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4.04 18:03 / 기사수정 2018.04.04 18:03
오석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영진위는 지난 두 정부에서 관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차별과 배제를 직접 실행한 큰 잘못을 저질렀다. 참혹하고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반성하고 사과하는 일이 너무 늦었다. 아직 진상이 명백하게 규정되지 않은 일도 적지 않고, 밝혀진 과오를 바로잡고 재발을 방지하는 후속 조치도 턱없이 미흡하다. 부단히 되돌아보고, 통렬하게 반성하고 준엄하게 혁신하겠다"고 얘기했다.
여기에는 2009년 단체 지원사업에서 촛불시위 참여단체 배제 건을 시작으로,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사업의 공모제 전환과 사업자 선정 과정 부당 개입,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 글로벌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독립영화 제작지원사업, 다양성영화 배급지원사업 등의 지원 대상자를 결정하면서 심사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 '다이빙벨'을 상영했던 여러 예술영화전용관과 독립영화전용관들을 지원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그 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원 배제된 영화와 영화사, 영화인은 현재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중간 조사 결과로 밝혀진 사례만 해도 56건에 이른다. 조사 결과에 따라 목록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오 위원장은 "이 결과에 대해서도 정중한 사과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지난 주 차별과 배제 실행에 따른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로 사과를 전했다. "흔쾌히 사과를 받아주셔서 감사했지만, 마음이 더 무거웠다"며 "사과를 받기에 아직 이르다며 주신 호된 질책은 깊이 새겨 더 많은 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종국 사무국장은 영진위 혁신을 위한 사무국 직제 개편 및 인사를 소개했다. 4명의 본부장을 40대 초중반, 연차 20년 미만의 직원으로 선임했다. 팀장급 역시 연차 10여 년의 직원들로 선임하며 세대 교체를 꾀했다.
또 경영지원본부를 비롯해 인사총무팀, 국제교류전략팀 등에 여성 보직자를 선임했다. 특히 본부장제 도입 이후로는 최초로 여성 본부장을 선임하고 핵심 팀에 여성 팀장을 배치했다. 여기에 기존 팀 단위였던 영화정책연구원과 공정환경조성센터를 국장 직속 부서로 개편하며 위상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이후 김현수 본부장은 미래설계 TF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독립·예술영화 지원, 영화산업 활성화 공정환경 조성, 영화인력 직업안정, 한국영화의 국제화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변경된 영화진흥사업 내용도 있다. 독립영화, 예술영화, 저예산영화 제작지원으로 구분된 지원사업이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으로 통합돼 전년 대비 9억원이 넘는 예산이 증가됐다. 또 블랙리스트 피해의 대표 사례였던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예산은 지난 해 대비 15억원 증가해 예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했다.
새 위원회에서는 아시아 영화진흥기구 설립, 영화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위한 한국영화 제작보증기금 조성, 초·중·고 공교육 영화과목 정규화 추진, 공정환경 조성센터 고도화, 온라인 통합전산망 구축,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 등이 포함됐다.
오석근 위원장은 "영진위 구성원 모두는 합리적인 시민사회의 일원이자 공무수행자로서 영화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투철한 공공성에 입각한 원칙을 준수하고, 다시 박수를 보내주실 때까지 한 치도 방심하지 않고 영진위가 본령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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