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6.01 02:29 / 기사수정 2005.06.01 02:29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국가대표 경기와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전기와 검은색 양복을 입은 무리들을 접할 수가 있다. 이들은 주차요원 역할은 물론, 티켓 확인, VIP 경호는 물론 선수단의 신변보호를 중점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들은 티알아이인터내셔널(이하 TRI) 소속의 사설경비업체로서 그 중심에는 바로 김성태 대표이사가 있다.
-TRI는 어떤 업체인가?
▲ 경호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이다. 국내 대형 행사(콘서트, 의전행사, 스포츠경기 등)의 70%를 TRI가 직접 경호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경호업체라고 할 수 있다.
- TRI의 요원들은 실제 무술의 고수들인가.
▲ 무술의 고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남을 보호하기 위한 경호업무가 주된 직업이기 때문에 단일종목의 3단 이상은 반드시 수료해야 한다. 온화한 인상은 물론 지적인 능력까지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학력도 중시한다.
-TRI는 2002 월드컵을 통해 성장한 업체라고 알고 있다
▲ 애초에 정부에서는 월드컵 경호업무를 군과 경찰에게만 권한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FIFA가 제동을 걸었다. 경기장 외곽은 그들이 경호를 해도 상관없지만 경기장 내의 핵심구역, 다시 말해서 필드와 라커룸 VIP같은 장소는 사설경호업체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 FIFA의 주장이었다. 결국 이 업무를 우리가 따냈고 성공적으로 치뤄내면서 TRI가 알려지게 된 것이다.
- 축구경기의 경호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A매치를 비롯하여 프로축구 FC 서울의 경기를 맡고 있다. 국가대표 같은 경우는 국민 정서상, '국제경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질서의식이 좋아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FC 서울의 프로축구 경기인데 솔직히 최근 준 훌리건화 되고 있는 서포터들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프로축구 팬들은 위압적인 TRI요원들이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 나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TRI직원들은 모든 관중들을 똑같이 대한다. 서포터라고 해서 더 함부로 대한다거나 쉽게 대할 수는 없다. 그분들도 분명 돈을 내고 경기장에 입장한 분들이고, 우리로 치면 보호해야될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검은색 양복이 위압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 사실 검은색 양복이 경기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람들만이 TRI요원들은 아니다. 경기장에서 초록색 티를 입고 티켓을 끊어주는 요원은 물론, 형광색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이나 진행요원 등도 모두 TRI 직원들이다.
양복을 입은 요원들은 VIP석 등에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경호요원들이다. 경기장에 문제가 발생할 시 경호요원의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까지 그 장소에 투입되면서 생기는 오해라고 보시면 된다.
- 프로축구팀 중 유독 FC서울 경호업무만 하는 이유는
▲ 개인적으로 나도 엄청난 축구팬이다. 밤을 새면서 축구경기를 보기도 하고 실제 축구를 하는 것도 즐겨한다. 붉은악마 운영진들과도 친분도 있고.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와도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여갔다. 안양LG시절부터 같이 일해왔는데 서울로 오면서도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다른 구단과도 몇년 함께 일한적은 있지만 FC서울과는 인연이 오래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경기장에서까지 FC서울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 프로축구의 서포터들이 '준훌리건'화 되고 있다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 우리 요원들이 프로축구 경기에서만큼은 긴장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축구장에서는 피파규정상 홍염은 사용이 금지다. 홍염뿐만 아니라 정치적이거나 광고성을 띄거나 상대방 팀을 비방하는 걸게 등은 걸지 못하게 돼있다. 좀 더 엄격하게 들어가면 긴 막대나 주류는 일체 반입이 금지다.
하지만 국내 특성상 긴막대 등은 서포터들의 깃발 등으로 많이 쓰이고 있고, 또 간단한 맥주 같은 주류는 그냥 통과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홍염의 사용이나 걸게의 내용 등은 엄격히 통제하는 편이다. 특히 상암같은 경우는 지붕이 있는 구장이기 때문에 홍염이나 연막탄 같은 경우는 화재의 위험이 높아 서포터 분들이 자제를 해줬으면 하는 응원도구다.
한편, 상암경기장 골대 뒤에는 공의 스피드를 측정하는 스피드건이 달려있는데, 이 부분을 걸게 등으로 가려버리면 스피드가 측정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도 서포터분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부분 중 하나다.
- 불법적인 문구의 걸게나 스피드건을 가리는 걸게를 걸게 되면 TRI는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는가
▲ 축구팬들은 우리가 강압적으로 대처를 한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 자신이 축구광이고 또 축구경기장에서 서포터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가를 알고 있는데 직원들 교육을 그렇게 시키겠는가?
최대한 친절하고 공손히 말하라고 누누히 강조한다. 하지만 간혹 몇몇 서포터 분들이 욕설과 폭력 등을 동반해 저항을 하시는 통에, 젊은 혈기로 충돌하는 직원들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시정해야 될 사항이다.
-실제 그런 사례를 몇가지 들어달라
▲ 작년의 일이었다. 서울과 수원의 경기였는데 수원에서 서울팀을 비방하는 걸게를 걸어 몇몇 직원들이 철수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직원들은 아래에서 걸게를 잡아당기고 강제로 철수하려고 했지만 수원서포터 분들은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몇명의 요원들이 수원서포터석인 S석으로 들어가 안에서 걸게를 철수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요원들의 S석 진입을 막기 위해 수원 서포터 70~80명이 달려들어 이들을 구타했다. 아무리 훈련을 받은 요원이라지만 70~80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달려들면 당해내질 못한다. 이 과정 중에 훈련을 받은 요원들이라 신변에 위협을 느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고, 그 과정 중에 결국 수원서포터 분 한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원서포터 분이야 구단과 우리가 직접 모든 치료비를 지불했지만, 전치 4주 진단이 나온 우리 직원은 그 누구에게도 보상받지 못했다. 이런 점이 경호업체요원들의 힘든 점이라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축구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솔직히 프로축구 업무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 기자들도 프로축구 경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팬들도 이런 성향이 있다.
'프로축구 경기장에서는 담배나 술쯤은 마셔도 되겠지'라는 생각에 많은 불법적인 행동들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기자분들도 기자만의 동선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선수들의 라커룸으로 직접 출입하시려는 분들도 있다.
대원칙은 하나다. 피파의 규정대로만 지켜주면 된다. 비싼 돈 내고 온 고객으로서의 권리를 충분히 향유하면서 경기를 즐기고 무사히 돌아가시면 되는데, 그 권리 이상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 애를 태울때가 많다.
척박한 프로축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축구팬들의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훌리건을 근절하기 위해 무장한 경찰관이 직접 경기장 내부에 들어가 강제로 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로 축구문화가 살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팬들이나 구단 스스로 우리만의 축구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프로축구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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