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4.09 05:39 / 기사수정 2009.04.09 05:39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9일 새벽 3시 45분 리버풀의 앤필드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8강 1차전 경기인 리버풀과 첼시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이쯤 되면 서로에게 정말 숙명을 느낄 만하다. 벌써 챔스에서만 5시즌 연속으로 조별리그 및 토너먼트에서 마주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만일 스콜라리의 첼시였다면 대부분이 이견 없이 리버풀의 승리를 점쳤을 것이다. 하지만, 히딩크 부임 이후로 쾌속의 순항을 보이는 첼시였기에, 그리고 에시앙의 복귀로 인해 묵직해진 중원 등 해볼 만하다는 평가 속에 경기가 열렸다.
그래도 리버풀엔 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트라이커,'엘 니뇨'페르난도 토레스가 있었다. 마이클 오웬이 떠난 이후로 항상 대형 스트라이커에 목말라 했던 리버풀에 혜성같이 등장해 오웬이란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린 이 스페인 공격수는 오늘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경기 시작 5분 만에 아르벨로아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골로 연결하며 리버풀의 선제골을 장식했다.
이 날 토레스는 정말 마법과도 같은 움직임으로 첼시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원톱에 선 그는 틈만 나면 테리와 알렉스가 버티고 있는 중앙 수비의 뒷공간을 위협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드리블을 하며 사이드로 빠져 미드필더들의 2선 침투를 유도하는 모습 등, 전술적인 움직임에서 다소 부족한 면을 보인다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부드럽게 축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진실로 위협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드록신'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드로그바의 오늘 모습은 경기 초반 토레스에 비해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리버풀 중원의 핵심인 마스체라노가 결장한 틈을 타서 램파드를 중심으로 중원싸움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성공한 첼시 미드필더진의 지원사격을 무색하게 할 만큼 그의 모습은 매우 무기력했다.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는 하나 그가 날린 결정적인 찬스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드로그바는 드로그바였다. 후반 22분 말루다의 땅볼 크로스를 완벽하게 골로 연결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장식한 그의 얼굴엔 그제야 환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토레스가 부진하기 시작했다. 첼시의 존 테리와 알렉스는 선제골을 내준 이후로 토레스를 단단히 틀어막으며 수비 집중력을 높였고, 토레스는 점점 고립되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기엔 왼쪽의 리에라가 너무 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경기는 리버풀의 1-3 완패로 끝이 났지만 양팀 주포의 성적은 그야말로 장군과 멍군이었다. 2차전이 남은데다 올 시즌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2골을 몰아치며 리버풀의 승리를 가져다준 토레스 있음에, 리버풀이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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