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프리 프로덕션 단계와 촬영 초반 가장 어려웠던 건 가상 현실을 출연진들에게 익숙하게 하는 것이었다.
1회를 예로 들자면 출연진들에게도 익숙한 배우 이재용이 등장해 갑자기 살인 게임을 하겠다고 하고, 암전된 후 총소리가 들리고 이재용이 쓰러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예능이라면 '선배님, 움직이시는데요?'라든가 제작진을 소환하는 등의 리액션을 하겠지만, '범인은 바로 너!'에서는 이를 '진짜'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추리를 진행한다.
조 PD는 "게스트들에게는 대본을 주지만, 멤버들에게는 대본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령 1화 '살인게임' 편에 나오는 배우 이재용의 경우 자신이 해야 할 말과 암전 후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촬영에 임한다. 하지만 유재석, 안재욱 등 고정 출연진은 '살인게임'이라는 기본적인 설정만 알고 촬영을 시작한다.
단서에 대한 힌트도 전혀 없다. 조 PD는 방송으로 보기엔 시간이 짧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4시간이 걸릴지 14시간이 걸릴지 모른다며 "시간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단서를 찾거나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하면 다른 대안이 있고 그것에 맞는 다른 스토리가 전개된다"고 말했다.
"유재석 씨도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동시에 '뻔하지 않아서 좋다'며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첫 주만 해도 출연진들이 모두 힘들어했다. 익숙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첫 녹화 이후 유재석 씨와 대화를 통해 적절한 지점을 찾아갔다. 점점 몰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시청자분들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기존 한국 예능과 또 다른 점은 자막의 양이다. 어느 순간 예능 화면에는 자막이 빠질 수 없게 됐다. '범인은 바로 너!' 역시 처음에는 보통 한국 예능처럼 많은 자막을 썼다. 그러나 '범인은 바로 너!'의 취지나 의도에 맞지 않는 것 같아 다 지우고 1/5만 남겼다. 색깔도 흰색으로 통일했다.
"자막은 편집자에게 큰 유혹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모든 장면을 자막 한 줄로 정리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려고 한 달을 걸려 카메라를 다 지웠는데 자막? 아닌 것 같았다."
포맷 자체의 신선함이 있기 때문에 벌써 시즌2를 향한 기대감이 높다. 조 PD는 '만약에 제작된다면'이라는 가정을 강조하며 "보완하고 싶은 점이 많다. 추리와 예능의 비율을 조금 더 극단적으로, 1대9라든가 9대1 정도로 해보고 싶기도 하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lyy@xportsnews.com / 사진=넷플릭스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