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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사샤 코헨, 올림픽 복귀설이 전해주는 의미

기사입력 2009.03.12 02:34 / 기사수정 2009.03.12 02: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사샤 코헨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작년 여름, 잠실에서 펼쳐진 '수퍼스타즈 온 아이스' 무대였습니다. 카타리나 비트와 미셸 콴과 더불어 피겨 팬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스케이터인 사샤 코헨은 자신의 탁월한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손끝 동작은 생생할 정도로 살아있었습니다. 또한, 관객들과 호흡하는 연기력은 참가한 여자 싱글 선수가운데 가장 압도적이었습니다. 카타리나 비트와 미셸 콴, 그리고 사샤 코헨의 공통점은 '흉내 낼 수 없는 연기력'에 있습니다. 확실히 피겨 팬들은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보다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선수를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피겨 선수가 아니라 은반을 휘젓는 무대 연출가란 느낌이 고스란히 든 스케이터가 바로 사샤 코헨이었습니다. 그러나 피겨 스케이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이 위대한 선수도 이루지 못했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지요. 미셀 콴과 더불어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던 사샤 코헨은 콴처럼 올림픽 정상에 서지 못했습니다.

이제 올해로 25살(1984년생)이 된 사샤 코헨이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복귀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은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학교)가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록산느의 탱고'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신기록을 경신하기 이전,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 보유자는 사샤 코헨이었습니다. 코헨은 2003~04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 시리즈 'Skate Canada' 쇼트프로그램에서 71.12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구 채점제가 실시되고 있던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점수였습니다.

사샤 코헨은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습니다. 러시아의 '토털패키지' 이리나 슬루츠카야와 함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었지요. 그러나 뜻하지 않던 이변이 펼쳐진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미셸 콴과 이리나 슬루츠카야를 제치고 사라 휴즈가 금메달 획득)처럼 토리노에서도 이변의 그림자가 다가왔습니다.



본국인 일본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아라카와 시즈카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투란도트'로 이변의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러츠 + 더블 룹을 멋지게 성공시킨 아라카와는 트리플 살코 + 더블 토룹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진 구성요소를 실수없이 마쳤던 아라카와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사샤 코헨을 추월했습니다.

사샤 코헨은 최고의 연기를 펼쳤던 쇼트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프리스케이팅이 약했습니다. 사샤 코헨은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던 전적이 있지요. 모든 기술과 연기를 기복 없이 수행하던 사샤 코헨이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올린 1위의 성적을 프리스케이팅에서 지키지 못한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번째 점프에 실패한 코헨은 트리플 플립에서 손을 바닥에 짚는 실수를 범해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전성기 시절, 올림픽 시상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부분입니다.

사샤 코헨은 올림픽 이후, 많은 아이스쇼에 참가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주체하지 못할 '끼' 때문에 연기 수업에도 매진했지요. 피겨 이외의 다양한 삶을 경험한 코헨은 1년 이상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아이스쇼에 참가하다 보니 꾸준하게 훈련을 병행했지만 본격적인 선수로 활동하기엔 너무 오랜 기간의 휴식기를 보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사샤 코헨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녀가 현역 선수들과 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확률은 낮습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점프와 각종 기술에 대한 감각을 꾸준하게 유지시키지 않는다면 기량은 떨어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사샤 코헨을 비롯한 왕년의 수퍼스타들이 올림픽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한 편에서는 흥행을 위해 이러한 경향이 일어난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쟁을 떠나, 자신의 꿈에 또다시 도전해 본다는 정신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입니다.



코헨을 기억하는 이들은 코헨의 전매특허로 스핀을 꼽고 있습니다. 유연하고 아름다웠던 '일자 스핀'은 사샤 코헨의 장기였습니다. 또한, 스파이럴 역시 코헨의 연기 중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국내피겨 선수들 중, 사샤 코헨을 좋아하는 이들은 적지 않습니다. 주니어 시절, 사샤 코헨과 같은 무대에서 여러 번 마주친 박빛나 코치는 "사샤 코헨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이전의 모습을 봤는데 너무나 스케이트를 잘 탔다. 앞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한국피겨선수들의 맏언니 격인 최지은(21, 고려대학교)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사샤 코헨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기대주인 '토털패키지' 박소연(12, 나주초)도 사샤 코헨을 김연아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고 답변했습니다.

사샤 코헨은 6월 달쯤,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한 계획을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전했습니다. 올림픽은 단순히 메달 획득을 위한 '명예의 대회'가 아닙니다. 피겨 선수들이 가장 도전하고 싶은 무대이자 자신의 가능성과 꿈을 새롭게 조명해 보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사진 = 사샤 코헨, 아라카와 시즈카 (C)엑스포츠뉴스DB 전현진 기자, 장준영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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