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9 18:29 / 기사수정 2009.04.09 18:29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다소 쌀쌀했던 3월이 가고 따사로운 4월이 시작되었다. 이제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반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다가오겠지만 K-리그의 경기장은 따뜻한 봄은커녕 아직도 냉랭한 바람이 불고 있다.
K-리그가 개막하는 3월 초쯤 되면 언론매체에서는 '최다관중 운집','올 시즌 300만 관중 돌파'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K-리그를 꿈꾸며 감독들은 "팬들이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 "팬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보여주겠다."라고 마치 짠 것처럼 입을 모아서 말한다. 물론 올 시즌에도 이 현상은 반복되었다.
하지만, 산과 들이 울긋불긋 물이 드는 가을이 되면 '혹시나, 이번에는…'이라는 마음이 '역시나'로 바뀌며 나아질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만다.
K-리그는 정말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팬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가? 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K-리그 감독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경기장을 외면하는 팬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팬들은 왜 경기장을 외면하는 것일까?
월드컵 때나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만 잠깐 들끓고 쉽게 식어버리는 냄비정신, 군사정권 시대에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프로화, 지역의 시민구단이 아닌 모기업 축구단, 축구 말고도 다양한 스포츠, 스타의 부족, 여가 생활을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경제위기에 의한 경기침체 등 대충 꼽아봐도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올 시즌 K-리그는 어떤가? 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번에도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가고 있다. 개막전이 열린 3월7일과 8일에는 총 7경기에 15만 7천945명 경기당 평균 2만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꿈의 300만 관중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의 상황도 역시 마찬가지로 과거와 다를 바가 없다. 지난 8일 열렸던 AFC 챔피언스리그 울산과 베이징 궈안의 경기는 4만 5천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에 고작 3000여 명의 관중만이 찾았다. 점유율로는 채 10%도 되지 않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물론 시 외곽에 위치한 경기장의 지리적인 요인과 평일 경기라는 점도 있겠지만 3000여 명의 관중에 대한 변명으로는 너무나 거창하다.
앞서 말했던 것을 다시 이야기해보자. K-리그 15팀 감독들은 하나같이 공격축구를 지향한다고 한다. 하지만, 관중은 개막전에 비해 훨씬 줄어든다. 그러면 감독들이 거짓말을 한 것일까? 물론 승리를 위해서는 때때로 수비적으로 임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미디어의 외면
시즌이 개막할 때쯤이면 언론과 매체에서 K-리그에 대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선수 이적에 대한 뉴스부터 간혹 있는 국가대표 경기, 새로운 얼굴에 대해서 집중 조명하고 올해 같은 경우는 신생팀 강원FC 효과도 있었다. 미디어에서 사람의 눈과 귀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미디어는 외면한다. 공중파 중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며, 얼마 전 AFC 챔피언스리그는 후반전 20여 분을 중계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디어의 무관심은 자연스럽게 팬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팬의 무관심 속에서 다시 미디어 또한 무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악순환은 이어지고 있다.
형편없는 마케팅과 재미없는 축구
미디어의 효과를 살릴 수 없다면 구단 스스로 팬들을 그러모아야한다. 그동안 모기업의 브랜드화에 대한 감정, 연고지 이전 등 홈팬들의 사랑을 받기 힘든 여건이긴 했다. 그러나 경남, 인천, 대구, 강원 등 많은 시민구단이 창단하며 지역 주민을 이끌어 갈 수 있음에도 그다지 관중수의 상승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보았을 때 구단의 마케팅 전략이 썩 좋지 못했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물론 경기 침체에 따른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도 있으나 시내에 있는 수많은 술집을 생각해 본다면 주머니 사정을 탓하기엔 너무 궁색한 변명이다.
감독이 하나같이 말하는 공격축구, 즉 재밌는 축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라는 것은 주관적이지만 재미없는 축구는 객관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구단의 홍보효과로 발걸음을 향한 관중도 경기가 재미없다면 다시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양과 천안의 축구팬 우리는?
내 팀이라는 마인드의 부족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최악의 조건이다. 앞서 마케팅이 형편없다고 말했지만 구단에 마케팅부에 있는 사람들은 필자보다 훨씬 똑똑하고 전문가이다. 그런데 그들이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르겠는가?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왜 실천이 되지 않는 것일까? 지역 축구팀이 내 팀으로 여기질 않는다.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한데 모기업 축구팀이란 이미지 때문이다. 우리는 대기업의 직원이 아니지 않은가? (여자 프로농구를 보면 시민들의 응원보다 회사원들의 응원이 훨씬 많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 싶으면 연고지 이전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더 큰 도시로 이전하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느냐마는 그런 이유 때문에 시민구단의 정착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민구단의 탄생과 K-3의 지역축구의 탄생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정말 큰 받침대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을 사랑하라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한국 프로축구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그것도 잘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답을 해줄 수 없다.
그럼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무엇이 먼저일까? 미디어의 관심? 마케팅 전략? 재밌는 축구? 경기 회복? 사실 이것들을 따로 얘기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난센스다. 모든 것의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큰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지역(도시)중심'이 가장 시급한 과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역중심은 국가라는 사회를 배제하라는 뜻도 아니고 "우리 지역이 최고 다른 지역은 바보" 이런 뜻도 아니니 위험한 상상은 하지 마라.
한국의 애국심은 세계에서도 으뜸이지만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부족하다. 물론 '우리는 하나'라는 교육 아래 한마음으로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사랑 역시 뛰어나다. 호남과 영남의 서로 으르렁거리던 지역감정은 많이 사그라지었지만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충청과 강원, 수도권 역시 지역에 대한 긍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관심을 지역의 축구팀에게 관심을 보여라 그러면 애정이 생긴다.
미디어를 활용하라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이들도 잘 돌본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 감독과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승리를 하든 패하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승장은 "모든 선수들이 잘해주었다. 더욱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 패장은 "최선을 다했지만 져서 아쉽다. 다음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이런 말들은 굳이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듣지 않아도 알 수가 있는 말들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골은 못 넣었지만 승리를 해서 기쁘다." "팀이 먼저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등의 틀에 박힌 말만 한다.
하지만, 유럽축구를 보면 경기보다 인터뷰가 더 큰 관심을 쓸어모은다. 경기 전후로 감독과 선수들의 언행은 수많은 축구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신경전에 기뻐하며 달아오른다. 얼마 전 맨유와 인테르 밀란과의 경기에서도 경기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퍼거슨과 무리뉴의 입담 대결이었다.
더군다나 지역감정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우리나라라면 충분히 재미있는 상상이 가능하다. 인신공격성의 비난만 아니라면 경기 내외적으로 충분히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아니 조금은 오버를 하더라도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오버라면 필요하지 않을까?
시민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라
4월 1일, 성남은 주장 김정우를 비롯한 이호, 한동원, 조동건 이렇게 4명의 선수가 성남에 있는 중학교를 방문했던 뉴스를 보았다.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 같은 깜짝 이벤트는 중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훈훈한 모습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이벤트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성남이라는 팀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 적어도 중학교에 있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봄 소풍 때 성남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러 경기장을 찾지 않을까? 프랜차이즈스타는 이렇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팬들을 위해 '빅토리 티켓 할인'은 어떨까? 너무나 뜬금없나? 하지만, 조조할인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조조할인은 알다시피 오전에 영화를 싼값에 볼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 할인제도이다. 사람들은 주로 오전에는 영화를 보러오지 않기 때문에 객석이 남아돈다. 어차피 남는 자리 싸게 혜택을 주면서 손님들을 더 쓸어모으는 극장과 손님에게 모두 이득이 되는 '윈-윈'제도이다. 비행기도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이나 밤늦은 시간에는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 값보다 조금 싸다.
그렇다면, 절반을 채우기도 급급한 K-리그에서 '빅토리 할인' 즉, 관람 경기에 승리할 경우 몇%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팬들은 열심히 응원해서 팀이 승리하고, 2. 할인권이 생긴 관중은 또 경기장을 찾는다. 3.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또다시 승리를 위해 응원한다. 이런 서비스는 적어도 시도는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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