유지하긴 했지만 예전의 그 강력함은 아니었다. 오히려 하위권 정도로 여겨지던 울산 모비스, 안양 KT&G와 함께 선두권의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되기도 했다.
KCC는 이보다 더했다. 서장훈과 허재 감독의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8연패라는 악재가 찾아왔고, 결국 강병현과의 트레이드가 이어졌다. 믿었던 하승진도 예상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한 채 부상까지 입고 말았다. 순위는 이미 9위까지 떨어져 ‘KCC는 이제 끝이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 정도였다.
어느 정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서울 삼성, 창원 LG, 인천 전자랜드, 대구 오리온스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성은 충격의 8연패에 빠지는 등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LG와 전자랜드, 오리온스도 모두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부분의 예상이 빗나간 가운데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서울 SK와 부산 KTF만은 예상이 맞아 들었다. 주축 선수의 부상 공백과 외국인선수 부진 등의 이유로 고전하던 두 팀은 시즌 내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쯤만 되도 이미 ‘이변의 연속’이었지만 시즌 중반을 지나면서 판도는 또 다시 요동을 쳤다. 8연패를 한 차례씩 겪으며 회생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삼성과 KCC는 중반 극적인 상승세로 중상위권에 올라섰다. 돌풍을 주도하던 KT&G는 다소 힘을 잃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일부 팀을 제외한 중위권은 혼전 양상이 시즌 막판까지 쭉 이어졌다. 하락세가 이어지며 완전히 힘을 잃을 듯했던 팀도 기적처럼 살아나 중위권을 위협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야말로 ‘혼전’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즌이었다.
마지막 날에야 결정된 6강 대진
혼전이 이어지던 시즌 막판을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은 치열한 6강 경쟁이었다. 그 시발점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SK가 후반기 돌입 직전부터 갑작스런 상승세를 타면서부터였다.
SK는 디앤젤로 콜린스를 퇴출하면서 팀 플레이가 살아났고, 연승을 달리며 무서운 기세로 6위권과의 승차를 줄여나갔다. 덩달아 전자랜드도 살아났다. 트레이드로 받아들인 서장훈이 팀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손발이 맞기 시작한 것.
7위, 8위의 두 팀이 살아나고 중상위권이 상대적인 부진을 겪으면서부터 3위부터 8위까지는 누가 플레이오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한때는 3~8위까지의 승차가 고작 3.5게임에 불과한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런 피 말리는 6강 경쟁 구도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모비스의 정규시즌 우승과 2위 동부, 3위 KCC와 4위 삼성은 플레이오프 진출 확정. 8위 SK부터는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전자랜드와 KT&G, LG가 3자 동률을 이뤄 총 득실 공방으로 6강 진출을 가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득실 공방에서 밀렸던 KT&G는 시즌 마지막 하루 전날이었던 21일 모든 경기를 마치고 전자랜드와 LG 둘 중 어느 팀이라도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기만을 기다리던 입장. 전자랜드는 반드시 이겨야 6강에 진출하고 LG는 지더라도 전자랜드의 경기 결과에 따라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결국 승자는 전자랜드와 LG였다. 두 팀은 모두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면서 6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KT&G는 아쉽게도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감독들도 입을 모아 “이런 시즌은 처음이다”며 고충을 토로했을 정도였던 치열한 정규시즌은 이렇게 끝이 났다.
유례없던 치열함, 각 팀간 전력 평준화 확인
“올 시즌은 정말 다들 만만치 않다”는 듣기 좋은 이야기는 매 시즌을 앞두고 있어왔지만, 올 시즌은 정말 달랐다.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부터 10위 KTF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었다.
실제로 다른 9개 팀에게 ‘가장 쉬운 상대’였던 KTF 역시 종종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치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KTF의 부진은 사실상 전력의 문제보다는 외국인선수 선발 실패와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인한 패배의 ‘익숙함’ 탓이 더 컸다고 보여진다.
중위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3위 KCC부터 6위 전자랜드까지는 모두 한때 심각한 하락세로 바닥까지 찍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머나먼 일로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KT&G는 무려 29승이나 올리고도 6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상위권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부와 모비스는 시즌 내내 자리를 지키면서도 종종 추격에 시달리곤 했다. 급기야는 시즌 막판 동부의 부진을 기회 삼아 모비스가 극적인 역전 우승 드라마를 쓰기도 했다. 역대 우승팀 최저 승률(35승 19패, 64.8%) 기록도 나왔다.
이렇게 상위팀과 하위팀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동부가 시즌 내내 선두를 독주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줄곧 손에 땀을 쥐는 순위 다툼이 이어졌고, 재미있는 농구는 곧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정규시즌 역대 최다인 총 108만 4026명의 관중이 농구장을 찾아 흥행 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였다.
[코트 비전 - 프로농구 결산 특집]
① '안개 속' 정규시즌…그 누구도 몰랐다
② '이변 속출' PO, 흥행도 대박
③ 08-09 프로농구를 휩쓴 '7가지 키워드'
[사진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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