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기 장수 예능으로 사랑받은 ‘무한도전’이 13년의 역사를 마무리한다. 이에 오랜 시간 '무한도전'을 이끈 김태호 PD가 종영 소회와 향후 계획, 시즌2 여부 등을 밝혔다.
김태호 PD는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종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 2005년 10월 ‘무리한 도전’을 거쳐 2006년 5월부터 ‘무한도전’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태호 PD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13년간 '무한도전'을 이끌어왔다. 그동안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특집으로 재미를 안기는가 하면, 의미와 메시지를 내포한 특집으로 감동도 안겼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장수 예능으로 군림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31일 마지막 방송을 앞둔 김태호 PD는 "시청자에게 '요즘은 왜 재미없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예전 걸 다시 본다. 예전에도 재미없는 게 많다. 한달에 한 번씩만 크게 웃기자는 생각으로 했다. 가끔은 하나만 웃겨야 하는데 두개, 세개 웃겨 당황한 적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어제 멤버들의 코멘터리 인터뷰를 녹화하는데 2006~8년까지 잘 된 게 많더라. 캐릭터도 큰 사랑을 받고 케미도 새로 생기고 30년간 준비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재밌었다. 2010년부터는 우리의 고통이 많이 보였다. 그 다음 페이지를 이어가려면 잠깐 멈추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며 종영 이유를 밝혔다.
또 "멤버들도 종방연 때 갑작스럽다는 표현을 했다. 시청자들도 갑작스럽게 느껴질 것 같다. 외적으로 갈등이 있어 멈추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의 방송을 보여줄 수 있을까 했다. 1등 예능도 좋지만 매회 스페셜하게 다가가는 방송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일 마지막 방송으로 인사드리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매회 관심과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진으로서는 그동안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 PD는 "어떻게 끌어와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함이 있었다. 반응이 좋을 때는 젊은 PD들이 2년마다 바꾸면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멤버들도 탄탄해졌고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무한도전' 김태호 PD라는 꼬리표로 불릴 것 같다. 자부심도 있지만 반대로 이 프로그램에 내가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멤버들은 29일 스튜디오에서 MBC 스타의 거리에 새겨질 핸드프린팅 행사를 포함한 마지막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멤버들과 스태프가 상암동의 한 식당에 모여 종방을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양세형, 조세호 뿐만 아니라 건강문제로 2015년 11월 하차한 정형돈도 함께 했다. 멤버들은 취재진 앞에서 “시청자에게 감사하고 아쉽다, 언젠가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며 복잡한 마음이 섞인 종영 소감을 털어놓았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종방연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한 인사없이 종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달랐다. '국민 예능'으로 답게 종방연은 물론 포상 휴가도 간다.
김 PD는 "시작할 때부터 꿈꿨던 종방연도 했고 포상휴가도 간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좋은 대우를 받았다. 예능은 하루 촬영하고 그 다음날 또 다른 촬영을 해 스태프와 멤버들이 함께 모이기가 불가능하다. 행선지는 괌인데 3박 4일로 가려다 보니 스케줄이 안 되더라. 멤버들은 같이 안 가고 스태프들만 간다. 멤버들은 차후에 모여 좋은 시간을 갖기로 했다. 어제도 언제가 좋을까 얘기하다 헤어졌다"고 언급했다.
김태호 PD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새 기획으로 돌아온다. '무한도전' 후속으로는 최행호 PD가 준비한 음악 퀴즈 쇼가 전파를 탄다.
그는 "13년간 가족과 식사를 한 적이 없다. 당분간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아들에게 한글도 가르치고 세계 문화 전집도 읽을 생각이다. 구글 세계 지도 보면서 찍어놓은 장소도 가면서 이야기를 채워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음주부터 부장이 아닌 일반 PD가 된다. 개발팀으로 발령날 것 같다. 아내가 가사를 도울 수 있냐고 하길래 직장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쉰다는 건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돈을 주면서 쉬라고 하는 회사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뻔뻔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최근 몇 년간 김태호 PD의 '이적설'이 종종 들려왔다. 김 PD는 "최근에는 연락을 받은 적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PD는 "지라시에 나왔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6년 전부터 들었다. PD들이 JTBC로 많이 갈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제작사를 차려주겠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난 '무한도전'에서 일하는 PD로만 생각했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듣거나 답을 한 상황은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타사에 일하는 후배들, 작가들, 스카우터를 만날 때, 본인들이 말하는 회사의 자랑을 어떻게 우리 회사에 옮겨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소재로 삼았다. '무한도전'을 사랑한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다. 'YG에 간다며'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그럼 빅뱅 자리를 해야 하나 했다"면서 "한 프로그램을 5년 이상 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리더가 되고 마케팅, 브랜드관리법 공부가 필요하더라. 자발적으로 현대카드, 네이버도 찾아가고 72초 TV 대표도 만났다. '무한도전'의 틀 안에 있는 내가 바깥과 소통하는 방법은 내가 직접 찾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변화를 꾀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무한도전'에 애정을 쏟은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많은 얘기를 했지만 '앞으로도 MBC에 계속 있을 거다'. 지라시에 나왔던데 '유재석과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다'. '시즌2로 돌아오면 좋겠다'의 이야기를 길게 한 것 같다. 당분간은 정기적으로 목요일에 볼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무한도전'의 다음 시즌과 관련해 계획된 것은 전혀 없지만,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PD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만큼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며 인사했다.
그는 "시청자가 바라는 방향대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고 유재석에게도 인생 프로그램이다. 지금의 이별은 아쉽지만 (나중에) 반갑게 맞이할 날이 올 것 같다. 가끔 유튜브로 인사하자,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짧게 인사하자 등의 얘기를 나눴는데 이 또한 플랫폼을 실험하는 과정인 것 같다. 많은 걸 열어놓고 변화된 모습으로 찾아오겠다. 이번주 방송(마지막회)도 열린 결말이다"며 시즌2의 여지를 남겼다.
'무한도전'이 13년 간 방송될 수 있던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시청자의 사랑이 8할이다.
김태호 PD는 "항상 사랑해줘 감사하고 기대감에 못 미쳐 죄송했다. 13년은 긴 인연이다. 멤버들의 각자 활동도 응원해주길 바란다. 멤버들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 시간에 익숙해질 거고 언젠가 빠른 시간 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또 "질책이 싫어 귀를 닫으려고 했던 적은 없다. 우리가 더 잘 안다. 비판받을 걸 알면서도 결국은 방송이 나가야 한다. 재미없는데 재밌는 척 예고를 만들 때도 웃어넘겨줘 상당히 감사하다. 촬영하면서도 너무 재밌는 특집은 빨리 보여주고 싶어 안달나지만 재미없으면 어떻게 보완하고 추가 촬영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예전에는 하나 하나가 민감하게 큰일처럼 다가왔는데 우리에게는 그것도 익숙한 일이 됐다. 시청자도 묵인해준 것 같다.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엑스포츠뉴스DB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