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채정연 기자] "경기 시간을 5분만 당기자."
10일 넥센과의 경기에 앞서 KT 김진욱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이런 농담을 했다. KBO리그 3만번째 홈런까지는 단 한 개를 남겨둔 상황. 수원 홈 경기였기 때문에 KT는 1회초를 지나야 공격을 할 수 있었다. KT 타자들 중 3만호 홈런의 주인공이 나오길 바라는 김 감독의 마음이었다.
정말 5분을 당겼다면 김 감독의 바람이 현실이 됐을까. 1회말 KT의 선두타자 강백호가 넥센 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냈다. 아쉽게도 대전구장에서 SK 제이미 로맥이 윤규진을 상대로 3만호를 기록한 후였고, 강백호의 홈런은 KBO리그 통산 3만1호포로 기록됐다.
대기록을 아쉽게 비껴갑지만, 강백호의 선두타자 홈런은 또 다른 의미를 지녔다. 이날은 KT 구단이 준비한 '강백호 데이' 두번째 날이었다. 경기 전 팬사인회를 열었고, 강백호의 부모님이 시구와 시타자로 나섰다. 구단은 팬들에게 강백호 티셔츠, 백호 마스크를 증정했다. KT 측은 "팬과 선수들이 더 가까워지는 계기도 만들고 그걸 통해서 많은 팬들이 구장에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행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경기에서 강백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스타성을 보여줬다. 이틀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선두타자 솔로포를 때려냈다. 팀이 1-2로 뒤쳐지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추격의 홈런이었다. 비록 KT가 1-6으로 넥센에게 패하며 다소 빛이 바랬지만, 자신을 응원하러 온 팬들과 부모님 앞에서 쏘아올린 뜻깊은 홈런이었다.
이제 강백호는 KT의 촉망받는 신인을 넘어 KBO리그의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고 있다. 강백호는 8일 넥센전에서 연타석 홈런과 더불어 9년 만에 고졸 신인 10홈런이라는 뜻깊은 기록을 달성했다. 10일 역시 홈런을 신고하며 장타력을 뽐냈다. 9위에 머무르고 있는 팀의 성적이 아쉽지만, KT가 왜 숱한 베테랑 타자들보다 먼저 '강백호 데이' 행사를 열었는지 스스로 증명해냈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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