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6 23:15 / 기사수정 2009.03.06 23:15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예상대로 한국과 일본이 맞붙게 됐다. 5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전에서 일본이 중국을 4-0으로 물리치고 기세를 올리자 한국은 6일 대만을 9-0으로 대파하며 승자전에 이름을 올렸다. 양국 대표팀은 7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격돌한다.
한일전이 성립되자 야구팬들의 관심은 '8회의 기적'이 되풀이될지에 쏠리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숱한 명승부를 쏟아낸 한국과 일본의 맞대결은 8회에 승부가 결정된 경기가 유난히 많았고 '8회 드라마'의 주인공은 늘 한국이었다. 짜릿한 한일전 명승부, 그중에서도 '8회의 기적'으로 불릴만한 역사를 되돌아본다.
일본 울린 한대화 3점포
1982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세계 최강 쿠바가 불참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우승을 겨냥했다. 하지만, 풀리그 방식으로 벌어진 첫 경기에서 한국은 약체 이탈리아에 발목을 잡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런데 일본 역시 이탈리아에 일격을 당해 대회 마지막날로 편성된 한일전이 결승전의 역할을 하게 됐다.
1-2로 끌려가던 우리나라는 8회 김정수의 중월 2루타로 만든 찬스에서 김재박이 기상천외한 '개구리 번트'를 성공시켜 동점을 이뤘고, 이어 한대화가 바뀐 투수 세키네를 상대로 좌측 폴대를 때리는 3점짜리 아치를 그려내 단박에 승부를 뒤집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대화의 홈런은 국민들에게 청량제가 됐다.
올림픽에서도 빛난 '라이언킹'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한 '드림팀'을 앞세워 메달 사냥에 나섰다. 1996년 애틀란타에서 연이은 졸전으로 망신을 당한 한국 야구는 이 대회를 명예회복의 호기로 삼았다. '홈런왕' 이승엽은 메달을 따느냐, 못따느냐의 갈림길이 된 3,4위전에서 0-0이던 8회말 2,3루에 주자를 두고 통렬한 좌중간 2루타를 뿜어내 히어로가 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특히 강한 이승엽의 진가는 8년 후인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다시한번 드러났다.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 2-2로 팽팽히 맞선 8회, 1루에 주자를 두고 등장한 이승엽은 우측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뽑아내 한국의 결승진출을 이끌었다. 일본 대표팀 호시노 감독은 예선전에서 줄곧 부진했던 이승엽을 두고 '이승엽이 누구냐'는 식으로 비꼬는 등 자신만만해 하다가 바로 그 이승엽에게 대포 한방을 얻어맞고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WBC에서도 '럭키 8회'
2006년 3월에 열린 제1회 WBC에서도 '8회 드라마'는 변함없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1라운드 한일전. 우리나라는 1-2로 끌려가던 8회말 1사 1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해결사 이승엽. 온 국민의 기대를 등에 업은 이승엽은 장쾌한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려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한국야구가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주겠다던 이치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2라운드(8강전)에서 한국과 일본은 다시 만났다. 숨막히는 0-0 투수전을 깬 것은 베테랑 이종범의 한방이었다. 1사 2,3루의 황금찬스에서 이종범은 좌중간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타를 뿜어냈다. 타자 자신은 3루를 노리다 태그 아웃됐지만 이미 두 명의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한 뒤였다. 2-0의 '넉넉한' 리드. 물론 8회에 벌어진 일이다. 이치로는 이 경기가 끝난 뒤 '인생에서 가장 굴욕적인 날'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진=대만전 승리를 전하는 한국야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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