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5.01 17:19 / 기사수정 2009.05.01 17:19
리그 초반을 지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상위권 유지를 위해 대구와의 경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여전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볼거리는 녹색 그라운드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팀의 활력, 곧 신인의 돌풍 (유병수 vs 이슬기)
공교롭게도 두 구단은 잘 나가는 신인이 팀을 이끌고 있다. 인천 공격의 선봉 유병수는 특유의 골 감각으로 팀의 승점 쌓기에 활력을 넣어주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최고의 도우미로 등장한 이슬기는 현재 대구 전술의 중심에서 알짜배기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대구는 올해도 여전히 공격축구를 선언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득점과 공격력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근호, 에닝요, 하대성 등의 이적으로 생긴 공격의 공백을 아직 채우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실망하기 이른 것은 루키 이슬기가 새로이 가세했다는 사실이다.
대학시절 경기장을 찾아 그의 경기를 여러 번 직접 살펴보았다는 변병주 감독은 기대했던 것만큼 이슬기가 현재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활약으로 팀의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인천은 짜임새 있는 허리라인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전력과 더불어 유병수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현재 4골 1도움(컵대회 1골 포함)으로 팀의 승리를 잇는가 하면, 활발한 움직임으로 챠디의 부진을 대신하여 자신의 진가를 높이고 있다.
두 선수의 대결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활약이 팀의 성적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다. 유병수는 인천이 지금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슬기는 대구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트플레이 시 어시스트를 기록함으로써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다른 팀(신생팀 강원 제외)에 비해 신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인천과 대구, 여기에 신인왕 경쟁 또한 맞물려 있는 양 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홈 무패-무실점(인천), 원정 무승-무득점(대구) 기록과 함께 이어가라
인천은 아직까지 홈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또한, 무실점 기록 중이다.
반면 대구는 원정에서 승리한 기억이 없다. 전남과의 원정에서 2골을 넣었을 뿐 원정경기에서 골 침묵이 계속되고 있는 시련을 안고 있다. 또한, 최근 3경기 무득점으로 지난달 12일 제주와의 2:1 승리 이후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어 공격축구 선언 자체가 무색할 만큼 공격에 효율을 높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인천은 승점 3점을 얻고,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유독 원정경기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대이기에 안정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인천에는 더욱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비록 기록은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지만 아직 인천은 문학에서의 기억은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무패라는 달콤함은 물론 무실점의 상큼함까지 인천 팬들에게 안겨주기 위하여 이날 경기에도 최상의 전략을 펼칠 것이다.
강수일의 등장으로 자극받은 공격수 챠디
3월 대전과의 컵 대회 골 이후 6경기째 득점을 올리고 있지 못한 챠디에게 강력한 자극이 전달되었다. 그동안 그의 대안으로 마땅한 재목이 없었던 찰나 젊음의 중심에 선 강수일이 등장으로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강수일은 지난해 2군 리그에서 MVP에 오르는 등 보이지 않은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정작 프로 무대에서는 그 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기대주라는 이름표만 달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지난 경남과의 경기는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천에게는 빈약한 공격에 또 하나의 카드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강수일이 프로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고 하지만 페트코비치 감독의 말처럼 아직 더 성장해야 함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인천에 더 걱정스러운 점은 득점이다. 최소실점을 기록 중이지만 득점은 상위 6개 팀 중 단연 꼴찌이며 선두 광주의 절반 수준이다.
챠디는 지금까지 자신을 대신해 투입된 공격수들이 제 몫을 못하면서 안일하게 대처했던 마음가짐이 오랜 부진을 이끌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누군가 자신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자극이 생겼다.
인천이 현재 경기당 8.7개의 슈팅을 날리고 1골을 넣으며 골의 효율을 높여왔지만 이기는 경기에서조차 상대보다 적은 슈팅을 기록하며 과정과 결과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끈 효율성에만 만족하지 말고, 더 활발한 공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화끈한 경기를 선사함은 물론 경기를 지배해야 하겠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챠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기다려지는 ‘시민구단 더비’
장외룡 전 감독의 인천은 박종환 전 감독의 대구에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었다. 대구만 만나면 한없이 약해지는 징크스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7년에 그 양상은 달라졌다. 박이천 전 감독(현 인천 기술담당 부단장)의 공격축구로 대구를 상대로 전승하며 기세를 반전시켰다. 지금은 총 전적에서 인천이 다소 앞서고 있다.
한 때 인천 팬들이 느껴야 할 자존심의 상처가 대구 팬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양 팀은 저마다 고민을 했을 것이다. 수원에 계속된 패배도 아프겠지만 인천으로서는 같은 처지의 시민구단에 연패를 한다면 그 사실에 더욱 화가 날 것이다.
한국-일본, 독일-폴란드는 역사를, 맨유-맨시티, 아스널-토트넘은 지역을, 서울-수원은 모기업의 경쟁을 바탕으로 축구에서 서로 라이벌로 여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쟁구도로 자리 잡았다. 이는 보는 팬들로 하여금 경기 외적인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우리나라 축구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신(新) 더비’를 생각한다면, 태생적으로 비슷한 시민구단의 경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부족한 재정, 주력선수들의 잦은 이적 등 매 시즌 힘겹게 팀을 꾸리고 있는 시민구단들이 이제는 그들에게 맞는 새로운 즐거움, 지역연고를 바탕으로 한 자존심의 대결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모기업이 중심이 된 구단보다 언론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시민구단은 그들 못지않은 열렬한 팬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탄탄한 지역연고제를 기반으로 시민주주가 팀의 뿌리로 구단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 언론에 대한 설움을 서로 간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경쟁으로 승화시킨다면 지역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아마 인천이 2005년에 준우승했던 기억은 이미 다른 시민구단에 자극이 되었을 것이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서로 이기려는, 보다 먼저 우승컵을 들어올리려는 은근한 경쟁심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민구단의 경쟁체제가 앞으로 프로축구에서 큰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중요 콘텐츠가 될 것이다.
강원의 창단으로 점점 시민구단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며 유병수, 윤준하, 이슬기 등 신인왕 경쟁 또한 시민구단에서 다투고 있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더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이러한 무궁한 재미를 안은 ‘신(新) 더비’가 인천에서 두 경기 연속된다고 하니 인천 팬들에게는 더 없는 재밋거리가 될 것이다.
[사진=유병수 (c)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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