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21 08:56 / 기사수정 2009.03.21 08:56
[엑스포츠뉴스=김정근 기자] SK텔레콤 T1은 SK Terran 1으로 불렸다.
과거 임요환-최연성-전상욱-고인규 라는 2명의 본좌와 1명의 실력자 그리고 1명의 슈퍼루키가 테란의 패러다임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물론, SK텔레콤도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이들 라인에 힘입어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금은 SK Toss No.1으로 불린다. 임요환의 입대, 최연성의 은퇴, 전상욱의 전성기 이탈, 고인규의 성장 둔화가 테란 라인의 몰락을 가져왔고 MBC게임 히어로에서 수혈된 SK의 에이스 김택용과 자체 육성한 괴수 도재욱이 막강한 파워를 발휘해 최강의 토스 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연성이 전담 코치에서 선수 겸 코치로 돌아오고 임요환이 제대했다. 치밀한 작전 수행능력을 지닌 정명훈이 등장했다. 정명훈의 개인리그 성적과 뛰어난 기량은 본인의 재능에 바탕한 것이지만, 배후에 있는 참모진의 공조를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거대한 SK의 테란 라인 그 자체가 조용히 부활한 것이라 봐야 한다.
3월 20일 바투 스타리그 4강 Sk 토스 김택용과 Sk 테란 정명훈의 내전은 그래서 필연이었다. 강한 놈들은 언젠가 붙는다. 더해서 이번 경기는 선수와 선수만의 대결이 SK의 주도 세력이 어디냐에 대한 물음이 될 수 있었다.
1경기 김택용 (7시) vs 정명훈 (1시) 신추풍령
-한동안 사장된 빌드인 리버-캐리어가 부활했으나 정명훈은 스캔을 찍어보고 제2멀티가 없다는걸 확인하곤 센터를 반보 빨리 장악한 뒤 골리앗을 충원하며 5시 멀티만 저지하며 무난하게 승리를 따냈다. 김택용이 2캐리어+1리버 셔틀로 급습해 시간을 벌고 병력을 부지런히 우회기동 하며 감각적으로 승리를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깔끔하고 모범적인 경기진행을 유지한 정명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사라진 전략-전술에 대처하는 정명훈의 경기력에서 그의 연습량을 읽을 수 있다.
2경기 김택용 (1시) vs 정명훈 (7시) 왕의귀한
-시작부터 빌드가 꼬였다. 역언덕형 맵인 왕의귀환을 고려해 김택용은 1질럿을 뽑으며 투게이트를 갔으나 진영은 대각에 위치했고 1마린 팩 더블을 시도한 정명훈이 앞마당 빌드 수싸움에서 크게 앞서 나갔다.
만약 추풍령에서 이겼다면 김택용은 좀 더 과감한 빌드를 쓸 수 있었을 것이나, 너무 생각이 많았다. 그래도 노게이트 더블을 질러봤어야 했다. 정명훈은 최연성이 프로리그 복귀전에서 보여준 더블 후 2팩토리/1스타-드랍벌처-벌쳐 난무-동시 멀티를 탔고 엔지니어링 베이가 늦은 이 빌드의 약점을 속업 2셔틀로 정확히 찔렀으나 주도권을 뺏긴 상태라 셔틀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5시 몰래멀티를 저지하지 못해 대국적인 전략에서 패배했다.
3경기 김택용 (6시) vs 정명훈 (9시) 달의눈물
-달의눈물은 미네랄이 8덩이라 TvsP에서 토스에게 초반한 심한 제한을 거는 맵이다. 정명훈은 10배럭으로 빠른 FD(5마린 1탱크 1벌쳐)로 승부를 걸었지만 김택용은 투게이트 병력과 멋진 드라군 드라이빙으로 방어했다. 그러나 앞마당은 건설속도는 정명훈의 승리였다. 김택용은 이 뒤 조급함으로 패했다. 4질럿+드라다수와 연이은 리버 콤보 노동드랍을 통해 승기를 거의 굳혔음에도 탱크를 정리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해내지 못했고 천천히 남하하는 정명훈의 병력에게 화려하나 절도가 없는 병력 통제로 뚜렷하게 승리를 조공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SK의 토스라인의 수장인 김택용의 완패다. 아무리 맵 구성과 맵 대전이 불리했더라도 3:0은 변명 될 스코어가 아니다. 준비에서 패했고 수싸움에서 패했고 정신력에서 패했다. 정명훈은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한 작전 수행력, 맵 이해도, 다채로운 빌드, 화려한 벌쳐 게릴라, 그리고 몰래 멀티를 몰래 멀티로 만들지 않는 지능적인 대국을 보여줬다. 테란이 토스에게 이정도로 깔끔하게 승리하는 5전제 승부는 최근 시대에선 보기 어렵다.
이 한 번의 승부로 SK의 종족 라인의 주도권과 상징이 어느 쪽으로 흘러갔는지 속단하긴 어렵다. 한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정명훈 이겼고 김택용은 졌다는 사실, 정명훈은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2연속 스타리그 결승 진출은 테란 중에선 임요환과 이윤열만이 세웠던 업적이었다. 그가 SK 테란 라인 임요환-최연성-전상욱을 잇는 국본(國本 왕위 계승자란 의미다)임을 이젠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임요환-최연성이란 테란의 두 거장이 또 다시 SK T1을 통해 이 바닥의 판도 변화를 조용히 획책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테란이 저그에게 뚜렷한 대안없이 밀리고 있는 지금, 결승에선 SK의 정명훈이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테란의 나침반은 다시 한번 1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Q. 결승 상대는 저그로 정해 졌는데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나?
정명훈- "솔직히 조일장 선수가 쉽긴 하겠지만, 내 커리어를 위해선 이제동 선수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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