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1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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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리는 또 다른 월드컵, '모의월드컵 속으로…'

기사입력 2009.04.09 13:35 / 기사수정 2009.04.09 13:35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외국어대에 또 다른 월드컵이 있다?' 한국외대에서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작지만 조금 독특하면서도 일반 축구 리그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교내 축구대항전이 열립니다. 바로 '외대 모의 월드컵'이 그것입니다.

올해로 28회째를 맞이했던 이 대회는 32개 학과가 각 언어를 대표하는 유니폼을 입고 토너먼트 경기를 펼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과는 스페인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며, 프랑스어과는 프랑스 대표팀 옷을 입고 대회에 나서는 것입니다. 물론, 팀의 기호나 여러 사정에 따라 '자국 대표팀'이 아닌 다른 클럽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팀도 있으며, 경제, 경영, 언론정보 같은 사회과학대학팀들의 유니폼은 해당 팀의 기호에 맞춰 입고 대회에 출전합니다.

 


[사진= 독일(독일어과,흰색)-프랑스(불어과,붉은색)의 월드컵(외대월드컵) 경기 장면, (c)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여느 학교 내 축구 대항전과 비슷해 보일 법도 하겠지만 이 대회가 상당한 관심을 받는 것은 다른 대항전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대월드컵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경희대, 고려대 등 주변 학교생들도 외대월드컵이 열리는 시즌이 되면 일부러 경기를 보러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강팀들끼리 너무 승부욕에 불탄 나머지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07년 대회에서는 한 팀이 판정에 불복하면서 골대를 뽑아 분수대 앞으로 갖다놓는 '촌극'을 벌여 무기한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받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또, 경기가 끝나면 학교 커뮤니티 상에서 댓글 싸움을 벌여 일반 스포츠 경기에 대한 분석 못지 않은 다양한 글들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사진= 운동장에 쏟아내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응원, (C)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모든 스포츠의 묘미가 응원에 있듯이 외대 월드컵의 묘미 또한 각 학과에서 펼치는 응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플래카드는 물론 학과를 상징하는 깃발을 동원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또, 학과를 상징하는 전통 의상을 입거나 어떤 의미를 형상화한 코스프레까지 동원해 응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강팀에 속한 팀의 경우에는 동문, 교수까지 응원에 가세하기도 하며, 심지어 해당 학과 외국인 교수나 유학생들도 관심을 가지며 응원을 펼치거나 관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팀에 대한 응원이 펼쳐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팀 응원단과의 기싸움도 벌어져서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물론, 응원이 지나치게 과열돼서 상대팀을 비방하는 '훌리건급' 응원이 펼쳐지면 조금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상황이 있기도 합니다.

외대 월드컵에서 강팀으로 꼽히는 팀은 주로 학과 인원이 많은, 다시 말해 선수층이 두터운 학과 출신 팀입니다. 그래서 영어대학이나 글로벌 경영, 불어과, 스페인어과 같은 팀들이 매년 우승후보로 꼽힙니다. 간혹 'K-리그 연습생 출신이다, 용병이 투입된다,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다'는 선수가 한두 명씩 있다면 다크호스로 여기며, 실제로 그 선수 때문에 해당 팀 최고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꼭 한두 팀씩 있습니다. 이변이 벌어진다면 그만큼 학교 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수훈 선수는 과 내에서 '인기인'으로 발돋움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사진= 경기가 끝나고 승패가 엇갈린 팀끼리 희비가 엇갈렸다.  (c) 김지한 기자]

올해 열린 대회에서는 글로벌 경영학과, 야생마 팀이 영어대학의 연패 도전을 2-0 완승으로 저지하며 월드컵을 차지했습니다. 우승팀에 주어지는 월드컵 외에도 다양한 개인상들이 주어지게 되는데요. 최다 득점자에게 수여되는 득점왕과 최소 실점을 자랑한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 좋은 활약을 펼친 새내기 선수에게 주어지는 신인상 등이 있습니다.

학교 특성을 반영한 독특함도 있지만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도 축구를 통해 잠시나마 스트레스도 풀고, 나아가 자주 보지 못했던 동기, 혹은 선후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응원을 펼치고 경기를 하는 모습에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교 내 스포츠를 통해서도 일반 스포츠 경기 못지 않은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회가 바로 외대월드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굳이 학교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다른 학교생, 또는 주변 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회가 된다면 학교를 홍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역민과 함께하는 대회로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해 봅니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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