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27 03:06 / 기사수정 2009.04.27 03:06
[엑스포츠뉴스=고양시 킨텍스, 조영준 기자] 공연은 끝이 났고 막은 내렸습니다. 사흘 동안 국내 피겨 팬들을 흥분시켰던 'KCC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2009' 무대가 26일에 벌어진 3회 공연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사흘 동안 벌어진 공연에서 모두 2만 명을 넘는 관객들이 공연 장소인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특설 아이스링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5월 달에 벌어진 '페스타 온 아이스2008'에 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는 피겨 열풍의 불씨가 지펴졌죠. 김연아가 ISU(국제빙상경기연맹)에서 주최하는 그랑프리 시리즈 대회와 4대륙 선수권,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최고'임을 증명한 명 연기를 펼친 점은 피겨 스케이팅을 인기 종목으로 부상시킨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피겨 대중화를 위해 톡톡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아이스 쇼'입니다. 김연아는 물론, 피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불세출의 스타'들을 초청해 피겨 스케이팅의 진수를 보여준 '아이스쇼'는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점수 경쟁으로 치열한 경쟁 대회에 비해 아이스 쇼는 피겨 스케이팅을 즐기는 무대입니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매료시키는 갈라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도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스타 온 아이스'와 같은 아이스쇼를 통해 피겨 팬이 된 이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페스타 온 아이스2009'를 관전하기 위해 킨텍스를 찾은 한 일가족은 작년에 벌어진 '페스타 온 아이스2008'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관전하고 난 뒤, 피겨 팬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피겨 선수들의 다양한 '끼'를 확인한 뒤, 피겨 스케이팅에 입문하게 됐다고 답변했지요. 또한, 김연아가 전해온 승전보를 보면서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 됐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벌어진 '김연아의 Angels on Ice' 공연은 김연아 이외에 한국 피겨 스케이팅을 책임질 유망주들이 많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이스쇼'의 취지는 피겨 스케이팅을 통해 수익을 내자는 상업적인 목적에 있지요.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의 대중화를 위해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페스타 온 아이스2009'의 성과, '한편의 스토리'가 있는 뛰어난 구성력이 돋보임
이번 공연의 출연진은 작년 대회보다 더욱 화려했습니다. 특히, 세계선수권 2회 우승자인 스테판 랑비엘(스위스)를 비롯해 올 시즌 4대륙 선수권 우승자이자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획득한 패트릭 챈(캐나다), 그리고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제레미 애보트(미국), 주니어 선수권 우승자인 아담 리폰(미국), 그리고 국내피겨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외국인 선수인 조니 위어(미국)까지 현존하는 최고의 남자 싱글 선수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아이스 쇼의 진수는 남자 선수들의 연기에서 나타납니다. 현란한 기술과 절정의 쇼맨십은 여자 경기보다 남자 경기에서 위력이 발휘됩니다. 이번 '페스타 온 아이스2009'는 남자 싱글 선수들이 많이 참가하는 특성을 살려 비보이 팀과 배틀을 펼치는 특별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이벤트는 큰 호응을 얻었고 큰 볼거리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오프닝도 매우 특별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에 컨셉을 맞춘 오프닝의 구성은 매우 돋보였지요. 라이브로 진행되는 'Think of me'에 맞춰 김연아가 등장하고 '오페라의 유령'이 나올 때, 모든 선수들이 호흡을 맞춘 군무는 '스토리'가 있는 무대를 완성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 오프닝을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작년에 벌어진 '페스타 온 아이스2008'에 비해 앙코르가 없었던 이유도 한편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공연의 흐름을 끊기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 내셔널 여자 싱글 챔피언인 알리사 시즈니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명곡인 'Bridge Over Trouble Water'에 맞춰 서정적인 연기를 펼치고 난 뒤, 패트릭 챈은 경쾌한 분위기의 연기로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조니 위어의 무대는 국내 가요인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로 또 다른 분위기를 선사했지요.
강과 약을 조절하는 듯한 절묘한 구성이 전체적인 공연의 '질'을 높혔습니다. 더욱 완벽한 아이스 쇼를 완성하기 위해 선수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하루 온종일 빙판에 머물며 리허설에 전념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스 쇼의 특징을 관찰한 성과도 고스란히 나타났지요. 여기에 '완벽주의자'인 연출가 브라이언 오서의 수완도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저 즐기는 무대로만 여겨지는 '아이스 쇼'는 실전 경기만큼, 많은 노고를 필요로 합니다. 아이스 쇼를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스케이팅을 '즐기는' 자세와 빙판 위에 서면 자신의 100% 이상을 발휘하는 '프로정신'입니다.. 이번 공연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습니다. 이들의 좋은 연기는 하나로 승화돼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습니다.
한국 피겨의 대중화, 이벤트가 아닌, 저변을 깊게 생각해야 할 때
'페스타 온 아이스2009'의 열풍은 이제 끝났습니다. 비가 내리고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2만 명의 팬들은 고양시 끝자락에 위치한 킨텍스 전시 홀을 찾았습니다. 지난해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 장소 후보지로 킨텍스 전시홀도 유력했습니다. 허허벌판인 넓은 전시홀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는 점과 비용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또한, 안전 문제도 거론됐지만 이번 공연은 별 탈 없이 무사히 치러졌습니다.
팬들을 흥분시킨 '봄의 꿈'은 '한줌의 꿈'처럼 사라졌습니다. 피겨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이제는 이벤트보다 '저변'에 집중해야 될 시기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연기를 펼친 김민석(16, 불암고)과 윤예지(14, 과천중)는 결코 위축된 연기를 펼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되고 국제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는 기틀이 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 피겨의 대중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 '단발적인 이벤트'만으론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피겨의 미래를 다질 기반을 외면하고 흥행이 된다고 해서 이러한 아이스 쇼에만 국한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피겨의 흥행은 위기에 접어들 것입니다. 이번 공연장을 가득 메운 7,000여 명의 팬들이 어느새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이들 중, 재능이 많은 피겨 유망주인 이준형(13)과 이동원(13), 그리고 박소연(12) 등이 관객석에서 이 공연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넉넉지 못한 형편 속에서 훈련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소연의 경우는 전지훈련을 떠나기 어려운 형편이 알려지고 난 뒤, 피겨 팬들의 모금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모두 공연을 바라보면서 미래에 자신들도 이런 아이스쇼에 꼭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단시일 내에 이들을 지원해줄 정책이 마련되기는 점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유망주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점진적이라도 마련되야합니다.
화려한 조명이 있다면 어두운 그늘도 존재합니다. '페스타 온 아이스'와 같은 좋은 이벤트를 통해 피겨의 매력을 크게 어필 했다면 이제는 '피겨의 저변'에도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진 = 김연아, 조니 위어, 윤예지 (C) 엑스포츠뉴스DB 남궁경상 기자, 박소연, 이준형 (C)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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