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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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성폭력 피해자들의 연대…"이윤택 사건에 국한하지 않겠다"

기사입력 2018.03.05 15:00 / 기사수정 2018.03.05 15:00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연대했다. 이들은 이윤택 사건에만 국한하지 않고, 문화예술계에 퍼져있는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윤택 성폭력 피해자 16인과 공동변호인단 101인,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5일 '미투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윤택의 성폭력을 고발하면서 연극계 거장이었던 이윤택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10년 전 지방 공연을 위해 여관방에 묵었는데 당시 연출가가 방으로 불렀다고 적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출가는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상습적이었다는 폭로다.

이후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지만,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특정인이 아닌 연극계 전체에 대한 사과"라고 말했다. 마치 제3자의 일을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태도 때문에 '유체이탈 사과'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지난달 28일 성폭력 피해자 16명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과 함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128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공동변호인단 101인,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한국여성변호사회,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 뭉쳐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김수희 대표와 음악극단 콩나물 이재령 대표, 연극배우 홍선주가 피해자들을 대표해 발언했다.

김 대표는 "이윤택의 잘못을 밝히고 죗값을 받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윤택의 성추행을 폭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아직도 저희의 행동을 지켜보며 망설이고만 있는 많은 피해자가 계신 걸 안다. 괜찮다. 당신 잘못이 아니었다. 용기 내달라. 잘못한 이는 벌을 받고 희망을 품은 이는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노력하고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용기 내지 않으셔도 된다. 절대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지금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끝까지 지켜봐 주시면 된다. 그분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용기 내지 못하는 다른 피해자들의 몫까지 대신할 것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연희단거리패 출신으로, 당시는 사회와 동떨어진 폐쇄적인 공간에서 운명공동체라 생각하며 바쁜 생활을 했고 서로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고발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변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캐스팅에서 제외되거나 정신이 이상하다는 공개적인 모욕을 듣고 더욱 힘든 일로 내쳐졌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는 걸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참을 수 없어 극단을 나왔다는 이 대표는 "우리가 하는 일이 상처 입은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혼자만의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해줄 수 있고 치유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용기 낸 이유를 전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이윤택의 잘못이지 연희단거리패를 지나온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을 말해주는 길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선주는 "이 사건을 고백한 후 가족들과 극단 신상까지 노출되면서 가슴 아픈 시간을 견뎌야 했다"며 앞으로는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연희단거리패 출신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홍선주는 "이런 어려운 고백들로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연극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저희들의 자식들은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택을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다른 피해자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공대위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공대위 이름은 이윤택 사건만 국한하지 않으려고 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동변호인단 장철우 변호사는 "법적 처벌 가능한지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성폭력을 용인해 온 문화를 바꿔나가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연대의 의의를 얘기했다.

lyy@xportsnews.com / 사진=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 엑스포츠뉴스DB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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