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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의 라이벌이 더 이상 아니다

기사입력 2009.03.29 15:04 / 기사수정 2009.03.29 15:0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시각으로 29일 오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벌어진 2008~2009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진귀한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김연아(19, 고려대)와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가 함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동안 두 선수가 함께 출전한 대회 시상식에서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함께 메달을 건 모습을 꾸준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결산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김연아가 가장 높은 자리에서 승리자가 됐을 때, 아사다 마오는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여실히 증명된 점은 김연아의 기량이 단연 독보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을 놓쳤던 것은 부상의 여파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에서 아사다 마오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트리플 악셀이라는 고난도의 기술과 주니어 시절부터 쌓아온 언론 플레이 때문이었지요.

단순히 김연아와 비교하는 것을 떠나서 아사다 마오도 세계적인 스케이터인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지 않은 이유는 이번 세계선수권에 '올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고 우승은커녕, 시상대에 오르지도 못했죠.

이 대회를 위해 LA로 원정 온 응원단은 일본 팬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은 마오의 연습을 지켜보면서 탄성을 자아내고 흥분했습니다. 마오의 연습은 일본 팬들 때문에 실전 경기를 방불했습니다. 마오의 연습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은 비교적 좋았고 나머지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김연아라는 큰 장벽을 넘는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겠죠.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노렸던 아사다 마오는 4위에 그쳤습니다. 프리스케이팅 프로토콜을 보면 아사다는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악셀 + 더블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9.50의 기본 점수와 0.60의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지면서 -2.50의 감점을 받았지요. 트리플 플립 + 더블 룹 + 더블 룹에서는 0.80의 가산점을 받았습니다.

아사다 마오가 가장 높은 가산점을 받은 점프는 트리플 룹입니다. 이 점프에서 나머지 점프에서는 1.20의 가산점을 받았지만 그 다음 점프인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에서 -1.20의 감점을 받았습니다. 세 가지 스핀 중,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은 레벨 4를 받았고 나머지 스핀 레벨 3를 받았습니다.

현재로선 아사다 마오에게 큰 부상이나 컨디션이 나쁘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29일에 펼쳐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임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모든 것을 준비한 상태에서 대회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의 실력을 발휘한 채, 경기에 임했지요.

비록 아사다 마오가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 넘어졌지만 트리플 악셀 같은 고난도의 점프 기술은 절반 정도의 실수를 감안하고 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사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 때는 행운이 좋았던 편이었습니다. 김연아가 100%를 발휘하지 못했던 부분도 컸지만 확률이 높지 않은 트리플 악셀을 두 번 시도해서 넘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사다 마오의 전담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지난 그랑프리 파이널 때도 그랬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트리플 악셀 두 번'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초반에 이 두 점프에서 점수를 많이 획득해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회전수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아사다가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필승 카드'입니다.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에 가진 기자 회견에서 아사다 마오는 '두 번째 트리플 악셀에서 실수를 하고 난 뒤, 거의 체념한 상태에서 연기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이길 수 있었던 최고 기술을 놓치고만 아사다는 생동감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의 명연을 펼친 뒤,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이 할수 있는 기술을 충분히 소화해냈습니다. 하루빨리 논란의 여지를 끝내야 하지만 이번에도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가 또 다시 어텐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9.50의 기본 점수와 함께 0.40의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너바우와 함께 이루어진 더블 악셀은 무려 1.80의 가산점을 받았지요. 기본 점수 3.50의 점수와 합쳐진 이 기술은 5.30의 점수를 받아 트리플 룹의 기본 점수인 5.00을 추월했습니다.

트리플 룹 대신 이너바우어 + 더블 악셀의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 더릅 룹은 8.80의 기본 점수와 함께 1.00의 가산점을 얻었습니다.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더블 악셀은 1.00의 가산점을 받았고 트리플 러츠는 1.20의 가산점을 챙겼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유일한 흠이었던 더블로 그친 살코가 아쉬웠지만 직선 스텝에서도 레벨 3을 받았고 똑같이 표기된 스핀을 구사했다고 해서 0점 처리된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을 비롯한 나머지 스핀들도 모두 레벨 4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면을 비교해보면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더 이상 대등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김연아가 제 실력을 발휘하면 두 선수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비교하는 점은 무의미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와 경쟁을 할 수 있는 라이벌도 찾게 되지요. 주니어 시절에는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보다 먼저 알려진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스타일은 틀리고 아사다가 특정 기술에만 연연하고 있는 것에 비해 김연아는 피겨와 관련된 모든 요소에서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증명됐습니다.

지난 4대륙 선수권과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김연아의 적은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올림픽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조애니 로셰트(22, 캐나다)가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될 수 있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분명히 심기일전의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았고 트리플 악셀에만 모든 것을 걸었던 자신에 비해 김연아는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두 선수 간의 라이벌 구도를 고집하는 태도는 이제 진부한 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진 = 김연아,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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