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의 최근 상승세를 이끈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마운드, 그 중에서도 평균자책점 3.37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는 리그 1위의 불펜의 힘이 크다. 안영명이 바로 이 든든한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안영명은 11일 경기 전까지 13경기에 나와 22⅓이닝을 소화, 2승 5홀드 2.0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첫 경기였던 선발 등판에서의 3실점을 제외하면 불펜으로 나선 12경기에서 실점은 단 2점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어깨 수술 여파와 잦은 등판으로 떨어졌던 구속도 최고 148km/h까지 회복했다.
▲한용덕 감독의 2군행 메시지와 깨달음
사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물음표가 붙어있었던 안영명이었다. 3월 14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던 안영명은 아웃카운트 ⅔이닝 4실점을 기록했고, 결국 며칠 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한용덕 감독은 좋은 구위를 가지고도 적극적으로 승부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결국 안영명은 개막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안영명은 한용덕 감독이 '답답하다'고 했던 경기를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강하게 승부해 힘으로 이기든, 정교한 제구력으로 이겨야 하는데 타자가 쳐서 아웃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픽픽 던진 것이 맞아나갔다"고 돌아보면서 "작년 말에는 구속이 130km/h 후반이 나와도 직구로 승부를 했었다. 감독님 기사를 읽고 지난 시즌 끝날 때쯤 갖고 있던 생각을 겨울 동안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결국엔 그 경기가 시즌을 철저히 준비하게 하는 예방주사가 됐다. 안영명은 "2군에 가있어도 구위는 좋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했다.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면서 "올라와서도 감독님의 그 기사를 기억하며 잘 하고 있으니까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도 "2군에 갈 때 무엇이 부족해 가는 지 생각해야 하는데, 영명이는 이를 빨리 깨닫고 수정했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신뢰를 더욱 두텁게 쌓은 안영명은 이제 경기가 가장 팽팽할 때 마운드에 오른다. 매일 공 하나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등판하지만 안영명은 오히려 그것이 "중간투수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위에서는 선발이 좋지 않냐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불펜의 그런 점이 매력인 것 같다. 위기에서 팀이 날 찾아준다는 것, 또 그런 위기를 막았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아주 오래 전에 느꼈던 그런 기분
현재 한화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투수 중 안영명보다 선배는 배영수가 유일하다. 송은범과는 동기고, 모두 후배들이다. 안영명도 이들의 활약에 영향을 받는다. 안영명은 한화의 불펜에 대해 묻자 "너무 좋다"면서 "어린 친구들이 잘해주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친구지만 은범이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이 워낙 잘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 책임감을 가지고, 좀 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후배들이 물어보기 전까지는 먼저 나서 얘기하는 편은 아니지만 "후배들이 착하고,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가 겪었던 것들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한다"는 안영명이다.
최근 10년 중 가장 빠르게 20승 고지를 밟는 등 사뭇 달라진 한화의 분위기는 안영명이 그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다. 안영명은 "2003년부터 한화에 있었는데, 십 몇 년 전에나 잠깐 느꼈던 그런 기분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그는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대로 끝날거 같지 않다 생각하다보면 역전이 돼있더라"면서 "사실 우리가 상위권 후보는 아니지 않았나. 그럼에도 감독님 말씀처럼, 팀이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힘줘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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